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상징이었던 나침반 와펜은 어쩌다 기피의 대상이 되었나. 그런데,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오래전 해외에서부터 이미 추락은 시작되었다.
그들이 사랑했던 브랜드
여전히 계급사회를 고수하는 나라가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로 사회 계층이 분명히 존재하는 나라 중 하나다. 계급은 그들의 언어와 생활뿐만 아니라, 각자가 향유하는 문화까지 철저히 구분 짓는다. 상류층 계급의 이들은 크리켓이나 승마 등의 고급 스포츠를 즐긴 반면, 노동층 사람들은 말을 취미로써 즐길 수 없었기에 직접 경기를 뛰었다. 그게 바로 Football, 축구인 것이다.
그래서 축구는 서민들의 스포츠로 시작했다. 그중 경기장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관중들이 존재했는데, 이들은 훌리건이라고 불렸다. 훌리건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을 경기장에서 풀어냈다. 경기가 시작하면 상대편 클럽의 팬들을 폭행하고, 유유히 일반 관중들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값비싼 브랜드의 옷을 걸쳤다. 훌리건이 사랑했던 브랜드는 CP 컴퍼니, 버버리, 그리고 스톤 아일랜드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탈리아 브랜드인 스톤 아일랜드가 어떻게 영국 훌리건의 상징이 되었을까.
이탈리아의 파니나로족
CP 컴퍼니를 설립한 디자이너, 마시모 오스티는 1982년에 스톤 아일랜드를 설립했다. 사실 스톤 아일랜드는 이탈리아의 파니나로족 사이에서 가장 먼저 유행했다. 파니나로족은 걱정 없이 삶을 즐기는 데에만 집중했다. 이러한 쾌락주의에 따라 사치에 기반한 라이프 스타일을 고수했다.
미국 여피족의 젊고 세련된 스타일 대신, 파니나로족은 스톤 아일랜드 재킷에 아르마니 셔츠,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팀버랜드 부츠를 신었다. 그들은 캐주얼한 차림을 추구하긴 했지만 모두 디자이너가 뚜렷한, 고가 브랜드의 옷이었다.
스톤 아일랜드, 훌리건의 눈에 띄다
1980년대의 리버풀은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계속된 승리를 거두며 그야말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팬들도 함께 이들을 쫓아 유럽의 각국을 누볐다. 이때 훌리건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 파니나로족이 입고 있던 나침반 모양의 로고, 스톤 아일랜드였다.
1992년에는 잉글랜드가 스웨덴에서 열린 유럽 선수권 대회의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잉글랜드 축구 팀의 훌리건들은 스웨덴 의류 매장을 약탈했다. 이들은 매장에서 스톤 아일랜드의 옷을 훔쳐 집으로 향했다.
영국에서 이들을 잡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경찰은, 닥터마틴 부츠를 신은 스킨헤드 훌리건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이들은 훔친 스톤 아일랜드 옷을 입고 있었다. 이후 영국에 스톤 아일랜드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훌리거니즘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자, 일부 경기장에서는 스톤 아일랜드 의류를 금지했다.
경멸 받던 스톤 아일랜드는 이제
2014년, 스톤 아일랜드는 스트릿 브랜드의 대표적인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하며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주류로 자리 잡는다. 이후 에이셉 네이스트, 트래비스 스캇, 드레이크 등의 유명 인사들이 즐겨 입으며 메인 스트림의 반열에 오른다. 그러나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훌리건들은, 경기장에서 스톤 아일랜드에 반대하는 노래를 틀며 반감을 표했다. 그들의 아이덴티티였던 나침반 완장을 빼앗긴 기분이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