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은 원래 무당들이 살았던 동네다. 조선 시대 때 광희문(광화문 아님)은 성 밖으로 시신이 나가는 통로였다. 이 때문에 광희문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무녀촌이 형성되었고, 이 인근을 신당(神堂)동이라 부르게 됐다. 갑오개혁 때에 이르러서 부정적인 의미를 쇄신하기 위해 이름을 신당(新堂)으로 바꿨다.
6·25 전쟁 이후에는 마복림 할머니가 골목길에서 떡볶이를 팔면서 떡볶이가 신당의 명물이 되었다. 떡볶이 골목은 70년대를 지나 80년대로 넘어오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다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많아지고 음식 배달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끊겼고, 현재는 상권이 신당 중앙시장 쪽으로 넘어갔다.

신당의 역사를 알고 나면 정말 재미있는 동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수, 을지로만큼은 아니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신당시장 부근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핫한 동네였다. 그런 신당에 산 지 7년, 이제는 안 가본 곳이 드문 에디터가 분위기 좋은 바를 추천한다. 밤에 잠이 안 오면 혼자 나가서 마시곤 했던 곳들이다.
소개하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두 편으로 나누었다. 이번 편에서는 신당시장과 그 일대의 가게들을 소개하겠다.
코끼리 브루어리
신당시장 골목 안에 위치한 수제맥주 집이다. 맥주도 맛있는데, 안주는 더 맛있다. ‘ESC’는 코끼리 브루어리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맥주. 부드럽고 누구나 호불호 없이 좋아할 맛이다.

안주로는 깻잎크림순대와 누룽지꽈리닭강정을 추천한다. 테이블도 많지만, 바 좌석도 많아 혼자 오기도 여럿이서 오기도 좋다. 가게 내부가 많이 어둡지 않아서 간단한 작업도 할 수 있다.
서울 중구 퇴계로83길 22-37
낫파운드모어
모든 종류의 술이 다 있다. 맥주, 하이볼, 칵테일, 와인, 위스키까지. 이곳은 외부음식 반영을 환영한다. 개인적으로 먹고 싶은 안주가 있다면 챙겨가거나 신당시장을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안주를 골라봐도 좋을 것이다.

이곳은 혼자 가는 것도 좋지만, 친구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가는 것을 추천한다.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음악 소리가 크지 않아서 이야기를 나누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서울 중구 퇴계로87길 43-21 2층
헤이웨이브
혼자 마시기엔 여기만 한 데가 없다. 낫파운드모어와 같은 골목에 있다. 이 골목에는 가게들이 많은데, 이곳 헤이웨이브는 모두가 닫았을 시간에도 홀로 골목길을 밝히고 있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새벽 네 시까지 열려있다.

좌석이 적은 편이라 혼자 가면 사장님과 즐겁게 대화를 할 수 있을지도. 술은 수제맥주만 팔지만, 맥주와 어울리는 맛있는 안주들이 많다. 등뼈조림컵라면이나 히레카츠를 추천한다.
서울 중구 퇴계로87길 43-25
히피히피
지도가 안내해주는 대로 가다 보면,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가게 사이에 히피히피라고 적힌 커다란 나무간판이 반겨준다. 계단을 올라가서 문을 열면 색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LP 바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신청곡을 틀어주는 LP 바는 흔치 않다. 한 팀당 종이 한 장에 원하는 노래를 신청할 수 있고, 신청한 곡은 보유한 음반이 있을 시에만 틀어준다. 조용히 노래를 감상하러 가는 곳이기 때문에 안주는 과자뿐이고 술은 위스키, 하이볼, 맥주가 있다. 맥주의 종류가 다양해서 고르는 재미가 있다.
서울 중구 마장로9길 35-1 3층
플롯
위스키를 좋아한다면 이곳이다. 아주 늦은 밤까지 영업해서 밤에 잠이 안 올 때 혼자 가기 좋다. 휴무일을 제외하면 새벽 다섯 시까지 열려있다.

어떤 위스키를 고를지 고민된다면 위스키 샘플러를 시키자. 세 가지 위스키가 하프로 제공된다. 겨울에 방문한다면 시즌 메뉴인 통영 굴, 완도 김 부가티니를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2월까지만 판매된다.
서울 중구 다산로46길 17
소개한 곳들은 모두 혼자 가기에 정말 좋은 곳들이지만, 사실 둘이 가면 더 좋다. 하지만 에디터는 꿋꿋하게 혼자 갈 것이다.
다음 편은 이번 편의 반응이 좋으면 이어서 써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