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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군복을 입는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 속 트래비스의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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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택시 드라이버>는 월남전에서 귀환한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인물,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 분)를 그리고 있다.

참전용사인 트래비스는 분명 전쟁에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로부터 단절되어 방황하고 있다. 전쟁 중 입었던 M-65 필드 재킷을 아직 벗지 못한 채로 말이다. 전쟁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의 모습은 패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극의 중반부까지 트래비스가 걸친 것은 M-65가 아니라 탱커 재킷이었다. 그러나 베시와의 데이트에서 실패한 후 그는 M-65를 입기 시작한다. 그의 절망과 고립이 더욱 심화되는 그 순간에서 말이다. 그런데, 혹자는 대체 ‘M-65가 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군 면제에 해당하는 에디터 또한 그랬으니 말이다.

M-65 필드 재킷은 1965년 생산되었던 미군 재킷이다. 20세기 생산되었던 대표적인 미군 재킷으로는 M-41, M-43, M-51, 그리고 M-65가 있다. 뒤의 숫자는 군복이 도입되었던 연도에서 따와 이름 붙인 것이다. 고로 M-65는 1965년 생산된 미군 재킷인 것이다. M-65는 이전 모델들이 가지고 있던 여러 단점을 보완하며 탄생했다.

그중 가장 먼저 생산되었던 M-41은 기장이 짧고, 두께가 얇으며 주머니도 두 개뿐이었다. 그래서 군복으로써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기도. 심지어는 군복에 사용되는 ‘OD(올리브 드랩)’ 컬러가 물이 빠져 위장이 불가능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M-43은 기존의 단점을 보완해 기장을 늘리고 허리 끈과 주머니를 더해 생산되었다.

이후 생산된 M-51은 한반도의 날씨를 고려해 제작되었다. 모스크바 전투,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함께 세계 3대 동계 전투라고 불리는 한국전쟁의 장진호 전투. 이는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추웠던 개마고원에서 유엔군과 중공군이 벌인 전투였다.

이와 같은 한국전쟁이 계속되자 전쟁 발발 9개월 후 새로운 재킷을 생산했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습한 한반도의 기후에 맞춰 제작된 것이 바로 M-51이었다. 

흔히 야상, 혹은 야전상의라고 불리는 미군 필드 재킷들. 이는 ‘야외 전투 상의’의 준말이다. ‘개파카’라는 말은 후드에 달린 털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M-51의 뒷면을 살펴보면, 옷이 뒤집히지 않도록 갈라진 양쪽을 끈으로 조여 묶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또한 추위에서 견딜 수 있도록 고안된 방법이었다.

누군가는 필드 재킷을 피쉬테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뒷면의 갈라진 하단부가 마치 물고기의 꼬리와 닮아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흔히 야상, 혹은 야전상의라고 불리는 미군 필드 재킷들. 이는 ‘야외 전투 상의’의 준말이다. ‘개파카’라는 말은 후드에 달린 털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그리고 미군들이 월남전에서 입을 수 있도록 생산된 필드 재킷이 바로 M-65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 속 트래비스가 입은 바로 그 재킷 말이다. 대체로 덥고 습하며, 몬순 기후 탓에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르는 베트남의 날씨. 그래서 M-65는 비가 내리는 동안에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리얼 맥코이, 버즈릭슨, 브론슨과 같은 브랜드에서는 이를 복각한 제품을 출시했다. 리얼 맥코이에서는 영화 <택시 드라이버> 속 로버트 드 니로가 입은 필드 재킷에 킹콩 중대의 부대 마크까지 그대로 옮겨 복각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패션 하우스에서도 이를 놓치지 않았다. 생 로랑과 톰 포드, 버버리, 발렌티노 등의 브랜드에서는 M-65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공개했다. 준야 와타나베는 06F/W 컬렉션에서 로버트 드 니로의 모히칸 헤어스타일과 M-65 필드 재킷을 모티브로 의상을 제작했는데, 당시 쇼에서는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사운드트랙이 흘러나왔다.

이처럼 M-65는 군복을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전쟁 중 입었던 M-65는 평화의 상징으로 변모하기도 했다. 월남전에 반대하기 위해 시위에 나선 이들이 평화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아 M-65를 입고 거리에 나선 것이다.

다가오는 봄, 고독을 즐기며 M-65 재킷을 걸쳐보는 건 어떨까.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돌아다니던 택시 드라이버, 트래비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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