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은 비단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푹 빠져서 즐기는 장난감이 하나씩은 있으니, 이번 시간에는 ‘키덜트’라는 팬시한 별칭을 가진 ‘어른이’들을 위한 장난감들에 대해 알아보자. 어쩌면 이 글이 누군가에게 멋진 취미를 만들어 줄지도?
‘이 안에 생명들이 있잖아! 인정해 안 해.’
첫 번째 키덜트는 생명을 키우는 막대한 임무가 주어지는 게임기, 다마고치다. 반다이가 개발한 다마고치는 꽤나 복잡한 구조와 지속 가능한 게임성을 가졌다. 모두가 이미 잘 알다시피 다마고치는 1996년,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를 호령했다.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학교, 회사할 것 없이 밥 달라는 다마고치 알람 소리로 시끄러웠다.
“그래서 다마고치가 뭐 하는 게임인데?”라고 묻는다면 대답해 주는 게 인지상정. 쉽게 한 줄로 설명하면 ‘나만의 애완동물을 육성하는 시뮬레이션 게임기’다. 게임을 시작하면 랜덤 한 생김새를 가진 다마고치가 생성되고, 이름을 지어서 키우면 된다. 다마고치는 알에서 태어나 영아기, 유년기, 청소년기를 모두 겪고 성년기에 접어든다. 다마고치가 막 등장했던 초창기에는 다 큰 다마고치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자연사했는데, 이게 어린아이들에게는 아주 큰 충격을 줬고, 여러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결국 다마고치는 절대로 죽지 않는 영생을 얻게 됐다.
다마고치의 인기는 2023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정에서 많은 업데이트가 이뤄졌는데, 요즘은 흑백이 아닌 컬러 버전도 등장했으며 다양한 캐릭터가 출시됐고, 즐길 콘텐츠가 다양해지는 등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적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Supreme)’과의 협업 제품도 출시했으니, 진정한 키덜트 게임기라고 할 수 있다. 작은 달걀 모양 게임기 속, 나만의 펫을 키우고 싶다면 지금 바로 다마고치를 장만해 보자. ‘엔진은 없지만, 남자의 심장을 때린다’
미국의 상징적인 장난감 회사 ‘마텔(Mattel)’을 아는가. 아마 마텔은 몰라도 바비 인형은 알 것. 핫 휠은 바비 인형을 만든 마텔이 1968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장난감 자동차 브랜드다. 무려 55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핫 휠은 바비 인형과 반대로 남성 취향을 저격했다. 화려한 데칼과 컬러, 디자인을 가진 핫 휠은 출시와 동시에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지구 몇 바퀴를 돌 정도로 판매됐다.
높은 인기만큼 핫 휠을 전문적으로 수집하거나 트랙 경주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수많은 시리즈와 종류가 있는 만큼 비싼 모델은 한대에 미화 1천 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한 마디로 고급 취미인 것. 수집의 미학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지금 당장 핫 휠 한 대를 장만하라. ‘피규어 수집 최종 보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혹은 게임 캐릭터 피규어 수집은 남녀노소 즐기는 취미생활. 단순히 피규어를 수집하는 취미 전체를 묶어서 키덜트라고 할 수는 없을 터. 아이들은 접근할 수조차 없는 가격대의 피규어가 있으니, 일본 메디콤토이의 ‘베어브릭(BE@RBRICK)’과 아티스트 ‘카우스(KAWS)’ 피규어가 그 주인공이다. 베어브릭과 카우스 피규어 모두 공장에서 양산하는 일반적인 피규어와는 결이 다르다. 적은 수량을 제작해서 한정 판매하기 때문에 각각의 피규어가 높은 가치를 가진다. 특히 카우스 피규어의 경우, 팝 아티스트 브라이어 도넬리의 작품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더 큰 가치가 있는데,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스타 BTS 멤버들도 수집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세상에 몇 없는 예술작품 같은 피규어를 손에 넣고 싶다면 카우스, 혹은 베어브릭을 구매해 보시길.‘조심해, 하루가 사라질 수 있어’
다음은 플레이스테이션 5다. 전원을 켜는 순간, 하루가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는 위험한 기계다. PS5는 출시 초기에 전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이 일었다. 그만큼 대단한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품귀현상이 한창이던 시기, PS5는 원가에 구매할 수 없었고 출시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리셀 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필자는 PS5의 품귀현상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더 좋은 환경에서 몰입감 있게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 PS5는 모든 면에서 전작인 PS4에서의 경험보다 뛰어나다. 빨라진 속도는 물론이고, 멋진 유저 인터페이스, 세련된 디자인과 게임에 확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듀얼 센스 엣지 무선 컨트롤러까지. 오히려 4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라는 판매 가격이 합리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 PS5는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CD를 인식할 수 있는 디스크 에디션과 오직 디지털 다운로드만 지원하는 디지털 에디션이다. 두 가지 버전의 가격이 다른데, 디스크 버전이 10만 원가량 더 비싸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디스크를 수집하는 재미를 즐기는 유저들도 많고, 디스크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 또한 디스크는 충분히 게임을 즐긴 후에 판매할 수 있지만, 디지털 게임 구매는 아이디에 귀속되기 때문에 나중에 판매가 불가능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PS5는 디스크 에디션으로 구매하고, 디스크로 게임을 구매해서 즐기는 걸 추천한다.
