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흥미로운 것은 옷을 잘 못 입은 사람들이다 커버이미지
fashion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옷을 잘 못 입은 사람들이다

역사에 남을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URL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공유해보세요!

“늘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옷을 잘 못 입은 사람들이다”라는 엉뚱한 명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역사에 기록될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사실 그가 남겼다는 이 명언에는 오류가 많다. 앞뒤를 다 자르고 자극적인 문장으로 변형시켰기 때문. 위문장만 보면 그가 마치 옷을 잘 못 입는 사람들을 향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정반대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Les gens qui s’habillent mal, qui accumulent les erreurs de gout, sont ceux qui m’interessent le plus’ 직역하면 “옷을 못 입고, 취향의 실수를 거듭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가장 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라는 뜻이다. 그는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그들로부터 받는 영감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패션계의 스티브 잡스

장 폴 고티에는 패션계를 ‘혁명’한 영웅이다. 너무 과한 표현 아니냐고? 결코 아니다. 오히려 너무 겸손한 표현은 아닐지 걱정된다. 

필자는 그를 ‘패션계의 스티브 잡스’라고 말하고 싶다. 그가 선보인 작품들은 세상을 바꿔놓았기 때문. 만약 그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예술적인 세상이 펼쳐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13살부터 시작했어요

장 폴 고티에의 천재성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일반적으로는 장난감 자동차를 좋아하고,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내며 사회성을 기르는 13세에 그는 실과 바늘을 잡았다. 

예술과 패션을 향한 그의 열정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덕분에 그는 1970년, 이제 막 18세가 됐을 때 파리의 유명 패션 하우스인 ‘피에르 가르뎅(Pierre Cardin)’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경력 6년 차 디자이너입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장 폴 고티에’를 론칭한 건 1976년이었다. 피에르 가르뎅에서 6년 동안 경력을 발전시킨 후, 자신감을 얻은 그는 다른 하우스로 이동해서 더 많은 경력을 쌓는 게 아닌,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도전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4세에 불과했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다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장 폴 고티에, 그의 브랜드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그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적인 아이디어로 완성된 디자인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디자인으로 ‘살레 드 베트슨 코르셋’을 들 수 있다. 장 폴 고티에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잘 알려진 해당 디자인은 1984년 SS 컬렉션에 처음 등장했다. 이 코르셋은 전통적인 코르셋의 형태는 유지하면서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됐다. 독특한 소재와 재료를 사용해서 입체적인 디자인을 완성했고, 가슴 부분을 강조하며 강한 여성성을 나타냈다. 

1980년대 초반은 굉장히 보수적이었던 시대였기에 그가 선보인 전통성을 부수는 작품은 큰 충격을 선사했다. 성별이 뭐가 중요해

지금도 컬렉션에 여성적인 스타일의 남성복이 등장하면 화제가 된다. 그만큼 ‘성별에 따른 의복’이 가진 특징은 명확하다. 

놀랍게도 장 폴 고티에는 1980년대부터 성별의 경계를 무시하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본인이 직접 스커트를 입고 공식 석상에 등장했고, 런웨이에 서는 남성 모델들에게도 몸에 딱 붙는 씨스루 톱과 스커트를 입혔다.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그는 전에 없던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그가 써 내려간 역사를 전부 이야기하기엔 시간이 별로 없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서 질서를 부수고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킨 장 폴 고티에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 디자이너들을 알아보자. 마틴 마르지엘라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탄생시킨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는 장 폴 고티에와 굉장히 가까운 사이였다. 둘 다 프랑스 출신으로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교류했다. 마르지엘라는 그의 가치관과 디자인 철학이 마음에 들었고,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에 장 폴 고티에의 디자인 스튜디오에 합류하여 함께 근무했다. 

장 폴 고티에는 마틴 마르지엘라의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증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마르지엘라의 초창기 컬렉션을 살펴보는 것. 누가 봐도 쉽게 장 폴 고티에의 영향을 받아 완성됐음을 느낄 수 있다. 

두 디자이너는 각자 패션을 혁신하며 나아갔고, 동등한 위치에서 영향을 미치며 독보적인 업적과 위치를 만들어갔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디자이너들

‘알렉산더 맥퀸’은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대담한 디자인에 영감을 얻었고, ‘제레미 스콧’ 또한 유머러스하면서도 대담한 색상과 형태, 대비를 강조하는 장 폴 고티에의 스타일에 매료됐다. 

영국 패션계의 대모 ‘비비안 웨스트우드’, 미국을 대표하는 ‘마크 제이콥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받거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언제나 열정적이었다. 힘찬 몸짓과 목소리로 패션계를 누볐으며, 창의적인 컬렉션과 무대 연출로 멋진 드라마를 써 내려갔다. 

그는 경력 동안 수많은 상을 휩쓸었으며, 패션계를 넘어서 예술과 문화,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 영화 <제5원소>의 코스튬 디자인을 도맡아 진행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지난 2020년 1월, 마지막 쇼를 끝으로 패션계에서의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장 폴 고티에의 활동은 끝나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챕터를 시작했을 뿐. 올해로 72살이 된 그의 남은 행보를 주목해 보자.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