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가 옷 전체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아주 작지만, 그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고가의 옷에 달린 조악한 플라스틱 단추는 구매 욕구를 사라지게 만들지만, 정교하게 디자인된 단추 한 개는 평범한 옷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

명품 브랜드의 단추는 중고 거래에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귀걸이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이처럼 잘 만든 단추는 쉬이 버려지지 않는 생명력을 가진다.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단추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작은 디테일이 전체 의상의 품질과 완성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샤넬은 단추에 대한 집착으로 유명하다. 그 시작은 가브리엘 샤넬이 1920년대에 선보인 여성용 투피스 수트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샤넬은 여성들이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투피스 수트를 디자인하며 단추를 기능적이면서도 장식적으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단추는 단순히 옷을 여미는 용도를 넘어, 샤넬만의 상징적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샤넬은 단추 하나에도 깊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다. 단추 디자인은 시즌마다 변화를 거듭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1950년대에 들어서 까멜리아, 라이언 헤드, 체인, 더블 C 로고 등 다양한 모티프가 샤넬의 단추에 활용되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을 담아낸 상징이었다.

프랑스의 유서 깊은 공방 ‘데뤼’는 샤넬의 단추를 제작하는 곳 중 하나였다. 1965년, 샤넬의 파트너가 된 데뤼 공방은 20년 뒤인 1985년에 샤넬 하우스가 처음으로 인수한 공방이 되었다. 이때부터 매 컬렉션마다 데뤼 공방은 샤넬의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위해 주얼리 단추를 디자인했다.
1997년, 샤넬은 단추, 자수, 모자 등 41개 공방과 공장 연합을 만들어 ‘파라펙시옹’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샤넬의 장인 정신을 집약한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2002년부터는 매년 공방 컬렉션 ‘메티에 다르’를 선보이며 공방 장인들의 기술과 열정을 기리고 있다.
2024년, ‘The Button’이라는 제목의 오뜨 꾸뛰르 쇼 티저 영상에서는 소매 단추가 떨어진 화이트 재킷을 수선하기 위하여 파리로 떠나는 마가렛 퀄리가 등장했다. 이 영상은 데이브 프리, 켄드릭 라마, 피지 랭도 참여하여 샤넬 단추의 역사와 현대적 재해석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샤넬의 단추는 단순한 디테일이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를 대변하는 요소이자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상징이다.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 샤넬은 단추 하나에도 세심한 공을 들여왔으며, 이는 여성들에게 자유와 우아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 샤넬의 컬렉션을 볼 때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단추가 눈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