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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너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지배하는 ‘한국의 모던 록’

언니네 이발관, 델리스파이스, 혁오, 실리카겔 그리고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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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부터 지금까지. 톱 100 차트를 플레이리스트에 내리꽂는 대중들과 엄선한 음악들로 플레이리스트를 채우는 리스너들까지 모두 만족시키고 있는 장르가 있다. 바로 ‘모던 록’이 그 주인공. 한국의 모던 록 계보는 90년대 후반에 데뷔한 델리 스파이스, 언니네 이발관 등으로부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은 건 “너무 유명해졌다”라는 팬들의 푸념을 듣고 있는 실리카겔과 혁오, 새소년 등. 꾸준하게 소비되며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장르이지만 많은 음악 장르들이 그렇듯, ‘모던 록’을 정의하는 기준은 애매하다.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이름처럼 모던하고 감성적이라는 것 정도? 


언니네 이발관

한국 모던 록 역사 첫 페이지를 쓰며 인디 씬은 물론 대중음악사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밴드, 언니네 이발관. 아이러니하게도 언니네 이발관은 PC 통신 동호회에서 활동하던 유저의 허풍에서부터 비롯됐다. 뮤지션이 많은 커뮤니티였기에, 자신도 음악을 한다고 해야 꿀리지(?) 않을 것 같아 거짓말을 했다는 밴드의 보컬, 이석원. 

그는 시간이 흐른 뒤 KBS FM <전영혁의 음악세계>에 출연하며 존재하지도 않는 밴드 ‘언니네 이발관’을 소개하기까지 이르렀다. 작은 거짓말이 방송국 전파를 타고 널리 퍼져나가게 된 상황. 이후 허겁지겁 멤버를 모집해서 모인 것이 키보드를 칠 줄도 모르는 키보드 류한길, 동호회 시삽 출신 베이스 류기덕, 팔다리가 길어서 뽑은 드러머 유철상이다. 

20년 이상 활동하며 멤버 교체, 공백기 등 많은 좌충우돌이 있었지만 리스너들의 인정을 받으며 꼿꼿하게 인디 밴드계의 1세대 역할을 도맡아 한 그들. 특히 모든 앨범 전반에서 느낄 수 있는 멤버 이석원의 완벽주의 성향은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 완벽주의 성향이 극강으로 치달은 것은 5집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 5집 발매로 수많은 트로피를 휩쓴 그들은 [혼자 추는 춤], [홀로 있는 사람들]을 발매한 뒤 2017년 공식 은퇴했다.


델리스파이스

‘정통’이라는 단어와 모던 록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지만, 한국의 모던 록에서 정통(正統)을 따진다면 델리스파이스를 제할 수는 없다. 1995년 PC 통신 하이텔의 ‘모소모(모던 록 감상 모임)’를 중심으로 결성된 오리지널 국내 모던 록밴드가 바로 그들이니까. 1997년 데뷔 앨범 [Deli Spice]를 시작으로 다양한 히트곡들을 발매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Espresso]의 수록곡 ‘고백’이다.

“중2 때 까진 늘 첫째 줄에”라는 가사 첫 줄만 들어도 뒷 가사를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곡. ‘차우차우’, ‘항상 엔진을 켜둘께’ 등 대중성 높은 록 음악들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들이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단체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2000년대 초반,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등장해 레전드 라이브 영상들을 대거 남겨놓았으니 그 시절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유튜브 아카이브를 활용할 것.


혁오

앨범 [사랑으로(through love)]를 통해 ‘사랑’이라는 심오한 질문만 남기고 떠난 그들. 2020년 이후 별다른 작업물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위잉위잉’ 열풍을 누가 잊을 수 있으랴. [20], [22], [23], [24]까지 모던록의 경계를 넘나들며 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인 그들은 아직까지도 열정적인 해외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내 밴드 중 하나다.

‘TOMBOY’, ‘공드리’, ‘와리가리’ 등 수많은 대표곡들이 있지만 필자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것은 ‘Help’ 그리고 ‘Tokyo Inn’. 혁오라는 밴드를 떠올렸을 때 “위잉~위잉~” 소절만 반복해서 읊조리고 있다면, 그들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셈이나 다름없다. 특히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미친(?) 퀄리티의 사운드 또한 혁오 앨범을 들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 아날로그 사운드를 추구하는 그들의 완벽주의 거름망은 날이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으니 다음 신보를 기대하며 기다려보자. 


실리카겔

2022년,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모던 록 노래를 연속 수상한 밴드는 누구일까. 김한주, 김춘추, 김건재, 최웅희 4인으로 구성된 밴드 실리카겔. 수면 위로 천천히, 확고하게 떠오르며 입지를 다진 실리카겔은 2015년 데뷔하여 올해로 8주년을 맞았다.

리스너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다가 올해 10개가 넘는 ‘락페’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전성기를 알린 그들. 사이키델릭 록에 가까운 날렵한 사운드와 몰입감을 선사하는 문학적 가사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실리카겔 만의 색을 자아낸다. 가장 유명한 곡은 2022년 발매한 싱글 [NO PAIN]. 이후 So!YoON!과 함께 작업한 ‘Tik Tak Tok’을 발매하며 연이어 인기를 끌었다. 


못(Mot)

마지막 순서는 대체불가한 매력을 지닌 밴드, 못(Mot). 한소희의 인스타그램으로 수차례 샤라웃을 받은 그들은 2004년 앨범 [비선형]으로 데뷔한 록 밴드다. 연못의 ‘못’에서 영감을 받아 작명한 이름처럼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감성이 음악에 묻어나는 것이 특징.

음울한 보컬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드럼 비트, 그리고 그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사운드는 9년 공백에도 빈틈없는 팬층을 형성시켰다. 2016년 [재의 기술] 이후 작업물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보컬인 이이언이 따로 결성한 밴드 ‘나이트오프’에서 못의 향취를 느껴볼 수 있다. 여담이지만 밴드 나이트오프의 또 다른 멤버, 이능룡은 앞서 언급한 언니네 이발관 출신 기타리스트.  

사진 및 영상: Youtube/FUTURE ‘Benigni’, Youtube/I’m LIVE ‘[I’m LIVE] Hyukoh (혁오) & Tokyo Inn, Youtube/Again 가요톱10 ‘델리스파이스(Deli Spice) – 고백 [윤도현의 러브레터]’, Youtube/Silica Gel 실리카겔 ‘실리카겔 (Silica Gel) – NO PAIN [MV]’, Youtube/Michal Wojiciechowski ‘Bird Flying Ani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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