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언제부턴가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SNS 어디서든 사람들이 주근깨 메이크업을 하는 영상이 올라온다. 자연스러운 주근깨 연출법으로 브로콜리를 어두운 갈색 파우더에 묻혀 얼굴에 찍어 바르기도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근깨는 여드름과 같이 화장으로 가려야 할 ‘결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창궐하고 마스크 착용이 필수화 되면서 파운데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파데 프리’ 메이크업이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가려야 했던 주근깨를 오히려 화장으로 그려내는 ‘주근깨 메이크업’이 뷰티 트렌드로 떠올랐다. 그전에도 물론 가짜로 주근깨를 그리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하진 않았다. 도대체 언제부터 였을까? 주근깨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
악마의 표식 : 주근깨
<페인티드 페이스 : 화장품의 다채로운 역사>의 저자인 ‘수잔 스튜어트(Susan Stewart)’에 따르면 17세기 주근깨는 악마의 표식으로 간주되었다고 한다. 실제로도 16-17세기 유럽에서 자행된 마녀사냥에서 마녀를 골라내는 표식 중 하나가 주근깨이기도 했다.
또한, 주근깨가 있다는 것은 노동자 계층을 나타내는 하나의 특징이기도 했다. 그들은 주로 바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태양에 장시간 노출 될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생긴 주근깨는 그들의 신분을 나타내는 하나의 특징이 되었다. 반면 상류층의 경우, 주로 실내에서 시간을 보냈기에 창백하고 하얀 피부를 가진 것이 특징이었다. 상류 계층을 향한 사람들의 갈망은 메이크업 트렌드로 이어졌고, 사람들은 얼굴에 하얀 파우더를 바르며 더 높은 곳으로 가길 희망했다.
역사 속 주근깨는 어떻게든 지워져야 마땅한 존재였다. 스튜어트에 따르면 16세기의 영국 작가이자 발명가인 ‘휴 플랫(Hugh Plat)’은 밤에 스펀지로 얼굴을 박박 문질러 씻거나 나무 열매 잎으로 증류한 물을 피부에 도포하여 주근깨를 흐리게 하는 것을 권하기도 했다고 한다. 심지어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소설 <설득(Persuasion)>에서는 피부 부식성 치료제인 ‘고울랜드 로션(Gowland’s Lotion)’을 주근깨 치료제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렇듯 주근깨를 지우기 위한 다소 괴이한 노력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졌다.
드러내 너의 주근깨
주근깨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정확히 언제부터 또 어떻게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가설로는 1950년대부터 태닝이 건강과 여가의 즐거움의 상징이 되면서 점차 주근깨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 또한 긍정적으로 변화됐다는 것이다.
주근깨를 만드는 화장품을 처음 마케팅한 것은 바로 샤넬이었다. 1995년 샤넬은 ‘르 크레용 루스르(Le Crayon Rousseur)’를 출시하였고 당시 시장 개발 매니저인 ‘티모시 왈콧(Timothy Walcot)’에 따르면 이는 샤넬이 하이 패션의 선로의 서기 위한 일종의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당시 제품과 함께 제공된 사용 설명서에는 “연한 태닝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할 것”이라 쓰여 있었다. 90년대 태닝의 유행이 악마의 상징이던 주근깨의 이미지를 완전히 변화시킨 것. 실제로 8년 후, 랑콤이 주근깨를 그리는 화장품을 출시하였는데, 예술감독이던 ‘로스 버튼(Ross Burton)’은 주근깨는 ‘자유의 상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껍게 치장한 파운데이션에서 해방되어 여성들이 자연스러운 자신의 피부 그대로를 받아드릴 것을 권장했다.
또 2001년을 기점으로, 모델계의 최정상 자리에 오른 ‘매기 라이저(Maggie Rizer)’와 ‘데본 아오키(Devon Aoki)’ 같은 유명인들이 자신의 주근깨를 당당하게 드러내면서부터 주근깨는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동안의 비결은 주근깨?
2013년 이후 주근깨는 동안 메이크업의 비결로 자리 잡았다. 물론 1950년대에도 ‘소녀’처럼 보이는 메이크업 연출의 일종이었지만, 그보단 태닝의 자유로운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인기가 있었을 뿐이었다. 당시 뷰티 매거진으로 저명한 ‘Refinery29’ 인터뷰 속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스 클릴리(Ruth Crilly)’는 “젊어 보이기 가장 쉬운 방법은 몇 개의 가짜 주근깨를 만드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메이크업 아티스트 ‘샘 챕먼(Sam Chapman)’ 역시 주근깨는 어린아이와 같은 느낌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꾸며내는 자연미
멸시받았던 주근깨는 어느새 동안이 되는 비결이자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이미지로 변모했다. 이는 미의 기준과 외모적 결함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시선의 변화라 볼 수 있고,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짜로 그려내는 주근깨로 자연스러움을 연출한다는 것은 결국 이제는 ‘자연스러움’ 마저 꾸며내는 시대가 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