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기억은 언제나 우리를 물들인다. 슬며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꺼내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노스탤지어에 빠지기 마련. 샌디 리앙(Sandy Liang)의 컬렉션은 바로 그런 삶과 기억들로 가득 차 있다.
소녀 시절이 스며든 컬렉션을 선보이는 샌디 리앙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을 꺼내 우리와 공유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서 자란 샌디 리앙. 바쁜 가족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돌봐준 것은 할머니, 파우파우였다. 그리고 당시의 기억은 샌디 리앙의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녀의 컬렉션에는 할머니와 함께 했던 소녀 시절이 켜켜이 쌓여 있다.
“저는 나이 든 여성을 좋아해요. 아름답고 흥미로운 사람들이죠. 모두가 나이를 먹습니다.”
샌디 리앙은 차이나타운 거리의 할머니들이 입은 자유로운 옷차림에 매료되었다. 그들은 스스로 무엇을 입고 있는지도 몰랐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샌디 리앙은 이에 이끌렸던 것이다.
“패션이 너무 진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18S/S 컬렉션에서 샌디 리앙은 그녀의 할머니와 함께 했다. 차이나타운 할머니에 대한 그녀의 재해석은 20대 여성들에게도, 80대 여성들에게도 모두 통했다.
“어린 시절, 엄마는 저에게 옷을 잘 사주지 않았어요. 금방 자라니까요.”
당시의 샌디 리앙에게 패션이란 손에 넣기 힘든, 마법과도 같았다. 샌디 리앙을 대표하는 요소인 마법 소녀, 그리고 핑크빛 리본과 레이스들. 어린 시절 그녀가 좋아했던 것들 역시 샌디 리앙의 디자인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녀의 할아버지가 처음 보여주었던 만화 ‘세일러문’은 그녀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만화 속 세라의 의상과 액세서리는 그녀에게 마법과도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그리고 샌디 리앙은 그 마법 같은 세계를 자신의 컬렉션 속에서 현실로 구현해 우리와 공유한다.
샌디 리앙의 패션 철학은 단순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행복하게 할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 그리고 그 옷을 입을 때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스스로 입을 옷만 만든다고 전한 샌디 리앙. 그녀에게 있어 패션이란,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내면을 ‘샌디 리앙 소녀’들과 공유하는 것. 그렇게 누구나 지닌 노스탤지어를 담은 브랜드, 샌디 리앙이 완성되었다.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옷을 입으세요. 무엇이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