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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범과 사랑에 빠졌다

'스톡홀름 증후군'을 탄생시킨 범죄자, 클라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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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 범죄자가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종이의 집>에서 인질 ‘모니카’가 납치범 ‘덴버’를 사랑하게 된 것처럼, 유괴나 납치 같은 범죄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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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말도 아닌데 왜 한 나라의 수도인 스톡홀름을 붙여 부르게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스톡홀름에서 일어난 은행 강도 사건에서 인질들이 경찰이 아닌 납치범들을 택했기 때문.

그도 그럴 것이, 은행 강도 ‘클라르크 올로프손(Clark Olofsson)’의 외모가 여성 인질들에게 꽤나 먹힐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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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의 운명인가

평생의 반 이상을 감옥에서 보낸 클라르크. 그는 어릴 때부터 알코올 중독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집을 떠나고, 어머니는 병에 걸려 그의 두 여동생은 위탁 보호소로 보내졌다. 불행한 위탁 가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15살에 어머니의 서명을 몰래 위조해 배에 승선하기까지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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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웨덴에 돌아오자마자, 온갖 범죄를 저질렀다. 스웨덴 총리 집에서 대담하게 토마토, 포도 등을 훔치는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꾸준히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을 들락거렸고, 1966년, 경찰관 폭행으로 징역 3년 형을 받는다. 클라르크는 수차례 탈옥했으며, 경찰관 살해까지 저질러 감옥에서 나오지 못한다.

은행을 털게, 클라르크를 보내줘 

클라르크와 같은 교도소에서 지냈던 ‘얀에릭 올손(Jan-Erik Olsson)’은 스톡홀름의 ‘크레디트반켄(Kreditbanken) 은행’에 강도로 침입했다.

그는 4명의 은행 직원을 인질로 내세우며 협상을 요구했다. 첫 번째, 자신의 교도소 친구 클라르크를 은행으로 보내줄 것. 두 번째, 3백만 크로네(한화 약 4억 원)를 줄 것, 세 번째 탈출을 위한 무스탕 차량을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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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손은 감옥생활을 함께했던 클라르크를 평소 존경하고 있었고, 첫 번째 협상이 이루어지며 클라르크는 어쩌다 강도 현장에 일원으로 투입되었다. 그렇게 만난 둘은 약 6일 동안 현장에서 경찰들과 대치하게 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줄게

공포스러운 상황 속에서, 올손과 클라르크는 인질들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가족과 연락이 안 된다며 두려워하는 인질을 위로하고, 감기가 걸린 인질에게 강도가 코트를 벗어 덮어주기도 했다.

클라르크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주겠다고 인질들에게 약속했고, 익숙해진 이들은 둘째 날부터 서로의 이름을 교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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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국장이 은행 안에 들어온 날, 구조의 눈빛을 보내야 할 인질들은 올손과 클라르크를 보호했다. 의아한 상황이었다. 강도가 인질 대신 위험한 인질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고.

납치범들을 다치게 하지 마세요. 경찰관님.

그러나 이미 경찰들에게 포위된 올손과 클라르크는 잡힐 수밖에 없었다. 인질들은 무슨 일인지, 강도들을 체포하는 경찰을 막으려 했고, 강도 현장에서 탈출하라는 말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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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강도들. 놀랍게도 인질들은 강도에게 키스하고 포옹한 뒤에야 헤어졌다. 인질 중 한 명이었던 은행의 속기사 ‘크리스틴 엔마르크’는 들 것에 실려가면서도 클라르크를 향해 “클라르크, 다시 만나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사건 종결 뒤 실제로 사랑에 빠지며 1979년에 합의하에 임신까지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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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하게 강도를 감싸려고 드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경찰은 이 사건을 함께 계획했는지를 조사했다. 재판 날까지 인질들은 올손과 클라르크를 변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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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르크는 어떻게 됐나?

일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낸 사람답게, 계속해서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크레디트반켄 강도 사건은 항소 후 무죄로 풀려났으나 범죄를 저지르고, 투옥되기를 반복했다. 또다시 탈옥을 하여 만난 벨기에 출신 19세의 여자친구와 범죄자 신분으로 결혼식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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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감옥살이 중 독서에 빠져 옥중 신문을 내고, 스톡홀름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배워 학위를 따는 등 의외의 행동을 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에서 마약 밀수에 손을 댄 클라르크는 결국 스웨덴에서 추방당했다. 그러나 스웨덴 사람들은 잘생기고 매력적인 클라르크를 ‘연예인 갱스터(Celebrity Gangster)’라고 부르며 슈퍼스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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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모티브로 한 대중문화 작품들이 꽤나 있으니,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것. 올손 역시 옥살이 중 그에게 팬 레터를 보냈던 이와 결혼까지 골인했다.

크레디트반켄 강도 사건을 모티브로 각색한 ‘빌 스카스가드’ 주인공의 넷플릭스 드라마 <클라르크>, 1977년 영화 <클라르크>, <Norrmalmstorg>(2003) 등이 있다. 드라마 <종이의 집>에서 납치범과 사랑에 빠졌던 ‘모니카’이자 ‘스톡홀름’이 은행 여직원으로 나오며 크레디트반켄 강도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듯한 연출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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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히 범죄였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단어는 그저 대중들이 사용하는 대중심리학적 언어일 뿐, 정식으로 검증된 증후군도, 학술적으로 사용되지도 않는다. 이름을 붙였던 심리학자 역시 이들을 직접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피해자이자 “클라르크, 다시 만나요”라는 말을 했던 엔마르크는 2023년 미국 ‘ABC’ 방송에 출연해 과장된 이야기를 정정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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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범인과 어떤 애정도 없었다. 내 행동은 어떻게든 살아서 나가야 한다는 생존 본능에 따른 것이었다.”

사건의 이슈 정도와 비슷한 사례가 종종 나타나서 그렇지, 명백한 범죄이기에 우리는 이 사건과 스톡홀름 증후군을 단순한 오락거리로 삼지 않으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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