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평양냉면을 먹었을 땐, 너무 슴슴해서 당황스러웠다. 이게 그렇게 맛있다고?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국물은 간이 거의 없고, 고명도 단출하기만 했다. 진심으로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며칠이 지나고 나서부터 자꾸 그 맛이 떠올랐다. 얼핏 무심했던 국물의 향이 자꾸만 그리워졌고, 심드렁하게만 느껴졌던 면의 질감이 오히려 정갈하게 느껴졌다. 그땐 미처 몰랐던 맛이, 천천히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평양냉면은 한입에 반할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되새김질하게 되는 맛이다. 정제되지 않은 듯하지만 깊고, 꾸밈이 없지만 오히려 담백해서 강한 여운을 남긴다. 뚜렷한 자극보다는 은근한 맛의 결로, 먹는 사람의 감각을 다시 열어주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슴슴함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매력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음식만이 줄 수 있는 어떤 ‘생각나는 맛’을 알아버린 사람들이다.
이런 평양냉면의 매력을 알고 나면, 자연스레 맛있는 냉면집을 찾아다니게 된다. 특히 서울 강남구에는 평양냉면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들이 여럿 존재한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다섯 곳의 평양냉면 맛집을 소개한다.
➊ 진미평양냉면

성시경과 강민경도 자주 찾는 미쉐린 가이드 선정 평양냉면 맛집이다. 일반적인 평양냉면보다 국물에 간이 되어있어 평양냉면에 입문하기 좋다. 육수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면도 부드럽다. 속이 꽉꽉 찬 만두와 따뜻하고 촉촉한 제육도 함께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 강남구 학동로 305-3
➋ 봉산평양냉면

진미평양냉면과 비슷하면서도 간이 많이 세지 않고, 진한 육향이 느껴지는 육수가 매력적이다. 편육도 퀄리티가 좋으니, 제육과 편육을 반반씩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 강남구 학동로1길 21
➌ 피양옥

평양냉면 씬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피양옥. 가볍고 깔끔한 육수에 반했다. 슴슴한 만두는 소스에 듬뿍 찍어서 먹으면 맛있다. 콜키지 프리이니, 와인을 가져가 어복쟁반과 같이 먹는 것도 추천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36길 7
➍ 봉밀가

미쉐린 가이드 선정 맛집이다. 놋그릇에 깔끔하게 담겨 나오는 담백한 평양냉면은 정석 같은 맛이다. 혼자 가서 먹기도 좋고, 배달도 된다. 방문하게 된다면, 친절한 서비스에 감동하게 될 것.
서울 강남구 선릉로 664
➎ 강서면옥

1948년 평남 강서에서 시작해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강서면옥은 청와대에도 납품했던 것으로 유명한 맛집이다. 동치미 국물을 적정 비율로 섞은 육수가 시원하고, 메밀면은 잘 끊겨서 먹기 편하다. 이북 스타일의 큼직한 만두도 정말 맛있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164길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