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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에 질렸다, 값싸지만 값진 신발

신발도 결국 소모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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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쏟아지는 ‘한정판 스니커즈’ 전쟁에 질렸다면 집중.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몇 번 까딱하는 것만으로 구매할 수 있는 멋진 신발들을 모았다.

아이템 추천에는 무엇보다 ‘진정성’이 중요한 법. 에디터 신발장의 로열층을 차지하고 있는 기특한 친구들로만 준비했으니, 믿고 확인해 보자. 


한번 신으면 못 헤어 나와

막 성인이 됐던 때였던 것 같다. 처음 반스 올드스쿨 스니커즈를 경험한 때가. 당시 나는 패션 머천다이저를 꿈꾸며 H&M에서 근무 중이었다. 함께 일하며 친해지게 된 2살 형님의 추천으로 올드스쿨에 발에 넣게 되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24년 현재, 신발장에 올드스쿨이 컬러별로 세 켤레 이상 있으며, 닳도록 신고 버린 올드스쿨만 5족이 넘는다. 그만큼 한번 경험하면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스니커즈다. 반스 올드스쿨은 단점이 없다. 합리적인 가격, 완벽한 실루엣, 뛰어난 내구성, 유행을 안타는 인지도, 어디에나 다 잘 어울리는 디자인까지. 팔방미인이 따로 없다. 최근에 반스에서 볼드 한 디자인으로 반스 올드스쿨을 재해석한 ‘뉴 스쿨’ 스니커즈를 출시했는데, 개인적으로 올드스쿨을 먼저 경험해 본 후에 다른 디자인으로 뻗어 나가는 걸 추천한다. 돌고 돌아 다시 에어 포스 1

나이키 에어 포스 1은 브랜드의 시그니처 스니커즈이자 스테디셀러다. 오랜 시간 동안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에어 포스 1 또한 독특한 매력을 가진 스니커즈다. 슈레이스에 달려있는 메탈 듀브레, 어퍼 상단의 천공 디테일과 부드럽게 발목을 감싸는 패딩 라이닝까지. 에어 포스 1은 신는 순간 편안함과 완벽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을 보여준다. 데님 팬츠부터 블랙 워크 팬츠, 디키즈 카키, 심지어 슬렉스까지 커버하는 에어 포스 1의 범용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꼭 한번 경험해 보자. 왈라비는 ‘유행’을 안타

클락스의 왈라비 슈즈가 각광받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21년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갑자기 길거리에 왈라비를 신은 사람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역시 유행은 빠르게 식는다. 현재 길거리에서 왈라비를 신은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왈라비를 신는 사람에게서 ‘간지’가 느껴진다. 그 이유는 클락스 왈라비의 오랜 역사와 클래식한 디자인에 있다. 사실 클락스 왈라비는 한철 지나가는 유행으로 끝날 가벼운 브랜드와 슈즈가 아니다. 유행이 번지기 전부터 이쪽 장르를 즐기는 사람들은 한 켤레씩 가지고 있던 아이템이며, 유행이 끝났다고 바로 처분할 만큼 매력이 없는 슈즈가 아닌 것. 

왈라비 또한 직접 경험해 보면 인기가 많은 이유를 실감할 수 있다. 바지의 실루엣과 컬러, 소재에 상관없이 다 잘 어울리는 ‘사기 템’이기 때문. 비주류? 오히려 좋아

다음은 컨버스 잭 퍼셀이다. “컨버스? 그럼 척 70가 최고 아니야?”라고 말한다면 섭섭한 말씀. 잭 퍼셀은 척 70만큼이나 오랜 역사와 탄탄한 마니아층을 거느린 컨버스의 대표적인 스니커즈 모델이다. ‘근본’ 그 자체인 것. 

한때 국내에서도 잭 퍼셀 바람이 불었다. 인기가 많은 만큼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스니커즈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잭 퍼셀을 신은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패션에 관심이 많고, 오리지널을 사랑하는 마니아들은 잭 퍼셀의 빈티지를 아주 비싼 가격에 구매하며, 현행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서 전투용으로 마구 신고 있다. 잭 퍼셀은 수많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통해 복각되거나 재해석되고 있다. 특유의 디자인 때문인데, 마치 웃고 있는 것 같은 앞 코의 독특한 디자인과 둥글게 떨어지는 실루엣 덕분에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가진 스니커즈가 될 수 있었다. 

