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인데, 오피셜입니다 커버이미지
fashion

페이크인데, 오피셜입니다

베트멍의 오피셜 페이크 캡슐 컬렉션과 한국 패션계의 카피 문화

URL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공유해보세요!

베트멍-오피셜페이크-오피셜페이크캡슐컬렉션-페이크-짝퉁-카피-개러지세일-남양주-vetements

2016년, 프랑스의 스트리트 브랜드 베트멍(VETEMENTS)은 ‘오피셜 페이크(Official Fake)’ 캡슐 컬렉션을 발표하고 경기도 남양주의 한 대형 창고에서 개러지 세일을 진행했다. 이 컬렉션은 한국 시장을 겨냥해 한정적으로 출시된 라인으로, 한국에서 유통되는 베트멍의 카피 제품을 다시 베트멍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이었다.

칸예 웨스트, 리한나, 저스틴 비버, 지드래곤이 즐겨 입으면서 뜨겁게 주목받던 베트멍이 개러지 세일을 진행한다고 발표하자 전날 저녁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자정 무렵에는 지드래곤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그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켰다. 세일 당일, 시작 전부터 500여 명이 줄을 섰고 대부분의 제품이 빠르게 품절됐다.

베트멍의 수장이었던 뎀나 바잘리아는 “한국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카피가 많은 나라 중 하나인데, 베트멍의 제품을 신선하게 재해석한 제품들을 많이 발견했다. 그래서 베트멍의 카피 제품을 응용한 새로운 캡슐 컬렉션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시 베트멍은 한국의 카피 문화를 풍자하면서도, 이를 브랜드 마케팅 요소로 활용했다. 이 컬렉션은 패션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고, 패션 시장에서의 카피 문제를 다시금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가 아니다

베트멍-페이크-짝퉁-카피-vetements

수많은 디자이너가 과거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고, 기존의 스타일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간다. 그러나 영감을 받는 것과 무분별한 복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단순히 기존의 디자인을 베껴 판매하는 행태는 창조적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산업을 퇴보시키는 행위에 가깝다.

문제는 한국 패션 업계에서 이러한 카피가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부 브랜드는 노골적으로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을 차용하면서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미묘한 변형을 가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제작한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는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고, 결과적으로 정당한 창작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이 지속된다.

나이키-베이프-nike-bape-디자인-카피-고소-소송-에어포스-에어조던-덩크

베트멍은 나름 유쾌한 방식으로 카피 문제에 대응했지만, 많은 브랜드가 디자인 카피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한다. 대표적으로 나이키는 일본의 스트리트 브랜드 베이프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베이프의 일부 스니커즈가 나이키의 에어 포스 1, 에어 조던 1, 덩크 등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것이다. 법적 공방 끝에 결국 베이프는 일부 스니커즈의 디자인을 수정하거나 판매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했다.

당신도 어쩌면 카피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

베트멍-오피셜페이크-오피셜페이크캡슐컬렉션-페이크-짝퉁-카피-개러지세일-남양주-vetements

짝퉁이 정품을 모방한 위조품이라면, 카피 제품은 디자인 요소만 빼닮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이 다른 브랜드의 창작물을 모방한 것인지 모르고 구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카피가 만연한 시장에서는 창의적인 브랜드가 정당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하는 브랜드보다 빠르게 카피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면서, 정작 창작자의 노력은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패션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소비자들이 이러한 카피 제품 소비를 가볍게 여기거나 정당화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패션 생태계를 파괴하는 심각한 사회적 현상이다. 카피 제품의 소비가 계속된다면, 결국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려는 디자이너들은 설 자리를 잃고, 창작의 가치는 점점 퇴색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선택하는 소비 방식이 한국 패션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을 고려할 것인지, 아니면 창의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