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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염을 손에 쥐고, 자유를 향해 외쳐라

젊음을 가장 잘 아는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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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예 웨스트, 에이셉 라키 등 패션으로 이름 좀 날리는 셀러브리티는 모두 그의 아카이브를 사랑한다. 그냥 위대한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 ‘예술’을 지향하는 아티스트, 라프 시몬스(Raf Simons). 그는 하이엔드 브랜드에 젊음을 불어넣은 디자이너다. 

라프시몬스-유스컬처-서브컬처-프라다-질샌더-캘빈클라인-패션-디자이너-마르지엘라

마틴 마르지엘라에게서 영향을 받아 직접 거리로 뛰어들어 젊음과 대화하고, 자신의 미니멀리즘 철학을 패션에 담아내며 새로운 패션을 제시했다.

시골 소년이 사랑했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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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 시몬스는 벨기에 시골에서 태어났다. 농장으로 둘러싸인, 전문 용어로 ‘깡촌’ 같은 곳이었기에 그는 패션의 ‘패’자도 알지 못했다. 

“열여덟 살이 되기 전까지, 저는 예술에 관심이 있었는데도 
패션 디자인이나 예술을 공부할 수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는 동네에 하나뿐인 레코드 샵에서 밴드 음악, 전자 음악을 듣고, 해당 앨범에 그려진 그림을 즐겼다. 눈에 보이는 예술은 모두 사랑하는 시골 소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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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에 몸을 담기로 한 그는 벨기에의 ‘루카 예술 학교’에 진학해 산업디자인,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다. 가구 디자이너로 꽤나 인정받으며 활동했던 라프 시몬스. 패션에서도 두각을 보였는지, 앤트워프 식스 중 한 명인 ‘월터 반 베이렌동크’ 밑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마르지엘라여, 오늘도 패션의 길로 인도하소서

마르지엘라를 보고 패션 디자이너를 꿈꾼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라프 시몬스도 그랬다. 그는 여러 방면에서 디자인에 재능을 보여왔지만 결과적으로 1990년 마틴 마르지엘라의 컬렉션을 보고 패션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라프 시몬스는 ‘앤트워프 왕립 예술 학교’의 ‘린다 로파’에게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차리게 된다.

시작부터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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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첫 컬렉션인 95F/W. 시작부터 달랐다. 컬렉션은 런웨이로 보여주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 그는 무대가 아닌 영상을 통해 자신만의 런웨이를 선보이며 시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영상에서 워킹을 하는 모델은 단 두 명. 두 명의 모델이 반복해서 나타나며 미니멀리즘을 표현해냈다. 혁신적이었다. 길거리 젊은이들이 무엇을 실제로 입고, 생각할지를 떠올리며 직접 거리에서 모델을 데려오기도 했다. 

‘라프 시몬스’는 첫 컬렉션 95F/W부터 자신의 패션 철학인 젊음과 미니멀리즘을 확고히 했다.

이해는 어른들이 해야 하는 겁니다

97S/S ‘How To Talk To Your Teen’은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유스 컬처 ‘펑크’와 ‘모드’ 문화를 재해석했다. 집 밖을 나온 아이들은 담배를 피우고, 보드를 타고 다닌다. 어른들은 이해 못 할 유스 컬처를 추종하는 젊은이들의 흔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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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과 대화하는 법’이라는 컬렉션 제목답게 초대장에는 아이들의 사생활을 지켜달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라프 시몬스 다운 표현이었다. 불안하지만 타오르는 젊음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어른들에게 ‘유스 컬처’를 이해하라고 말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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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가장 가까운 디자이너

락 밴드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npkins)’의 ‘Tonight, Tonight’을 사운드트랙으로 쓴 97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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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밴드 레이저(Razor)와 펑크 밴드 섹스 피스톨스를 상징하는 마크가 담겨있던 98 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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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자음악의 대부로 불리는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에게 영감을 받은 98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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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컬렉션에는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패션은 옷에서 느껴지는 영감을 넘어 다양한 예술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라프 시몬스의 어린 시절과도 연관이 있다. 그가 자랐던 시골에서 유일한 낙은 레코드 샵에서 음악을 듣는 것이었으니 음악은 ‘라프 시몬스’라는 사람에게 필수적인 존재였다.

사라진 기타리스트가 옷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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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잠시 휴식기를 거친 라프 시몬스는 동유럽으로 향했다. 한창 치열하게 내전이 일어났던 동유럽이었기에 거리의 청년들이 사이즈도 맞지 않는 군복을 입고 거닐었던 시절이었다.

청년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밀리터리 의류들로 몸을 치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제대로 된 멋을 느낀 라프 시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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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에서 얻은 영감은 전설적인 컬렉션 01F/W ‘Riot, Riot, Riot’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이보다 완벽한 복귀가 있을까. 라프 시몬스가 건네는 유스 컬처의 반항적인 디테일이 가장 잘 담겨있는 컬렉션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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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 중 가장 유명한 밀리터리 봄버 자켓에는 실종된 영국 밴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의 기타리스트 ‘리치 에드워드(Richey Edward)’가 등장했다. 자켓 곳곳에 그의 실종 소식이 담긴 신문, 자해 흔적 등이 패치워크로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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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오버사이즈 봄버 자켓은 약 5천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아카이브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아마 패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봄버 자켓일 것.

자유를 향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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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해. 청년들은 언제나 자유를 갈망했다. 에너지는 가득한데, 수많은 규범들에 묶여 분출하지 못하는 그 마음을 모두 느껴보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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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 시몬스는 곧바로 02S/S를 통해 또 한 번 증명했다. 이 컬렉션은 평단의 반응이 양극단적일 수밖에 없었다. 911테러 같은 끔찍한 테러들이 만연했던 당시에 터번을 두르고, 테러리스트를 연상시키다니. 그러나 라프 시몬스는 테러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도록 만들었고, 언제나 그랬듯이 자유와 젊음을 향해 외쳤다. 홍염은 마치 억압된 자유에게 ‘구조’의 신호탄을 쏘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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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들의 라프 시몬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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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 시몬스가 음악과 패션을 연결시키고, 유스 컬처의 반항심을 잘 담아냈기에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의 옷을 동경한다. ‘에이셉 라키’는 ‘Raf’라는 곡을 만들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보이는 그의 라프 시몬스 사랑. 홍염을 치켜든 02S/S 모델이 되어 뮤직비디오를 시작했고, 라프 시몬스의 첫 컬렉션 영상을 오마주 했다.

이 외에도 칸예 웨스트, 지드래곤 등 패션 아이콘들은 꾸준히 라프 시몬스 아카이브를 몸에 두른 채 사랑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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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 시몬스는  질 샌더에서 질 샌더보다 질 샌더 같은 미니멀한 의류들을 만들었고, 미국의 캘빈 클라인으로 건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맡기도 했다. 현재는 프라다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우리 곁에 있다. 라프 시몬스의 늙지 않는 젊은 감각과 미우치아 프라다의 섬세함이 섞여 프라다는 다시 최고의 패션 브랜드 자리에 앉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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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엘라가 간접적으로 낳아버린 천재 패션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 그는 단지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닌 끊임없이 사회적 현상들을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에 내던지는 시대의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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