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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껏 바지를 내려라, 벗겨질 듯한 새깅 스타일의 역사

바지 내려 입는 새깅 스타일의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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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패션 스타일의 인기가 돌아옴에 따라 다시 길거리를 지배한 ‘새깅(Sagging)’. 속옷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내려 입은 바지와 형형색색의 팬티, 오버사이즈 후드 스웨트셔츠는 언제부터 힙합의 상징이 됐을까? 

이유 없는 패션은 없다. 심지어 바지를 내려 입기 시작한 데에도 다 이유가 있으니 말이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찾아보기 어렵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새깅의 역사, 지금부터 알아보자.


1990

이 글에서 다루는 ‘새깅(Sagging)’의 사전적 의미는 ‘늘어짐’이다. 풀어서 ‘자체 중량에 의해 부분적으로 흘러 떨어져 도면에 파상 형태로 솟아오른 모양을 형성하는 현상’이다. 오늘의 주제인 새깅 패션 역시 사전적 의미와 비슷하다. 헐렁한 사이즈의 데님 팬츠 혹은 워크 팬츠를 엉덩이에 걸치도록 내버려 두고, 속옷과 오버사이즈 티셔츠가 밖으로 노출되도록 의도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새깅 패션은 힙합과 스케이트 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개성을 표출하고 주류 문화에 대항하는 정신을 가진 두 문화는 어찌 보면 새깅과 어울릴 수밖에 없는 운명. 90년대 힙합 음악의 성장과 더불어 새깅도 주류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새깅은 어디서 왔는가. 갑자기 아무 근거도 없이 갑자기 바지를 내려 입지는 않았을 것.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알아보자. 교도소의 상징

많은 이들이 정답은 미국 교도소 시스템에 있다고 말한다. 미국 교도소는 수감자들이 감옥 안에서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물건을 금지한다. 헐렁한 바지를 허리에 고정하는 ‘벨트(Belt)’ 역시 그중 하나. 다툼이 많이 발생하는 교도소에서 벨트는 대단히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의 목을 조르거나 휘둘러 때릴 수도 있으니.. 뿐만 아니라 마음만 먹는다면 천장에 벨트를 매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미국 교도소는 수감자들에게 사이즈에 맞는 죄수복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죄수들은 어쩔 수 없이 사이즈가 큰 죄수복을 입게 되었고, 흘러내리는 바지와 함께 살게 됐다.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까지 감옥 생활을 한 죄수들은 신체 사이즈보다 큰 죄수복에 익숙해졌다. 상상해 보자. 매일같이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바지를 입다가 허리에 딱 맞는 바지를 입으면 얼마나 답답하고 불편하겠는가. 복역을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된 죄수들이 청바지를 엉덩이까지 내려 입게 된 이유다. 힙합의 역사와 새깅

90년대 힙합을 이끈 인물들은 대부분 흑인이다. 그리고 당시 흑인들은 지금보다 훨씬 거칠었다. 죄를 짓는 비중 역시 백인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당연하게도 감옥에 다녀온 흑인 래퍼들이 많았고, 그중에는 힙합의 아이콘이자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투팍 샤커(Tupac Amaru Shakur)’도 있었다. 투팍은 새깅 스타일의 부흥을 이끈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빡빡 민 머리와 느슨한 티셔츠, 엉덩이에 걸친 청바지는 투팍을 상징하는 패션. 대단했던 영향력 만큼 다른 래퍼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 했고, 새깅은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힙합은 곧 새깅, 새깅은 곧 힙합이었다. ‘우리는 당신의 속옷이 보고 싶지 않아요 – 버락 오바마’

재밌는 사실이 있다. 갱단과 흑인, 래퍼들이 즐겨 입던 새깅 스타일은 당연하게도 불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게 됐는데, 이에 미국의 북미 지방 정부가 학교와 교통 기관, 심지어 비행기에서도 새깅 스타일을 금지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하지만 관련된 주법이나 연방법의 제정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미국의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는 2008년 대선을 치르기 직전에 MTV에 출연해서 “형제들이여, 바지를 올려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의 속옷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입니다”라고 말하며 새깅 스타일의 확산에 대한 우려의 말을 전했다. 이처럼 새깅은 사회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불량’ 이미지의 상징과 같은 패션이 되어버렸기 때문. 심지어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는 일본 스노보드 선수가 헐렁하고 늘어진 셔츠, 처진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개막식 참가가 금지되기도 했다. 패션이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새깅 스타일은 90년대를 상징하는 하나의 패션 스타일이 됐다. 저스틴 비버를 비롯한 수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이 새깅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으며, 다양한 하이엔드 패션 하우스에서도 새깅 스타일의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브랜드들의 새깅 스타일 아이템 출시는 과거 불량한 이미지로 가득했던 새깅 패션을 다시 한번 주류로 올려놨다. 그렇기에 더더욱 당당하게 제안할 수 있다. 거칠고 힙한 감성의 스타일을 추구한다면, 있는 힘껏 바지를 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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