잭 퍼셀은 인터넷을 통해 아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아웃렛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접근성이 매우 높은 만큼 부담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는 제품인 것. 고민할 필요가 있나, 지금 바로 구매해 보자. 오히려 청바지랑 찰떡궁합

포멀한 룩과 캐주얼한 룩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신발을 찾고 있었다면 축하한다. 완벽한 슈즈 한 쌍을 추천받게 되었으니, 바로 닥터마틴의 1461 슈즈다. 

아마 닥터마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너무 영한 이미지가 씌워져 있기 때문.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 대부분이 실제로 닥터마틴의 1461 슈즈를 경험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감히 예상해 본다. 닥터마틴 1461 슈즈는 브랜드의 아이코닉 한 슈즈 모델로 한번 경험하면 너무 영하거나 투 머치 한 디자인이라는 편견이 사라진다. 의외로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다양한 룩에 어울리기 때문. 특히 노란색 스티치 디테일과 둥근 앞코의 실루엣이 캐주얼한 무드를 살려주기 때문에 은은하게 느껴지는 광택감과 블랙 레더의 중후함을 세련되게 녹여준다. 

가격대는 20만 원대 중반으로 낮지 않지만, 레더로 제작되는 더비 슈즈들 중에서는 나쁘지 않은 가격. 평소 즐기는 스타일이 캐주얼하다면 닥터마틴 1461 슈즈를 강력 추천한다. 가장 완벽한 화이트 스니커즈

아디다스 스탠 스미스는 가장 완벽한 화이트 스니커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 특별한 포인트가 없어서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직접 신어보면 걱정이 사라질 것. 텅에 새겨진 그린 컬러 로고와 힐탭의 그린 컬러 포인트가 주는 안정감과 캐주얼한 무드가 너무나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플랫 한 디자인이라서 요즘 트렌드와도 잘 통한다. 볼드 한 스니커즈의 시대가 저물고, 플랫하고 날렵한 실루엣의 스니커즈가 뜨고 있기 때문. 스탠 스미스는 자연스럽게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심지어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도 아디다스의 스탠 스미스를 콕 집어서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스탠 스미스도 낡을수록 멋이 살아나는 스니커즈다. 한철 신고 버리는 스니커즈가 아닌, 수년을 함께하며 길들이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매일 아침, 신발 고민을 덜어줄 스니커즈를 찾고 있었다면 장바구니에 스탠 스미스를 추가해 보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뉴발란스 992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위에서 알아본 다른 신발들처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뉴발란스에서도 워낙 적은 수량을 제작하기 때문. 빠르게 구매하고 싶다면 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구매해야 된다. 그럼에도 뉴발란스 992는 추천할 수밖에 없다. 말도 안 되게 편한 착용감과 내구성을 가졌기 때문.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스니커즈를 묻는다면 뉴발란스 992라고 대답하고 싶다. 결국 신발도 소모품이니까

신발은 소모품이다. 자주 신으면 밑창이 닳고 찢어진다. 오염은 당연하다. 한정판 스니커즈 시장과 스니커즈 헤드들을 무시할 마음은 절대 없다. 그저 닳고 찢어질 때까지 열심히 신어주는 것이 진정한 신발의 가치를 올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할 뿐. 

그런 가치관과 일맥상통하는 스니커즈가 있다. 이 글의 마지막 추천 스니커즈, 컨버스 올스타 하이다. 잠깐, 여기서 의아한 분들이 많을 것. 컨버스 척 70 하이 모델이 아닌, 컨버스 올스타 하이를 추천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척 70 하이 모델이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다. 

척 70 모델은 좀 더 내구성이 뛰어난 코튼을 사용하고, 빈티지한 무드를 살려주는 코팅 처리가 미드솔에 들어간다. 반면에 일반 올스타 하이 모델은 미드솔 코팅이 이뤄지지 않고, 코튼도 척 70 모델보다 얇다. 실루엣의 차이도 있고, 스티치 디테일도 다르다. 솔직히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컨버스 척 70 하이 모델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올스타 모델 역시 척 70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코팅처리되지 않은 클린 한 화이트 컬러 미드솔과 낮은 높이, 얇은 소재 덕분에 좀 더 ‘불량’스러운 맛이 있다. 더러워졌을 때도 척 70 모델보다 훨씬 빈티지하고 감각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척 70, 올스타 하이? 상관없다. 취향에 맞게 구매하자. 가장 중요한 건 아끼지 말고 신다가 버린다는 마인드. 구겨지고 찢어지고 오염되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막 신는 컨버스 감성은 수백만 원의 한정판 스니커즈는 절대로 흉내 낼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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