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비로소 들려오는 베이스 소리. 둥둥거리는 베이스를 느끼기 시작한 당신, 그 울림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테다.

그리고 여기, 베이시스트의 전설로 남을 사람이 있다. 켄드릭 라마, 스눕독과 같은 래퍼들과 네오 소울을 대표하는 에리카 바두, 그리고 퍼렐, 플라잉 로터스, 맥 밀러, 차일디쉬 감비노까지. 여러 장르에서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협업을 이어온 베이시스트이자 아티스트, ‘썬더캣(Thundercat)’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힙합, 소울, 재즈, 알앤비 등 장르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그의 시작은 헤비메탈의 하위 장르인 ‘스래시 메탈’이었다. 하드코어계의 전설이었던 밴드 ‘수어사이덜 텐던시스(Suicidal Tendencies)’에서 썬더캣은 10년 넘게 베이스를 연주했다.
이후 세션맨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아티스트와 함께 무대에 선 썬더캣. 그런데, 누군가는 그에게 베이스 소리를 감추라고 지적했다.

“베이스가 베이스처럼 들리도록 해라.”
이는 곧 거슬리지 않게, 튀지 않게, 베이스답게 연주하라는 뜻이었다. 스눕독은 그에게 ‘아무도 그렇게 연주하라고 한 적 없다’며 불평을 하기도.

“저는 제 악기가 하나의 역할만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베이시스트 썬더캣’이 아닌 ‘아티스트 썬더캣’을 발견한 사람을 만났다. 바로 네오 소울계의 전설, 에리카 바두였다. 그의 음악성을 인정한 에리카 바두는 함께 투어를 돌며 앨범을 작업했다. 그녀는 썬더캣을 무대 앞으로 내세우며 베이스를 연주하는 것 이상의 역량을 이끌어냈다.
“에리카 바두는 나에게 ‘썬더캣’이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가르쳐줬다.”

Drunk
“내가 밴드에 속해있어야만 음악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냥 세션 뮤지션일 뿐이었고, 이걸 스스로 깨달았다. 결국 술을 마셨다.”
이제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가기 시작한 썬더캣. 그의 정규 1집 [Drunk]가 마침내 세상에 공개됐다. 앨범명 그대로 취기가 담긴 이 앨범에는 그간 음악을 하며 겪은 감정들이 녹아있다.
“음악을 만들 때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어디로 흘러가는지 지켜볼 뿐.”
It Is What It Is
“그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다.”
2018년, 썬더캣의 동료이자 친구였던 맥 밀러는 그와 통화하고 몇 시간 뒤 세상을 떠났다. 여자친구와의 이별, 그리고 친구의 죽음. 상실감에 빠진 그는 방황을 겪었다.
2년 후, 썬더캣은 맥 밀러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그를 헌정하는 앨범 [It Is What It Is]를 발매했다.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 아닌, 그의 죽음을 인생의 일부로써 의연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맥 밀러의 죽음은 나에게 인생을 보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
13번 트랙 ‘Fair Chance’는 릴 비(Lil B), 그리고 썬더캣의 친구였던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이 피쳐링으로 참여했다. 릴 비와는 원래 친분이 없었지만, 이들 사이에는 맥 밀러의 죽음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 ‘It Is What It Is’에서는 썬더캣이 ‘Hey, Mac’을 외치며 2분 30초가량의 전주가 이어지고, 앨범은 끝이 난다. 그렇게 썬더캣은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놓아줬다.
“어떤 식으로든 친구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주어져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