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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현상소는 이대로 사라지게 될까

필름 현상소 필름로그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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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필름을 서로 다른 현상소에 맡긴다면, 결과물도 같을까? 아니다. 현상은 거의 동일하겠지만, 스캔 과정에서 미묘한 차이가 생긴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각 현상소의 개성과 감성이 스며드는 과정이다.

필름 한 롤도 가치 있게 기록하는 필름 현상소가 있다. 서울시 중구 퇴계로53길 6-17에 위치한 필름로그. 골목길에 들어서면, 노란색 자판기가 가장 먼저 반겨준다. 이 자판기에서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 필름, 키링 등 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자판기 옆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필름로그 서울 쇼룸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필름 사진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모여있다.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처럼 ISO 감도를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촬영 목적에 맞는 필름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필름로그에는 전 세계에서 생산된 120종의 필름이 전시, 판매되고 있어 원하는 느낌의 필름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다.

쇼룸 한 켠에는 필름 관련 굿즈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키링, 자석, 필름 케이스, 카라비너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키링은 단돈 3천원에 판매중이었는데,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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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필름 카메라도 곳곳에 진열되어 있었다. 니콘 FM2, 미놀타 XK, 캐논 F-1 등 필름 카메라 입문자들이 사용하기 좋은 카메라부터 매니아들이 사용하기 좋은 카메라까지. 다양한 모델을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같이 필름 사진 찍으러 가자

15일 토요일, 필름로그에서는 ‘포토워크’가 진행됐다. 필름 카메라를 대여해 함께 출사를 나가고, 촬영한 사진을 현상, 스캔, 인화까지 하는 특별한 행사였다. 이번 포토워크에서는 찍은 사진 중 한 장을 골라 엽서로 제작하는 기회도 주어졌다.

포토워크는 카메라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참가자들은 진열장 앞에 모여 원하는 카메라를 선택하고, 각자 가져온 필름을 넣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다 함께 DDP로 이동했다. 마침 날씨가 따뜻하고 햇살도 부드러웠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걷기 딱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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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사진의 묘미는 ‘기다림’이다. 어떤 사진이 나올지 모른채 셔터를 누르고, 현상이 끝날 때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 필름로그에서 인화한 사진을 받아 들었을 때, 그 순간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듯 했다.

아래는 필름로그와 나눈 대화다.


Q. 필름로그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 부탁한다.

A. 필름로그는 2015년 홈페이지 아카이빙 서비스를 기반으로 시작해 올해로 10년 차를 맞이한 필름 현상소입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줄었지만, 필름이 가진 매력과 가치는 여전히 보존되어야 한다고 믿으며, 필름 문화의 확산과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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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국 20여 곳에서 필름 자판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쩌다 자판기를 운영하게 되었는지.

A. 필름 자판기 개발 당시 필름을 구매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구매가 가능했지요. 때문에 다양한 필름을 직접 보고 구매하고자 하시는 손님이 필름로그 쇼룸을 많이 방문해 주셨는데요. 영업시간 이후에도 필름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 매장 앞에 자판기를 설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많은 분께서 공감해 주신 덕분에 목표 금액의 400%를 달성해 서울 본점을 비롯하여 제주, 경주, 순천에 총 4대의 자판기를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필름로그의 철학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과 협업하며 자판기를 늘려 전국 약 20여 곳에서 필름 자판기를 운영중에 있고, 단순한 필름 판매를 넘어 필름 접수도 가능한 현상소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Q. 필름로그만의 특별한 인화 서비스가 있다는데.

A. 필름로그는 한 롤의 필름을 셀렉 없이 온전히 보관하시길 권장합니다. 처음엔 의미 없어 보이던 사진도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보면 예상치 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롤 앨범’과 ‘한롤 페이퍼’는 이렇게 한 롤을 있는 그대로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그 중 ‘한롤 페이퍼’는 한눈에 한 롤 전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편집 및 출력해 드리는 인화 서비스입니다. 가끔 원하는 사진만으로 한롤 페이퍼를 구성해 출력하고 싶어 하시는 손님들이 있지만, 한 롤 단위로만 제작해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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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회용 필름 카메라, 빈티지 필름 카메라 등 카메라도 판매하고 있는데, 필름 카메라 입문자들이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추천해 준다면?

A. 필름 카메라를 처음 사용하시는 분들께는 ‘필름로그 업사이클 카메라’를 추천드립니다. 이 카메라는 한 번 사용된 일회용 카메라를 업사이클하여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제품입니다. 촬영 후, 필름로그에 카메라를 맡기시면 무상으로 현상스캔를 서비스를 제공해드리며, 이후 카메라는 점검을 거쳐 다시 업사이클 되어 판매됩니다. 다양한 모델이 있어 선택의 재미도 있고, 친환경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SLR 카메라 중에서는 입문자에게 미놀타 X-300을 추천드립니다. 이 카메라는 수동 모드와 조리개 우선 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 입문자들이 카메라의 기본적인 원리를 배우기에 적합합니다. 또한, 중고 시장에서 많이 유통되어 구매와 수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제품이라 많은 입문자들이 선호하는 모델입니다.

Q. 디지털 사진과 차별되는 필름 사진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A. 2023년 필름 축제에서 ‘우리는 왜 필름으로 사진을 찍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필름 특유의 색감이 좋아서, 제한된 컷 수 안에서 신중하게 촬영하는 과정이 좋아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물이 있어서,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등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사진을 쉽게 찍고 지울 수 있는 디지털 환경과 달리, 필름 카메라는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촬영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사진을 받아보았을 때,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필름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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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사진은 당신이 선택한 카메라, 필름, 그리고 현상소의 개성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진이다. 필름을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필름로그에 가면 자연스럽게 필름 사진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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