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 11월, 프랑스에서는 하나의 법률이 제정되었다. 여성들은 치마만 입어야 하며, 바지를 입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여성이 바지를 입기 위해서는 사전에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200년 넘게 이어져온 이 법은 마침내 2013년 폐지되었다.

법안이 개정되어 허용되기도 했으나, 완전히 폐지된 것은 2013년이었다. 현대에 들어서는 사실상 사문화되어 지켜지지 않은 법률이었지만, 과거 프랑스에서 여성이 바지를 입는다는 것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한 일이었다.

30,40년대 영화사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인 독일의 마를렌 디트리히. 그녀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턱시도를 입고 나타나 할리우드마저 놀라게 한 인물이었다.

1930년작 <모로코>에서 디트리히는 재킷과 바지를 입고 캬바레 가수를 연기했다. 게다가, 그 모습으로 관객석에 앉아 있는 여성에게 키스하는 장면이 영화에 담겨있었으니. 이는 곧 그녀를 둘러싼 스캔들로 이어졌다.

“나는 이런 옷을 입었을 때 훨씬 더 매력적이다.”

이후 1932년. 이번에는 그녀가 <사인 오브 더 크로스> 시사회에 수트를 입고 등장했다. 여성은 잠들 때조차도 바지를 입을 수 없었던 시기에 자유로이 재킷과 바지를 입고 로스앤젤레스를 누비던 마를렌 디트리히였다.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
이브 생 로랑이 남긴 말처럼, 시대를 초월한 스타일은 영원히 남겨졌다. 지금도 레드 카펫에서 수트를 입고 등장하는 여성 배우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마를렌 디트리히를 시작으로, 매니쉬룩은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그녀의 파격적인 룩은 패션계에 귀감이 되었다. 그녀에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 중 한 명이 바로 이브 생 로랑이었다.

1966년, 이브 생 로랑은 쿠튀르 컬렉션의 일부로 여성들을 위한 턱시도, ‘르 스모킹(Le Smoking)’을 발표했다. 르 스모킹은 기존의 스모킹 재킷에서 유래해 만들어진 컬렉션이었다. 이는 19세기, 실크 소재에 담뱃재가 바로 흘러내려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고안된 재킷이었다.

“수트를 입은 여성은 남성적이지 않다.” – 이브 생 로랑
그의 르 스모킹 컬렉션은 남성복을 그대로 옮겨놓기만 한 수트가 아니었다. 여성을 위한, 새로운 여성복을 제시한 것이었다. 날카로운 어깨선과 날렵하게 떨어지는 칼라, 그리고 여성의 몸에 꼭 맞게 제작된 허리 라인과 팬츠. 이것이 르 스모킹이었다.

생 로랑의 뮤즈 중 한 명이었던 ‘낸 캠프너(Nan Kempner)’는 르 스모킹 턱시도를 입고 맨해튼의 레스토랑에 방문했다. 하지만 입장을 거절당했다. 여성의 턱시도는 수영복과 같다는 것이 레스토랑 측의 입장이었다. 결국 낸 캠프너는 바지를 벗어던지고 재킷만 걸친 채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코코 샤넬은 여성에게 해방을, 이브 생 로랑은 힘을 실어주었다.” – 피에르 베르제

여성 해방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르 스모킹 컬렉션. 이는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한 시대를, 여성과 문화를 바꾸어놓은 옷이었다. 그리고 이브 생 로랑은 말했다. “여성과 나는 서로를 사랑한다. 내 컬렉션은 사랑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