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이어폰이 세상을 지배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7년 전, 애플은 에어팟 1세대를 출시하며 이어폰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다. 처음 에어팟이 공개됐을 때, 모두가 콩나물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를수록 거리에는 에어팟을 귀에 꼽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에어팟은 분명 애플의 또 다른 혁신, 인정한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귀여운 사이즈, 아이폰과 최적화된 편리성, 부족함 없는 음질, 미래적인 디자인까지. 한 번 에어팟의 편리함을 맛본 사람들은 줄 이어폰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연 무선이어폰이 유선 이어폰을 완벽히 대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외면받는 유선 이어폰의 장점은 생각보다 많다. 오늘은 여전히 매력적인 유선 이어폰의 장점과 추천하는 입문 기기에 대해 알아보자. 글을 다 읽을 때쯤이면 주문해둔 에어팟을 취소하고, 유선 이어폰을 주문할지도 모른다.
‘아, 배터리 없네’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한다면 배터리가 없어서 난감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 시간이 넘는 출퇴근길, 음악마저 없다면 기운이 빠질 수밖에. 훗, 유선 이어폰은 충전이 필요 없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에 선만 연결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유선 이어폰 승.
‘게임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못해요’
게임을 자주 한다면 유선 이어폰은 필수. 무선 이어폰은 사운드 레이턴시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미 총에 맞고 죽었는데 총성이 귀에 울리면 억울하지 않은가. 유선 이어폰은 기기와 직접 연결하기 때문에 사운드 레이턴시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총 쏘는 적에게 즉각 반응할 수 있는 것. 이기고 싶다면 유선 이어폰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천년만년 쓸 수 있는 이어폰을 찾습니다’
이어폰 한 개를 구매해서 오래오래 사용하고 싶다면 무선보다 유선이 유리하다. 무선 이어폰은 오래 사용하면 배터리 효율이 감소하고, 고장도 쉽게 나기 때문. 반면에 유선 이어폰은 배터리 관리가 필요 없다. 오히려 오래 사용할수록 에이징 돼서 사운드 품질이 올라간다. 외부 충격에 의한 단선만 조심하면 오랜 시간 좋은 사운드로 이어폰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올 수 없는 음질의 퀄리티’
무선 이어폰 음질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한들, 아직 유선 이어폰의 음질을 따라잡지 못했다. 무선 이어폰은 기기와 직접 연결되는 게 아닌, 오디오 신호를 가져와서 사운드를 출력한다. 그로 인해 대역폭 한계와 여러 요인의 복합적인 결과로 음질이 저하된다. 그와 반대로 유선 이어폰은 직접 기기로부터 신호를 받아오기 때문에 원음에 가장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디테일한 사운드까지 놓치지 않고 싶다면 유선 이어폰을 선택해야 된다.
‘나는 남들과 달라’
필자가 이 원고를 시작한 진짜 이유, 바로 ‘감성’이다. 무선 이어폰이 너무 대중화된 요즘,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마주치면 왠지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저 사람은 무슨 노래를 들을까?”, “어째서 아직도 유선 이어폰을 쓰지?”와 같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또 패션, 문화, 음악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한마디로 ‘패셔너블’해 보인다.
‘완벽한 입문 이어폰’
가볍게 출발해 보자. 누구나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을 가진 제품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삼성 AKG 인이어 이어폰’이다. “삼성 AKG? 협업해서 만든 이어폰이야?” 맞고 틀리다. 삼성과 AKG의 합작으로 탄생한 이어폰이지만 협업은 아니다. AKG가 삼성에 인수됐기 때문. 1947년 설립된 세계적인 오디오 장비 브랜드 AKG는 지난 2016년, 하만을 거쳐 삼성전자에 인수됐다. 지금은 자체적인 제품 개발을 멈추고, 삼성전자의 오디오 튜닝을 담당하고 있다.
