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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었으면 빈지노의 돈, 차, 옷

임성빈, 빈지노는 어떻게 빈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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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6년 전, 힙합 씬에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미국의 래퍼 벤지노와 자신의 이름 임성빈의 ‘빈’ 자를 합친 특이한 그 이름, 바로 빈지노(Beenzino).

지금은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모두의 시작이 그렇듯, 그 역시 별다를 것 없는 그저 낯선 이름의 신예에 불과했다. 

하지만 분명 특별한 점도 있었다. 스윙스의 두 번째 믹스테잎 [#1] ‘A Milli’ 곡에 무려 이센스와 함께 피처링 참여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당시 이센스는 이미 인정받은 인물이었다. 사이먼 도미닉과 슈프림팀을 결성하며 국내 힙합 신을 흔들고 있었으니 말 다했다. 시작부터 이센스 이름 옆에 이름이 적힌다는 건 분명 ‘특별한 점’이었다. 

이후로도 빈지노는 남다른 행보를 걸었다. 도끼(Dok2) 앨범에 피쳐링으로 참여하더니 같은 해 에픽하이의 정규 6집에도 피처링진으로 참여하게 된 것. 에픽하이가 누구인가. 동방신기를 꺾으며 음방 1위를 차지한 힙합 씬의 히어로가 아닌가. 

이처럼 빈지노는 피처링 만으로 이미 루키 반열에 올라서며 주목받았다. 그렇게, 그는 천천히 본인의 작업물을 준비했고, 2008년 프로듀서 시미 트와이스와 함께 결성한 ‘재지팩트(Jazzyfact)’를 통해 2010년에 앨범 [Lifes Like]를 발매. 괴물이 등장했음을 세상에 공식 선포했다. 

힙합 씬에서는 조용하고 살벌한 전쟁이 벌어졌다. 모두가 빈지노의 영입을 원했기 때문. 그 이름만 들어도 웅장해지는 팔로알토의 하이라이트 레코즈, 스윙스의 저스트 뮤직, 도끼&더콰이엇의 일리네어 레코즈 등 말 그대로 ‘모두가’ 그를 원했다. 

자, 이제 시선은 빈지노의 입으로 쏠렸다. 그가 어디로 향할 것인가. 그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누가 그를 품게될 것인가. 

결과는 모두가 알고있다. 그는 일리네어 레코즈를 선택했다. 2011년 6월, 일리네어 레코즈는 빈지노를 영입하게 됐다는 희소식을 팬들에게 알렸다. 

프라이머리의 정규 1집 [Primary And The Messengers Part 1]을 기억하는가. 슈프림팀, 개리, 가리온, 자이언티, 팔로알토와 개코, 도끼 등 당시 랩스타들이 총출동했던 앨범말이다. 이제 더 이상 루키가 아닌 빈지노 역시 앨범 피처링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바로 지금까지도 꾸준한 스트리밍 수를 기록하고 있는 앨범의 2번 트랙, ‘멀어’다. 솔로 앨범과 재지팩트의 새로운 앨범까지 준비 중이라던 그, 바쁜 일정 속에서도 피처링으로 곡에 참여, 앨범에 대한 기대를 한층 끌어올렸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멀어’를 통해 애타는 사랑을 이야기했던 빈지노가 불과 4개월만인 2012년 7월 3일, 전설의 EP [24:26]을 들고 나타났다. 보너스트랙까지 총 9곡으로 구성된 앨범은 게임체인저를 자처했다. 중독성 있는 가사와 리듬이 돋보이는 곡부터 깊은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은 곡들까지 담아 밀도 높은 앨범을 완성한 것. 그렇게 빈지노가 남긴 자신의 24-26살의 인생사는 낙타와 함께 국힙의 역사가 됐고, 발매된 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명반으로 남게 됐다. 

랩스타가 된 빈지노. 그는 선망의 대상이 됐다. 힙합계의 이단아 블랙넛 역시 그를 선망했다. 심지어 ‘이단아’답게 마음속으로 선망하는데 그치지 않고 곡을 발매했다. 곡 제목부터 ‘빈지노’. 

블랙넛은 곡을 통해 대놓고 빈지노를 찬양했다. 빈지노의 입술과 숨결, 눈웃음 아래 박힌 점까지 갖고 싶다는 ‘유머러스한 가사’는 웃음과 묘한 공감을 선사했고 빈지노 역시 그의 재치에 감탄하여 흐름을 받아 쳐줬다. 

“벨트 없어졌는데, 블랙넛 너가 가져갔냐” 

블랙넛의 빈지노 ‘짝사랑’은 결국 성공으로 끝났다. 모든 힙합 팬들이 기다리던 빈지노의 정규 1집 소식이 나온 지 얼마 안돼서 공개된 선공개곡 ‘Break’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게 된 것. 여기서 끝이 아니라 그는 정규 1집 수록곡 ‘토요일의 끝에서’에 피처링으로까지 참여했다. 성공한 덕후, 인정한다. 

앨범 [12]의 공개 당시 반응은 엇갈렸다. 기존 스타일과 다른 음악을 선보였기 때문일까. 기대보다 못하다는 반응들이 빈지노를 향했다. 물론 빈지노는 평가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렇게 7년이 흘렀고, [12]는 지금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빈지노는 천재가 맞다. 

2020년 7월 6일, 일리네어 레코즈가 해체됐다. 빅뉴스. 이때도 빈지노가 일리네어 레코즈를 나갈 것이라는 소문이 먼저 퍼졌고, 후속 기사로 일리네어 레코즈의 해체가 발표됐는데, 빈지노 없는 일리네어 레코즈? 상상할 수 없기에 미루려던 발표를 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시작을 함께했던 이센스가 소속된 ‘바나(Beasts And Natives Alike)’였다. 빈지노는 소속을 옮기자마자 다음 앨범 작업에 돌입했고, 2년의 시간을 들여 정규 2집 [NOWITZKI]를 발표했다. 

18트랙으로 구성된 앨범은 공개와 동시에 호평이 쏟아졌다. 리드머 평론가로부터 씨잼의 [킁]보다 높은 점수인 4.5점을 받더니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힙합 음반과 올해의 음반 부문을 수상하는 업적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기대된다. 그의 다음 행보가. [NOWITZKI] 콘서트를 통해 재지팩트의 새로운 앨범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힌 빈지노. 그는 과연 또 어떤 신선한 음악 스타일과 함께 돌아올까. 과거의 그루비한 라임을 기대하는 팬들이 있는 만큼, 새로운 스타일이 아닌, 과거의 스타일을 들고 나올지도 모르겠다. 어떤 방식, 어떤 스타일로 돌아오든 확실한 건 이제 그의 음악을 의심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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