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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패션은 하나다

상업에는 문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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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만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 패션만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 혹은 둘 다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 수치로 따져보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터. 그러나 어떤 사람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는 대충 유추해 볼 수 있다.

사운드만으로 환희를 느끼는 사람들은 대게 음악을 좋아할 것이고, 패션 디자인, 혹은 단단한 메이킹에 미친 사람은 패션을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둘 다 좋아할 것이다.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음악과 패션을 모두 좋아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는 이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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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트리트 패션의 거장 ‘후지와라 히로시’, 베이프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휴먼 메이드와 겐조를 맡고 있는 ‘니고’, 굳건히 패션에 문화를 녹여내고 있는 브랜드, 언더커버의 ‘준 타카하시’. 세 명의 일본 패션 아이콘들은 ‘펑크 문화’를 중심으로 모였다.

휘몰아치는 불친절한 넋두리 끝에서 패션과 음악, 문화의 유기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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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섹스 피스톨스(Tokyo Sex pistols)’.

혹시, 섹스 피스톨스 좋아하세요?

‘라몬즈’, ‘뉴욕 돌스’, ‘이기 팝’ 같은 아티스트들이 뉴욕에서 먼저 펑크 록의 시작을 알렸지만, 펑크의 ‘아이콘’은 영국에 있다. 바로 ‘섹스 피스톨스’. 섹스 피스톨스의 영향력은 일본까지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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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이었던 후지와라 히로시의 인생은 물 건너 온 섹스 피스톨스에 의해 180도 바뀌었다. 그는 음악 잡지에서 만난 섹스 피스톨스의 색다른 패션에 흠뻑 빠졌다. 그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말콤 맥라렌이 전개했던 ‘세디셔너리스(Seditionaries)’ 제품이 일본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금이라면 구하지도 못할 당시의 제품을 실시간으로 구매한 적 있다고.

누나의 영향, 그리고 ‘옷 잘 입는다’는 말이 좋아 관심을 가졌던 패션은 섹스 피스톨스를 알게 됨으로써 본인 인생의 업이 되었다.

니고는 펑크와 힙합, 그리고 패션에 빠져 있던 문화복장학원의 학도였다. 그는 학교에서 준 타카하시라는 소울 메이트를 만났다. 이들의 연결고리는 펑크였다. 니고는 학교를 졸업한 이후 후지와라 히로시와 함께 한 잡지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후지와라 히로시와 닮은 듯한 외모에 능력까지. 그는 후지와라 히로시의 2인자, ‘니고’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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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타카하시. 어릴 때부터 섹스 피스톨스, 펑크, 괴물을 좋아하는 남다른 학생이었다. 그는 일본 패션의 메카, 문화복장학원에 다니면서 음악 활동도 도모했다. ‘도쿄 섹스 피스톨스’. 이는 섹스 피스톨스를 사랑했던 준 타카하시의 커버 밴드였다. 함께 했던 사람으로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바운티 헌터’라는 브랜드를 이끌었던 이와나가 히카루. 바운티 헌터 역시 하라주쿠 스트릿 패션 씬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다. 준 타카하시는 조니 로튼과 닮아 ‘죠니오’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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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만난 친구 니고는 가끔 도쿄 섹스 피스톨스에서 드러머로 함께 했으며, 후지와라 히로시와의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준 타카하시는 여전히 펑크 처돌이로서 다양한 문화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리고, ‘Last Orgy’

혹시, 힙합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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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ring of colour

펑크 문화를 너무나 사랑했던 나머지, 영국으로 떠난 후지와라 히로시. 우연히 섹스 피스톨스의 매니저였던 말콤 맥라렌을 만났고, 그는 런던 펑크가 끝났으니 뉴욕으로 가라고 했다. 히로시는 펑크를 좋아했지만, 한창 인기였던 힙합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다. 실제로 런던에서 그가 상상했던 펑크 족들이 보이지 않아 말콤의 말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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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으로 떠난 그는 숀 스투시를 만났다. 그렇게 뉴욕에 도착한 그는 힙합과 스케이트 문화를 접하게 됐다. 그는 일본의 1세대 DJ로서, 디제잉 문화와 힙합 문화를 도쿄에 제대로 알린 최초의 ‘뮤지션’으로도 평가받았다. 이후 후지와라 히로시는 힙합과 서핑, 자전거(BMX)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첫 브랜드 ‘굿이너프(Goodenough)’를 론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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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와라 히로시와 함께 일했던 니고. 이들은 ‘뽀빠이 매거진’에서‘ 대중들에게 거리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젝트 ‘Last Orgy’를 맡아 진행했다. 비스티 보이즈, 런 디엠씨 등의 당시 인기 있던 힙합 문화를 함께 소개했다. 그는 준 타카하시와 함께 도쿄 섹스 피스톨스로 활동할 만큼 펑크 문화를 좋아했지만, 그에게 삶에 영향을 가장 많이 준 문화는 단연 힙합 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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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의 도움을 받아 준 타카하시와 편집샵 ‘NOWHERE’를 운영하면서 미국 빈티지 의류들을 팔았다. 미국에서 들여오는 아이템마다 몽땅 팔려버리니, 준 타카하시는 니고에게 그냥 브랜드를 만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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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많은 힙합 팬들이 사랑하는 브랜드 ‘베이프(A Bathing Ape)’를 론칭해 큰 인기를 얻었다. 거기에 더해, 니고는 ‘테리야키 보이즈’라는 일본의 슈퍼 힙합 그룹의 멤버로서 힙합 문화에서의 입지를 완전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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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화

문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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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와라 히로시는 일본에 힙합 문화를 대중화 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니고와 준 타카하시의 ‘NOWHERE’ 뿐만 아니라, 하라주쿠 뒷골목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서포트했다. ‘베이프’, ‘언더커버’, ‘더블탭스’, ‘네이버후드’, ‘와코 마리아’ 등 문화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브랜드에는 모두 후지와라 히로시의 손길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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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여, 2005년에는 ‘비즈빔’, ‘소프넷’의 수장들과 함께 ‘허니컴(HONEYEE.COM)’이라는 패션 웹진을 만들었다. 이들은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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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고는 힙합 씬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하는 ‘퍼렐 윌리엄스’의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Billionaire Boys Club)’을 함께 설립했다. 니고 역시 베이프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문화와 관련된 새로운 시도를 진행 중이다.

디올 옴므와 생로랑, 셀린느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패션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은 자신의 커리어를 ‘록스타’들과 함께했다.

넘버나인, 솔로이스트의 타카히로 미야시타는 자신의 우상인 아티스트 ‘커트 코베인’을 떠올리며 작업한다.

라프 시몬스는 독일 전자음악의 대부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앨범에 영향을 받아 컬렉션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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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프림은 스케이트보드 문화, 스투시는 서핑 문화, 릭 오웬스는 고딕 문화에서 영감을 받고 그 문화 안에 살아가면서 브랜드를 성공시켰다.

속이 텅 빈 ‘예쁜 디자인’은 시대 유행으로 그친다. 패션쇼에 등장하는 음악은 그저 쇼를 장식하는 역할만 맡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과 패션 그리고 우리 삶에 밀접한 수많은 예술 문화들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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