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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보헤미안(Bohemian)’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광활한 초원, 패턴이 돋보이는 퍼프 소매 원피스, 무심하게 둘러맨 벨트, 프린지 장식의 부츠. 이 자유로운 감성의 보헤미안 무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키워드는 ‘보호시크(Boho-chic)’. 이는 ‘보헤미안 시크’의 줄임말로, 2025 S/S 파리 패션위크에서 파리 디자이너들이 제시한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다. 최근 F/W 시즌부터 이어진 이 흐름이 올해도 계속된다는 것. 2000년대 처음 등장했던 이 패션이 다시금 우리에게 돌아왔다.
사실 90년대생인 에디터에게는 다시 돌아온 반가운 패션이기보다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보헤미안에 시크 한 스푼’ 이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가볍게 스타일링하기 좋은 봄, 여름에 더욱 빛을 발할 룩. 올해 보호시크를 시도해 볼 좋은 기회다. 이번 유행을 놓친다면 또다시 2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니!
그래서 보헤미안 시크가 정확히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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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룩(Gypsy Look)이라고도 불리는 보헤미안 스타일은 유럽 남부를 떠돌던 집시들의 복장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이다. 체코 보헤미아 지방에 많은 집시들이 거주했던 것에서 유래했으며, 19세기 후반부터는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예술가, 문학가, 배우, 지식인들을 지칭하는 의미로도 사용됐다. 대체로 퍼프 소매 블라우스, 프릴 장식의 개더스커트, 새시 벨트, 큼직한 귀고리 등 루즈한 실루엣과 레이어드 스타일로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그런데 여기에 ‘시크(Chic)’가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히피 특유의 자유로운 감성에 정제된 세련미를 가미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쉽게 말해, 기존 보헤미안 스타일보다 간결하고 모던하게 다듬어져 누구나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는 트렌드로 발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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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시크 무드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2000년대 초반. ‘이자벨마랑(Isabel Marant)’과 ‘끌로에(Chloé)’가 대표적인 브랜드로 꼽힌다. 당시 할리우드 셀럽들이 일상에서 보헤미안 스타일을 재해석하면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보호시크의 대표 아이콘인 시에나 밀러(Sienna Miller)는 내추럴한 웨이브 헤어와 태슬 부츠를 주로 활용했고, 케이트 모스(Kate Moss)는 가죽 재킷이나 낮게 둘러맨 벨트로 특유의 락시크 무드를 더했다. 또 메리 케이트 & 애슐리 올슨(Mary-Kate & Ashley Olsen) 자매는 오버사이즈 코트나 맥시 드레스를 활용해 빈티지한 보헤미안 룩을 선보이기도 했다.
2025 보호시크 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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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시크의 대명사이자 보헤미안 무드의 정수를 담아온 ‘이자벨마랑’은 24FW에 이어 25SS에서도 특유의 보헤미안 감성을 이어가며 한층 더 강렬해진 룩을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의 메인 테마는 ‘아마존’. 열대 지방의 대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오렌지, 버건디 등 강렬한 레드 계열의 컬러 대비를 활용했고, 실크 소재와 프린지 장식으로 자유롭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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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에’ 역시 이 흐름에 동참했다. 24 FW로 데뷔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셰미나 카말리(Chemena Kamali)는 브랜드 특유의 우아한 감성을 기반으로 보헤미안 시크를 재해석했다. 특히, 보헤미안 패션의 선두자 ‘시에나 밀러’를 앰배서더로 내세우며 당시의 무드를 다시금 조명한 것. 강렬한 컬러 대비가 돋보였던 이자벨 마랑과 달리, 빈티지한 색감과 부드러운 쉬폰, 레이스 디테일을 활용해 로맨틱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보호시크 스타일링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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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히피 스타일의 정석이었던 보헤미안과 보호시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절제미’다. 자유로운 분위기는 그대로 연출하되 과하지 않는 것이 핵심. 적재적소에 활용한 아이템으로 세련된 무드를 살리는 것이 포인트다. 그렇다고 정해진 공식은 없다. 보헤미안 무드의 또 다른 본질은 ‘개성’이기 때문. 아래 아이템들을 참고해 자신만의 보호시크 룩을 완성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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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솔티페블, Bohemian Sleeveless Dress (25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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➋ 비아플레인, Via Seona ruffle blouse (27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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➌ 베르소, Reversible Cotton Suede Vest (34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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➍ 파르피, Fringe Detail Long Boots (44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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➎ 더일마, Santafe Leather Belt (17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