‘왜 이렇게 저렴해? 너무 좋아’
자, 벌써 신뢰가 간다.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전통 있는 오디오 장비 브랜드가 튜닝한 삼성전자의 이어폰이라니, 못해도 기본은 해줄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삼성 AKG 이어폰은 갤럭시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번들로 받아볼 수 있었다. 과거에 아이폰을 구매하면 이어팟을 함께 주던 것과 동일하다. 하지만 갤럭시도 아이폰처럼 이어폰 구성을 빼어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따로 구매해야 한다. 구매는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고, 가격은 3만 3천 원이다. 정말이지 합리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가격이 이게 맞아?’ 부족함 없는 음질과 기능
첫 번째 추천 유선 이어폰으로 삼성 AKG 이어폰을 고른 이유는 분명하다. 3만 3천 원이라는 낮은 가격대, 그리고 부족함 없는 음질과 기능이다. 입문하기에 이보다 좋은 이어폰을 찾기 어렵다. 먼저 음질은 정말이지 놀라운 수준을 보여준다. 고음과 중저음 모두 고르게 들려준다. 부족한 음역대가 딱히 느껴지지 않는 플랫 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인이어 이어폰답게 차음성이 뛰어나서 공간감이 잘 느껴진다.
기능도 충분하다. 버튼 컨트롤러가 있어서 음악 재생과 중단, 통화 제어가 가능하며 음량 조절도 할 수 있다. 내장된 마이크 성능 또한 우수하다. 마이크를 입 가까이 가져다 대지 않아도 원활한 통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심플한 디자인, 패브릭 케이블까지. 더 필요한 게 있나?’
삼성 AKG 이어폰은 디자인과 내구성까지 모두 만족스럽다. 작고 심플한 원형 이어 팁, 센스 있는 AKG 각인, 블랙과 화이트 모노톤 컬러까지 완벽하다. 또한 패브릭 케이블은 줄꼬임을 방지해 주고 단선의 위험으로부터 이어폰을 지켜준다. 고장 없이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는 이어폰인 것. 아무리 생각해도 매력적인 제품이다. 추천한다.
‘나는 프로처럼 보이고 싶어. 음악에 진심이라면?’
두 번째 추천 이어폰은 ‘슈어 SE215’다. 일반 유저부터 프로까지 두루 사용되는 이어폰으로 출시된 지 12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두터운 팬층을 자랑한다. SE215 모델은 슈어 브랜드에서 저렴한 가격대로 판매되는 모델 중 하나다. 아무래도 작곡가와 가수처럼 전문적으로 이어폰을 사용하는 프로들을 위한 브랜드이기에 100만 원이 넘는 고가 모델들이 즐비한다. 그렇지만 SE215도 ‘슈어’다. 한 차원 높은 경험을 원한다면 좋은 선택이 되어줄 것.
‘익숙하지 않은 착탈식 케이블’
슈어 이어폰은 케이블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다. 물론 이어폰을 구매하면 기본 케이블이 제공되지만 사용자의 취향과 개성에 맞게 얼마든지 커스텀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만약 무선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블루투스 모듈을 체결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참 다재다능한 친구다.
귀 뒤로 넘겨주세요’ 독특한 착용 방식
착용하는 방법도 일반적인 이어폰과 다르다. 케이블을 귀 뒤로 넘겨서 더 안정적으로 고정하는 오버이어 이어폰 방식이기 때문. 귀에 케이블을 한 번 더 감기 때문에 이어폰 탈락이 방지되고, 케이블 마찰로 인한 소음까지 잡을 수 있다. 정말이지 ‘프로’를 위한 이어폰이 확실하다.
‘시원한 고음역대를 원한다면’
슈어 SE215 역시 모든 음역대를 준수하게 표현하지만, 고음역대가 좀 더 강하게 살아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플레이리스트에 엠씨더맥스 노래가 가득하다면 말해 뭐해, 강력 추천한다. 가격은 15만 원대로 다소 높지만, 분명 그만큼 만족스러울 것.
‘믿고 듣는 사운드의 명가’
마지막은 젠하이저(SENNHEISER)다. 자타 공인 세계 최고의 음향기기 전문 브랜드 젠하이저의 작품, ‘IE200’ 이어폰은 대미를 장식하기 충분하다. 10만 원 중반대로 큰 부담 없는 가격, 호불호 없는 중립적인 사운드, 시크한 디자인 등 선택해야 되는 이유가 넘치기 때문.
‘이어 팁에 따른 사운드 커스텀’
젠하이저 IE200은 이어 팁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리를 들려준다. 이는 젠하이저가 의도한 부분으로, 특히 저음에서 이어 팁에 따른 변화가 가장 크게 감지된다. 다양한 종류와 사이즈의 이어 팁을 제공하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사운드를 찾아서 사용할 수 있다. 내 귀에 딱 맞는 소리를 찾아 모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