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제발 이거 입어, 남자친구를 위한 쇼핑 안내서 커버이미지
fashion

자기야 제발 이거 입어, 남자친구를 위한 쇼핑 안내서

제발 이렇게만 입어주세요

URL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공유해보세요!

생각보다 내 마음 같지 않은 데일리룩에 오늘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커플의 동상이몽. 잔뜩 욱여넣은 셔츠는 세탁기에서 막 꺼내 입은 듯한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애매하게 떨어져 버린 와이드 팬츠의 기장이 가끔씩 보여주는 발목 양말은 가히 대단하다. 

사실 외출하기 직전 옷장을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가짐은 얼추 비슷했을지도 모르지만, 결과물은 상이한 것. 심란한 그들을 보고 있자니 필자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 어쩌면 간단했지만 놓치고 있었을지 모르는 가벼운 팁과 함께, 쇼핑이 귀찮은 남자친구를 위한 안내서를 준비해 보았다.


Top : Schism Inducing CONCEAL HOODIE BLACK 118,000원
우연하게 들렀던 SPA 샵의 맨투맨을 수년째 고집하며, 이너라기엔 다 늘어난 목에 추레함을 완성해 주는 티셔츠는 더 이상 금물. 갑갑한 넥 라인이 싫다면, 차라리 목의 경계가 자유로운 후드티를 추천하고 싶다. 더 나아가 조임끈의 스트링이 싫은 분들을 위한 노-스트링 제품도. 

패딩과 함께 편안한 차림으로 맨투맨과 후드를 즐겨 입지만, 아무래도 겨울 아우터류는 어두운 컬러감의 제품군이 대다수이기에 이너의 컬러는 밝아져도 무방하겠다. 후드티라고 하여 더 이상 언급할게 없겠다는 생각은 금물. Top : Safarispot BASIC SAFARI HOODIE NAVY 92,000원
잠깐 장을 보러 나갈 심산의 원마일웨어부터, 피코트와 청바지에 조합해 캐주얼한 감성까지 완성시켜주는 후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은 로고 플레이와 과한 프린팅은 가급적 지양하라는 것. 

지나치게 맵거나 짠 음식은 몇 입만에 젓가락을 내려놓게 하는 자극성이 있는 것처럼, 시선이 가는 프린팅과 레터링은 예쁜 만큼 매력이 금방 시들기 쉽기 때문. 참고로, 특정 브랜드의 시즈널 제품이나 한정판 컬렉션과 같이 희소성이 있는 아이템은 이 룰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Bottom : Hatchingroom Gunner Pants Khaki 228,000원
언제까지 입을지 모르겠는 우리의 청바지는 무릎이 나와 곧 흘러내릴 지경. 데님은 시간이 지나도 데님이지만, 하나를 사더라도 오랫동안 그 상태를 보존할 수 있는 데님이라면 두께감이 적당해야 한다. 

일반적인 생지 데님은 약 12온스 정도로, 생지가 아닌 일반 데님이 12온스라면 여름용으로 제격이다. 20온스가 넘어갔을 때, 비로소 탄탄하지만 오래 입을 수 있는 데님이 아닐까. 이마저도 싫은 이들을 위한 선택지도 준비했는데, 바로 ‘과하지 않은’ 카고 팬츠다.Bottom : teket Plan Corduroy Pants Black 159,000원
휘황찬란한 카모플라쥬 패턴이나, 일상생활에는 큰 필요가 없는 주머니의 개수가 넘쳐나는 것을 카고 팬츠라고 생각하면 오산. 좌측 허벅지에 장식한 카펜터 밴드가 달렸거나, 소재의 변형으로 은근한 매력을 자랑하는 카고 팬츠를 적용할 수 있다. 

카고 팬츠 이외에도, 튀지 않은 색감을 선택하고 싶다면 귀여운 로고를 가진 브랜드들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포인트가 될만한 색감이 어딘가에 위치한 로고로 작용한다면, 모노톤의 지옥에 빠진 겨울 속 구원자로 작용할 수 있을 터.


Knitwear – Typing Mistake IVORY LOVE PIXEL KNIT 208,000원
추운 날씨에는 아무래도 니트가 제격이지 않을까. 신소재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갖가지의 아이템이 있지만, 열을 오래 담아낼 수 있는 소재 특성상 방한용품으로도 한몫하는 니트. 

폴로의 케이블 니트가 클래식과 스테디를 지키는 효자 아이템이라면, 오늘만큼은 나름의 귀여움으로 나를 드러냈으면 한다는 꾸러기 아이템을 찾는 이들은 주목하자. 코위찬 제품이나 직조 자체가 두꺼운 니트로 약간의 무거움을 덜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것.Knitwear : Anderson Bell BODEN TURTLE-NECK SWEATER BLACK 215,000원
반집업이나 카라가 달린 니트는 차분한 매력이 있다면, 브랜드의 스몰 로고나 적당한 프린팅, 다른 소재와 함께 엮은 니팅 디테일은 조금의 발랄함을 부여할 수도. 아크릴이 혼용되어 미끄러지는 듯한 촉감의 니트는 환절기를 위해 아껴보자. 

우리 혹은 남자친구의 몸이 토르가 아니고서는 성공하기 힘든 소재임을 알고 있기 때문 – 필자 또한 마찬가지. 참고로 캐시미어나 울 100%의 니트들은 가급적 단정한 하의를 레이어링 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포춘쿠키 핏을 완성하는 타이트 핏은 금물, 밑위부터 허벅지의 최상단까지 적당히 흘러내리는 세미 와이드 핏을 추천한다.


Etc. : Maison Margiela REPLICA Jazz Club 100ml 98,000원
아웃핏의 입체감을 더하고 싶다면 나머지의 힘이 상당하다. 완벽한 착장의 조합을 완성했다고 한들, 갑자기 나타나 산통을 깨는 볼캡을 얹고 싶은 이들의 욕심은 자제할 것. 나아가 컬러의 다양성이 덜하고 단정한 분위기의 착장이라고 머리까지 풀 세팅을 한다면 아마추어 같은 느낌을 연상시킬 수도 있다. 참고로 때에 따라 시계나 팔찌 같은 액세서리는 굳이 차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을 첨언하고 싶은 것도 비슷한 맥락. 계절감에 맞지 않는 향수를 연신 뿌려대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마르지엘라의 ‘재즈 클럽’은 아무래도 여름보단 겨울에 더 잘 어울리는 향이 아닐까.보이지 않는 ‘속옷’임에도 잘 차려입자는 것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양말 또한 신발을 벗어야 하는 장소이거나 앉는 자세가 연출되었을 경우 결론적으로 티가 나기 마련이다. 발에 상처가 나 염려스럽지 않은 이상 다 늘어난 스포츠 양말이나, 밝은 착장에 난데없이 나타난 회갈색 양말은 절대 금물.

앞서 말한 모든 팁들이 힘든 이들이라면 간단한 방법은 편집샵 한 군데를 신중히 정해보는 것도 좋다. 대부분의 편집샵들은 전체적인 구성과 조합을 맞춰 디스플레이를 진행하기에, 취향에 맞는 곳만 선정한다면 당신의 쇼핑은 대성공에 가까울 터.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