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왠지 혼자 음악을 들으며 조용하게 한잔하고 싶은 날. 오늘을 다시금 돌아보며 나를 마주하고 싶은 날. 당신이 아닌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날.
그러나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도 혼술은 망설여지기 마련이다. 혼자라는 것은 나의 감각에만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민해질 수밖에. 그래서 뭐든 적당하기만 한 곳은 혼자 갔을 때 유독 실망할 때가 많다. 그런 날을 위해서 아껴둔 혼술하기 좋은 바를 소개하고자 한다.
홍대 거리와 연남동을 피해 망원동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망원동은 주택가 사이에 섞여 있는 가게들이 즐비한 동네다. 적막하진 않지만 너무 시끌벅적하지 않은, 그래서 혼술을 하더라도 자연스레 섞일 수 있는 곳이니까. 함께지만 혼자이고 싶은 그런 날, 망원동에서.
망원동 책바
원래 연희동에 있었기에 ‘연희동 책바’라고 불렸지만, 작년 망원동으로 이전하며 이제는 ‘망원동 책바’가 되었다. 조용한 이곳 망원동과 어쩐지 잘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혼자 책과 위스키를 읽으면 그날 읽은 책이 좀 더 와닿을지도 모른다.
망원 옆 합정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바, 문학살롱 초고가 있다. 다만 문학살롱 초고에서는 평일에는 몰입을, 주말에는 교류를 지향한다. 부담 없이 술을 즐기고 싶다면 문학살롱 초고에서, 온전히 술과 책에 집중하고 싶다면 책바에서 혼술을 즐겨보자.
책바에는 다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좌석도, 침묵을 권장하는 몰입의 방도 마련되어 있다. 책은 물론 영화도, 사색도 좋다.
마포구 포은로 90 3층
망원동 사뭇
허다하게 나타나고 사라지는 마포구의 가게들 사이에서 사뭇은 무려 8년째 자리 잡고 있다. 사뭇의 간판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가게가 모여 있는 형태의 쉐어 샵 ‘어쩌다 가게’의 2층에 위치해 있으니 어쩌다 가게의 간판을 찾아 방문해 보자.
호젓한 골목에 들어선 노출 콘크리트식 건물로 다소 서늘하지만 온기가 도는 곳이다. 계단을 올라 가게를 마주하면 그곳에는 열 석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 있다. 여느 칵테일 바와 같이 메뉴판에 없는 술은 따로 요청이 가능하다.
마포구 월드컵로19길 74 2층
망원동 구스커피앤바
골목을 들어설 때마다 흐르는 재즈 음악 소리에 에디터의 눈길이 갔던 곳. 지도 앱을 켜 찾아간 곳이 아닌 우연한 발걸음으로 방문한 곳이었다. 망원 시장 안쪽에 위치한 구스커피앤바는 이름처럼 카페와 바를 함께하는 곳이다.
가게 입구에 붙어 있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포스터를 보고 괜찮은 곳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와 취향이 맞는 곳이라면 날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그 직감은 맞았다.
항상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은 커피와 즐겨도, 와인과 즐겨도, 위스키와 즐겨도 그럴싸하다. 눈이 펑펑 내리는 그런 겨울에 와도 좋겠다.
마포구 월드컵로17길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