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은 지 몇 년쯤 되었을까. 누군가의 스토리에 올라오는 맑고 깨끗한 국물의 그 음식은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슴슴함’ 그 자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평양’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어 있는 이들은, 오로지 그 음식이 주는 정갈하고 무해함에 평양냉면을 사랑하는 것일까. 거기에 소주까지 얹어 완성한다는 코스는 필자의 입맛으로는 아직까지도 어려운 문화다. 내부의 메뉴판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알 수 있는 만둣국과 닭개장. 더 나아가 ‘료리점&#8217;마다의 특색이 돋보이는 ‘어복쟁반’부터 ‘가릿국밥&#8217;까지, 이북식으로 즐기는 새로운 맛의 향연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본문을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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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decoding="async" class="fr-fil fr-dib" src="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old/life/b9c80ac6c5df3.png" data-files="[object Object]" /><img decoding="async" class="fr-fil fr-dib" src="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old/life/4a7edd64aed10.jpeg" data-files="[object Object]" />청안식탁 닭개장 &#8211; 서대문구 충정로4길 21 
상호의 ‘푸를 청&#8217;에 ‘언덕 안&#8217;. 청이라는 한 글자에 자녀들의 이름을 담고 집에서 먹는 느낌을 선사하고자 ‘언덕 안&#8217;자를 택한 ‘청안식탁’의 주력 메뉴는 ‘닭개장&#8217;이다. 보통의 닭개장이라 함은 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담백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조금 더 감칠맛 나는 국물을 원한다면 한쪽에 자리한 다진 양념을 조금 풀어보자. 2년 동안 숙성시킨 고추장을 추가할 수 있어 자극적인 취향에 가까운 입맛이라면 환영할 옵션. 뜨끈한 국물이 당기는 저녁 무렵, 엄마의 품이 그리운 기러기 서울러에게 열려있는 그곳. 청안식탁의 뽀얀 닭개장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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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decoding="async" class="fr-fil fr-dib" src="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old/life/fa1cd05f5dda4.jpg" data-files="[object Object]" /><img decoding="async" class="fr-fil fr-dib" src="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old/life/78567e1b453ce.jpg" data-files="[object Object]" />봉산옥 만두전골 &#8211; 서초구 반포대로8길 5-6 
남부터미널 역의 5번 출구를 따라 걷다 보면 자리한 ‘봉산옥&#8217;. 미쉐린 가이드에 4년 연속 노미네이트되며 벽면을 차지한 엠블럼은 봉산옥 자체를 증명하는 마패인 듯하다. 이북식 음식을 하는 곳엔 어디에나 존재하는 메뉴지만, 황해도 봉산골에서 차려주는 만두전골은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황해도식 만두는 채소를 많이 넣고 고기를 적게 넣는 것이 특징이다. 기름기만 쏙 걷어낸 국물처럼, 맑은 고기 육수와 큼직한 반달 모양의 만두가 더해진 전골은 슴슴한 맛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환영할 메뉴. 계절마다 인기 있는 메뉴가 달라지는 봉산옥이지만, 변하지 않는 오리지널리티라면 ‘오징어순대&#8217;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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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decoding="async" class="fr-fil fr-dib" src="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old/life/df3c5ac4a9a82.jpg" data-files="[object Object]" /><img decoding="async" class="fr-fil fr-dib" src="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old/life/814c50fb04bc5.jpg" data-files="[object Object]" />반룡산 가릿국밥 &#8211; 강남구 테헤란로78길 26 1층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한다면 이곳은 ‘함흥냉면’의 태양이 떠올라 있는 곳. 함흥식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반룡산&#8217;에서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가릿국밥&#8217;이다. 가리는 갈비를 칭하는 함경도 사투리로, 갈비와 양지로 육수를 낸 국물의 국밥이다. 대파와 두부, 무와 선지가 일궈낸 국물의 맛은 정갈함 그 자체. 기호에 따라 구비된 양념을 추가하기도 하지만, 필요하다면 소금과 후추 정도로만 맛을 더하는 걸 추천한다. 죽죽 찢은 양지살이 소고기뭇국을 연상케 하고, 폐부까지 데워줄 깔끔한 국물까지. 사장님의 어머니가 직접 만든 ‘가자미식해&#8217;를 국밥에 얹어먹는다면, 그야말로 반룡산의 축복이 끝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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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decoding="async" class="fr-fil fr-dib" src="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old/life/9395f8ff461b6.jpg" data-files="[object Object]" /><img decoding="async" class="fr-fil fr-dib" src="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old/life/824be0335c008.jpg" data-files="[object Object]" /><img decoding="async" class="fr-fil fr-dib" src="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old/life/dbe8a84557f01.jpg" data-files="[object Object]" /><img decoding="async" class="fr-fil fr-dib" src="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old/life/b8442c05107ea.jpg" data-files="[object Object]" />처가집 찜닭&amp;메밀막국수 &#8211; 중구 동호로11가길 22 
빛바랜 약수역의 뒷골목에서, ‘찜 닭, 막 국 수, 만 두&#8217; 이 세 단어로 완성된 파란 간판을 찾아야 한다. 분명 서울에 계시지 않았음에도, 할머니 집에 온듯한 ‘처가집&#8217;의 정감은 원 앤 온리. 마당에 자리한 체리색의 식탁은 언제, 어디서든 모든 방문객을 환영한다. 과하게 멋부리지 않은 백숙 같은 찜닭. 손 반죽으로 메밀을 내는 주인 할머니의 메밀막국수의 조합은 가히 완벽하다. 처가와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옛말이 있지만, 이곳의 ‘처가집’은 가까워야 좋을 듯하다. 막국수 맛집이 많은 약수동의 비밀 중 하나, &#8216;진남포면옥&#8217;과 &#8216;만포막국수&#8217;는 한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것. 두 군데를 모두 들러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각각의 맛을 즐겨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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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decoding="async" class="fr-fil fr-dib" src="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old/life/47663203e07a9.jpg" data-files="[object Object]" /><img decoding="async" class="fr-fil fr-dib" src="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old/life/23b2de65ff577.jpg" data-files="[object Object]" />진미평양냉면 어복쟁반 &#8211; 강남구 학동로 305-3 
미쉐린 가이드는 ‘진미평양냉면&#8217;을 ‘20년 냉면 장인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 맛&#8217;으로 평가하며 이곳의 평양냉면을 주목했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한 메뉴는 ‘어복쟁반&#8217;. 한 그릇의 어복쟁반을 같이 들면 서로에 대한 적대감도 풀린다는 음식으로, 편육을 놋쟁반에 내놓던 평양의 향토음식이다. 언뜻 보기엔 고기가 보이지 않고, 채소가 많아 보이는 국물요리. 그러나 한소끔 끓여 사장님의 도움을 한 번 받고 뒤집어보면 밑에 깔린 고기가 잔뜩 드러난다. 크게 썰린 양지를 육향이 잔잔히 베인 국물과 즐기다 보면, 한 입 가득한 만족감과 함께 저절로 입에 들이켜지는 소주잔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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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Instagram/ @s_dailys_ @_foodyjjun @sikugyeong @stressfoodfighter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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