많은 분들이 PS5를 즐기고 싶지만 입문이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한다. 하지만 입문도 생각보다 쉽다. PS5 디스크 혹은 디지털 에디션 버전을 구매하고,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을 구매하면 끝이다. 물론 2인 플레이 전용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듀얼 센스 엣지 무선 컨트롤러를 추가로 구매해야 되긴 하지만.‘조심해, 그 카드는 건물 가격이거든’
펜을 든 피카츄 일러스트가 그려진 포켓몬 카드. 귀엽기 짝이 없는 이 카드의 가격은 527만 5천 달러다. 감이 잘 안 오는데, 한화로 계산하면 무려 69억 원. 입이 떡 벌어진다. 종이 여러 겹을 겹쳐서 만든 카드 한 장의 가격이 69억 원이라니, 어째서 이리 가격이 높을까? 정답은 희귀성에 있다. 전 세계에 오직 40장밖에 없기 때문. 지난 1997년에 진행됐던 ‘코로코로 코믹스 대회’ 우승자를 위해 제작된 특별한 의미가 깃든 카드다. 의미와 희귀성, 디자인까지 모두 잡은 작품인 것. 음, 아무리 그래로 69억 원은 좀.다행히도 모든 포켓몬 카드가 이렇게 비싼 건 아니다. 오히려 특별한 카드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포켓몬 카드는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여전히 새로운 버전의 카드 패키지가 출시되고 있고, 가까운 문구점, 혹은 마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인터넷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포켓몬 카드가 인기 많은 이유는 직접 카드 게임을 즐길 수도 있고, 수집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 국내에서도 인기가 대단한데, 포켓몬 TCG 커뮤니티 카페의 회원 수는 무려 4만 명이 넘는다. 각 지역별로 함께 포켓몬 카드 게임을 즐길 파티원을 구하고, 카드를 트레이드할 수 있으니 관심 있다면 가입해 보자. ‘아들아, 우리 레고 사러 가자’
레고야말로 대표적인 키덜트다. “무슨 소리, 레고는 아이들 장난감이지!”라고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 다 큰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매력적인 레고 신제품이 정말 많다. 예를 들어보자. 영화 어벤저스에 등장하는 어벤저스 타워를 옮겨놓은 듯한 레고부터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미니어처 식물들,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과 바닷속에 침몰한 타이타닉까지. 어린아이들보다 성인이 더 재미를 느낄법한 제품들이 수두룩 빽빽하다.하지만 성인의 심장이 두근거릴만한 레고들은 전부 가격이 높다. 타이타닉 호는 89만 원, 해리포터 호그와트 성은 64만 원,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밀레니엄 팔콘 호의 가격은 110만 원이다. 애초에 단순한 장난감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가격대가 너무 높다. 차라리 조립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피규어라고 하는 게 맞겠다.
한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레고 월드에 입문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하단에 위치한 레고 공식 온라인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마음에 드는 제품 하나를 골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