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로운 평일 오전, 설레는 발걸음을 앞세우며 평창동으로 향했다. 오래전부터 눈여겨봤던 공간을 취재라는 좋은 핑계로 갈 수 있게 되다니, 방문 전부터 기쁜 마음으로 가득했다.
에디터의 발길을 이끈 곳은 어느 한 도예 공방. 평소 도예 체험을 즐기는 편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는 편에 가깝다. 물론 마음 한구석에 하고 싶다는 욕구는 있지만 실행력이 부족한 탓에 늘 다음으로 미루기 바빴다.
사실 도예 공방은 주변에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검색만 해도 주변에 꽤 즐비하기 때문. 그럼에도 굳이 멀리 있는 이곳을 선택한 건 나름의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도예 공방, 도트온

도착하니 큼지막한 건물이 에디터를 맞이하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야 보이는 문을 조심히 열었고, 곧 이곳을 운영하는 대표님을 만날 수 있었다.
바쁘신 와중에도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신 대표님은 따뜻한 차를 한잔 내려주시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곳저곳 둘러보기 바쁜 에디터에게 현재 외부 팝업으로 내부가 조금 정신이 없다며 조용히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곳은 도예 전공인 대표님께서 작업실 겸 도예 수업을 위해 오픈한 공방이다. 학교 후배들과 함께 공간을 꾸려가고 있다는 대표님은 오늘처럼 상주하는 날 작업실을 싹 정리하며 수업 준비를 하신다고.
문득 하고 많은 동네 중에 평창동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 여쭤보니 “어릴 적부터 살던 동네였어요. 지금은 결혼 후 이사했지만, 본가와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것도 있어요.”라며 동네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으셨다.
공간을 채우는 사운드

에디터가 이곳을 택한 이유, 바로 작업장 옆으로 존재하는 오디오 쇼룸이다. ‘도예 공방에 웬 오디오?’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드디어 꺼낼 시간이었다.
아버지께서 스피커 사업을 하신다는 대표님은 “도예와 오디오를 하나로 접목할 방법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래서 수업 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죠.”라며 답했다.


도트온의 프로그램은 하이엔드 오디오를 활용한 청음 시간이 코스로 진행된다. 클래스는 ‘미니 달항아리’, ‘레이어컵’ 두 가지로 나뉘며, 수업이 끝난 후 큼지막한 스피커 앞으로 놓인 소파에 앉아 다과와 함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스피커 금액대만 무려 2억 원 상당. 음악을 사랑하는 에디터는 이 시간이 가장 기대될 것 같았다. 도예 작품을 비롯한 스피커 모두 현장에서 구매 가능하며,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꽤 시간이 걸렸을 만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평창동을 마주하며


오디오 쇼룸에 한참을 머무르고서야 작업실로 발길을 옮겼다. 시원한 통 창을 배경으로 총 4개의 물레가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었고, 이곳에서 보통 2인에서 4인 규모로 원데이 및 정규 클래스가 진행된다.


물레를 다루는 모습을 찍고 싶어 조심스레 요청드리니 안 그래도 작업할 게 있다고 하시며 능숙하게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연신 카메라를 내미는 에디터에게 ”예쁜 자세를 취하고 싶은데 작업하면 그러지를 못한다”며 쑥스러운 듯 말하는 대표님. 그 모습에 빠져 이리저리 촬영하다 보니 얼마 있지 않아 금세 달항아리 하나가 뚝딱 완성됐다.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곳곳에 놓인 큰 창과 풍경 덕에 머무는 내내 평화로웠다. 봄, 여름이 되면 주변이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진다고. 특히 날씨가 좋을 때는 수업 후 야외 테라스에도 나갈 수 있어 친구, 연인 관계 없이 누구나 좋은 시간을 보내기에 완벽한 공간이다. 그렇게 모든 취재가 끝난 후 오후 수업을 준비하시는 대표님을 뒤로하며 아쉬운 길을 나섰다. 조만간 도예 체험을 위해 이곳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굳은 다짐과 함께 말이다.

<도트온>
위치: 서울 종로구 평창11길 20 101호 / 운영 시간: 화-일 10:00~19:00 (월 휴무)
웹사이트: https://doteon.co.kr/ *방문 전 예약 및 확인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