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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로 갈라진 발가락, 불편하지 않아요?

메종 마르지엘라의 타비 슈즈는 어떻게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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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디자이너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 이름,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너무 유명한 이름,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프로필은 몇 장 찾을 수 없다. 

마틴 마르지엘라,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노출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 대면 인터뷰도 단 한 건도 없고, 심지어 아틀리에 직원들도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메종-마르지엘라-타비-부츠-슈즈-신발

‘얼굴 없는 천재 디자이너’, 그의 가치관과 태도는 브랜드 정체성에 그대로 녹아있다. 당장 로고만 보더라도 타 브랜드들과는 다르게 안쪽으로 숨기고, 밖으로 표현해도 잘 보이지 않는 실밥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작품 뒤로 숨는 그의 모습과는 다르게, 주목받지 못했던 포인트를 밖으로 과감하게 드러내는 해체주의적인 컬렉션에서는 대범한 배짱이 느껴진다. 그는 내면의 창의성과 폭발적인 감정들은 작품에 녹여내고, 정작 자신의 이름은 뒤로 숨기며 흐름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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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로 갈라진 발가락

마틴 마르지엘라가 잊힌 것들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는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금부터 그 ‘숨은 진실’을 그가 자신의 데뷔 쇼, 첫 번째 모델의 발에 신긴 ‘타비 슈즈’에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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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비 슈즈는 마르지엘라의 발명품이 아니다. 일본 에도 시대 때부터 사용됐던 역사적인 물건이다. 과거부터 일본의 노동자들은 지금의 ‘타비 부츠’로 불리는 ‘지카타비’를 착용했다. 지카타비는 분리 없이 일체형으로 제작되는 신발보다 균형을 잡는데 용이했기에 험한 지형을 오가는 노동자들에게 제격이었다. 

일본에서는 마르지엘라가 타비 슈즈를 패션의 영역으로 가져오기 이전부터 여전히 일상에서 착용했다. 그 역시 여행 목적으로 일본에 방문했을 때 처음 타비 슈즈를 발견했다. 그가 독특한 형태를 가진 타비와 사랑에 빠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컬렉션을 통해 작품이 공개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더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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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 수 없다

그렇다고 마르지엘라 타비 슈즈가 뚝딱 만들어졌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마르지엘라는 타비 슈즈를 완성하지 못할 뻔했다. 이유는 독특한 디자인에 있다. 

그는 영감을 실현하기 위해 작업에 돌입했지만, 일본인들만 착용하는 전통 신발이었던 타비 슈즈를 제작할 수 있는 아틀리에는 유럽에 없었다. 망연자실했던 그를 도운 건 장 폴 고티에와 함께 일하며 알게 된 장인들이었다. 

마르지엘라가 직접 제작한 타비 슈즈의 샘플을 본 대부분의 장인들은 고개를 저었지만, ‘자가토(Zagato)’라는 이름의 구두 수선공 만큼은 새로운 도전에 두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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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말발굽의 행진

결국 마르지엘라의 꿈은 자가토와의 만남을 통해 실현됐다. 그리고 그는 어렵게 완성된 타비 슈즈를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번째 컬렉션 쇼를 통해 당당히 공개했다. 

쇼는 파격적이었다. 모델들은 타비 슈즈를 신고 런웨이에 등장했다. 두 개의 발가락을 가진 타비 슈즈의 디자인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더욱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붉은 페인트 발자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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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델이 걷는 무대를 흰색 천으로 덮었다. 그리고 모델들의 타비 슈즈에 붉은색 페인트를 묻혔다. 붉게 물든 타비 슈즈를 신은 모델들은 걸을 때마다 붉은 발자국을 남겼고, 쇼가 진행될수록 깨끗했던 흰 천은 붉게 물들어갔다. 

마르지엘라는 훗날 인터뷰를 통해 “새 신발, 그리고 붉은 발자국, 이보다 더 분명한 것이 있을까요?”라는 말을 남겼다. 

‘상징’의 발전

마르지엘라의 타비 슈즈는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의 모든 가치관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그만큼 타비 슈즈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브랜드의 20주년 기념 컬렉션을 선보인 채 쿨하게 하우스를 떠나버린 그의 뒤를 잇기 위해 합류한 ‘존 갈리아노(John Galiano)’ 역시 타비 슈즈의 역사만큼은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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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

지금은 마르지엘라가 아니어도 타비 슈즈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심지어 국내 도메스틱 브랜드에서도 타비 슈즈를 판매하고,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에서도 타비 형태의 스니커즈 ‘에어 리프트’ 시리즈를 계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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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르지엘라의 것에서 느낄 수 있는 특수한 감정은 느낄 수 없다. 사실, 비교가 불가능하다. 전통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이를 자신의 스타일로 변형해서 새롭고, 완벽하게 풀어낸 마틴 마르지엘라의 진심이 녹아있지 않기 때문. 

너무 작아서, 무시되는 디테일을 통해 ‘다름’을 보여주는 마틴 마르지엘라, 그의 시선과 내면의 진심을 느끼고 싶다면 마르지엘라의 타비 슈즈를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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