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폰’을 쓰고 싶다. 단지 두려울 뿐. 지난 10월에 출시된 아이폰 15 시리즈는 비싸다. 가장 인기가 많은 15 프로 모델은 155만 원부터 시작, 가장 비싼 15 프로 맥스 1TB 모델은 무려 250만 원이다. 아무렴 파손이 두려울 수밖에.
그럼에도 우리는 과감하게 케이스와 보호필름, 카메라 필름을 벗겨내야 된다. “어머, 우리 소중한 아이폰이 망가질 수도 있잖아요”라고 말하며 반발하겠지, 하지만 필자는 우리 아이폰 동지들을 생폰의 월드로 이끌고자 한다.
‘최고들이 열심히 만들었는데’
아이폰을 누가 만들었는가. 애플이 만들었다. 그렇다면 애플은 어떤 기업인가.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절대로 대충 만들지 않는다. 200g 무게의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아이폰 한 대를 만들기 위해 세계 최고의 기술자들이 밤낮을 지새우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최고들이 완성한 작품에 싸구려 고무 케이스를 끼우고, 쉽게 깨져버리는 저렴한 유리로 선명한 화면을 가리고 있다. ‘1g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아이폰 15 시리즈는 이전 제품보다 가벼워졌다. 15 프로 모델은 187g으로 206g이나 나가던 14 프로 모델보다 약 20g 가볍다. “20g 차이가 체감이 돼?”라고 생각하신다면 아이폰 14 프로, 혹은 그 이전 모델을 사용하고 있을 것. 이해한다. 하지만 직접 만져보고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바로 알 수 있을 거다.
애플은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성능과 기능은 더 업그레이드하면서 무게는 줄일 수 있을까. 프로 모델 특유의 고급스러움 역시 놓칠 수 없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무거운 소재를 가벼운 소재로 바꾸자’였다. 오랫동안 유지했던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을 버렸다. 그리고 무게는 가볍지만 금속 중에서 비강도가 가장 뛰어난 티타늄 프레임을 적용했다. ‘부서지지 않아요’
프레임과 무게는 파손과 깊은 관계다. 무게가 무거울수록 떨어졌을 때 강한 충격을 받고, 파손의 위험이 커진다. 그리고 프레임은 대부분의 경우에 가장 큰 충격을 받는 부위다. 파손되지 않는 강한 소재를 사용해야 되는 이유다.
아이폰 15 프로 모델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튼튼하다. 일반적인 높이에서 떨어졌을 경우, 티타늄 프레임은 절대로 쉽게 파손되지 않는다. 물론 작은 흠집과 추락의 흔적은 남을 수 있지만 모든 물건은 사용할수록 낡아간다. 작음 흠집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만큼 촌스러운 일도 없다.(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무거운 거 싫다면서’
열심히 무게를 줄여 놓으면 뭐 하나, 두껍고 못생긴 케이스로 다시 무게를 늘리는걸. 심지어 0.1mm 단위로 설계된 디자인 역시 케이스를 끼우는 순간 무용지물이 된다. 대충 아이폰 실루엣에 맞게 설계된 케이스로 인해 애플이 의도했던 손에 쥐었을 때의 그립감과 무게, 유저가 느껴주길 바랐던 디자인의 감성까지 모두 무너진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했다’
아이폰 12 시리즈 이후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면 보호필름 역시 벗겨주길 바란다. 아니, 모든 아이폰 유저는 지금 바로 답답한 화면 보호 필름을 홀가분하게 벗겨주길 바란다.
애플은 유저들이 선명하고 아름다운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즐겨주길 바라고 있다. 놀라운 색 표현과 뚜렷함, 마치 손가락에 착 붙어서 움직이는 것 같은 동작감을 느끼고 싶다면 보호필름은 반드시 제거해야 된다.
두꺼운 유리 보호필름을 사용하는 유저들에게 얼마나 서운했으면 애플은 지난 2020년, 코닝과 협업하여 완성한 신기술 ‘세라믹 쉴드’를 공개했다. “그게 뭔데?” 쉽게 알아보자. 세라믹 글래스란 일반적인 유리를 액화점까지 재가열한 후에 냉각해서 금속처럼 결정형 구조를 갖도록 제작한 게 세라믹 글래스다. 애플은 특허받은 듀얼 이온교환 공정 기술을 적용해서 기존 유리보다 무려 4배 이상 나은 괴물같이 튼튼한 세라믹 쉴드를 완성했다. ‘거짓말, 기스 나던데?’
기스는 날 수 있다. 주머니에 자동차 키와 함께 있고, 아이폰 화면과 맞닿아 있다면 자잘한 기스는 당연히 생길 수 있다. 세라믹 쉴드는 자잘한 기스와 흠집을 막아주는 것보다 낙하 시 충격 흡수 개선에 중점을 둔 기술이다. 아이폰이 아스팔트 바닥에 추락했을 때 당당하게 집어 들 수 있다는 것. ‘제발 마케팅에 속지 마’
무엇보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바로 카메라 보호 필름이다. 아이폰의 카메라는 기술력의 집합체. 유리의 두께부터 소재, 크기까지 모두 철저한 계산을 통해 이뤄진 결과물이다. 그런 카메라 렌즈 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리 필름을 덮는다고? 좋지 않은 선택이다. ‘시계에 자주 사용되는 사파이어 글라스’
카메라 렌즈 유리는 자잘한 기스 걱정도 필요가 없다. 사파이어 글라스가 사용됐기 때문. 사파이어 글라스는 시계 유리에 자주 사용되는 소재로 경도가 높아서 스크래치에 강하다. 필름 안 씌워도 기스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 “사진 많이 찍는데 흠나면 화질 안 좋아지잖아요”같은 걱정은 접어두고 못생긴 카메라 보호필름을 제거해 보자. ‘요즘 마니아들은 이렇게 하더라’
이해한다. 생폰이 예쁘고 가볍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100만 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막 굴릴 수는 없는 노릇. 조금이라도 가볍고 티 안 나는 케이스(일명 청량 케이스)가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다.
여전히 조금이라도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시원하게 보호필름과 케이스를 벗기지 못하고 있는 분들은 주목. 요즘 애플 마니아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생폰을 쓸 수 있는 이유를 알려주겠다.
정답은 애플이 지원하는 공식 보험 서비스, ‘애플 케어 플러스’다. 일명 ‘애케플’이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는 최근 아이폰의 가격이 날로 높아지면서 필수 절차가 되어가고 있다. ‘뭐가 좋은데?’
핵심 내용이다. 신형 아이폰을 구매하면 불안한 마음에 일단 애케플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잘 활용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
애케플은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기기의 고장과 파손 등 예상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복잡한 내용은 애플 공식 온라인 홈페이지를 참조 바라며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만 알아보자.
애케플에 가입하면 ‘리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12만 원의 비용만 지불하면 파손되거나 고장 난 아이폰을 새것으로 교환받을 수 있는 것. 생폰으로 멋지게 사용하다가 리퍼로 교환받으면 된다. 심지어 애케플에 가입한 아이폰 기기는 중고 가격도 높게 받을 수 있다. 그 이유 역시 리퍼 서비스 때문. 이 내용은 꼭 기억해 뒀다가 다음에 신형 아이폰을 구매하면 가입 여부를 고민해 보자.
‘사실’
개인의 취향과 의견을 존중한다. 케이스가 예뻐서 사용할 수도 있고, 디자인의 아름다움과 가벼운 무게보다 편안한 마음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케이스를 쓰는 게 맞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생폰이 쓰고 싶지만 고민 중인 유저들을 설득하고 싶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