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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몇 개나 가지고 있어? 스트라이프

이토록 매력적인 패턴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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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는 매력적인 패턴이다. 누구나 스트라이프 패턴이 들어간 옷을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모든 사람에게 무난하게 어울리고, 코디하기 쉬워서 쉽게 손이 간다. 많은 브랜드들이 매 시즌 빼놓지 않고 스트라이프를 사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스트라이프는 처음부터 사랑받았던 패턴은 아니었다. 레위기 19장에는 “두 재료로 직조한 옷을 네 몸에 걸치지 말라”는 구절이 있었고, 중세 유럽에서는 성직자들의 줄무늬 옷 착용이 금지되었었다. 당시 사회에서 줄무늬는 악마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광대, 죄수처럼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에게 주로 입혀졌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19세기까지도 이어졌다. 민간인과 수감자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죄수들에게 줄무늬 유니폼을 입혔고, 그 이미지가 각인되면서 줄무늬는 사회적 낙인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73년 영화 <빠삐용>에서 볼 수 있는 죄수복이 대표적인 예로, 지금도 종종 대중매체에서는 줄무늬를 죄수의 상징처럼 묘사하곤 한다.

하지만 스트라이프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1858년 프랑스 해군의 유니폼을 시작으로 점점 변한다. 21개의 파란색과 흰색 줄무늬로 이루어진 프랑스 해군의 유니폼은 ‘마리니에르(Marinière)’라 불리며, 바다 위에서 실종자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기능적인 이유에서 도입된 이 유니폼은 스트라이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서서히 벗겨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1917년, 코코 샤넬이 프랑스 휴양지에서 마리니에르 셔츠를 보고 이를 여성복으로 재해석한다. 남성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여성복에 접목시켜 스트라이프는 ‘세련된 자유’의 상징으로 떠오른다. 이후 스트라이프는 귀족적이면서도 동시에 실용적이고, 개성 넘치는 패턴으로 자리 잡게 된다.

스트라이프를 사랑한 예술가들도 많다. 피카소는 작업할 때 늘 세인트 제임스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즐겨 입었고, 패션계의 반항아 장 폴 고티에는 스트라이프를 자신의 시그니처로 삼았다. 그는 클래식한 줄무늬에 유쾌한 위트를 더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스트라이프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과 겨울에도 거리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패턴이다. 올해는 특히 스트라이프 PK 셔츠가 눈에 띈다. 긴팔의 스트라이프 위에 반팔을 레이어드하는 방식으로도 스트릿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다. 물론, 스트라이프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충분히 멋스럽다. 스트라이프는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패턴이니까.

코디할 때는 줄무늬의 굵기와 방향을 신경쓰자. 세로 스트라이프는 몸을 길고 슬림하게 보이게 하고, 가로 스트라이프는 보다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상의나 하의 중 하나만 스트라이프로 선택하면 과하지 않게 스타일링할 수 있고, 단색 아우터나 액세서리를 더하면 전체적인 밸런스를 잘 맞출 수 있다.

스트라이프는 단순한 무늬가 아니다. 억압과 금기의 상징에서 시작해, 지금은 자유와 개성, 실용과 세련됨을 상징하는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트라이프를 입고 또 사랑한다.

당신의 옷장에는 몇 개의 스트라이프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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