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끝자락과 9월의 초입에 걸쳐 여행을 떠났다.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시골로 떠나고 싶었다.
그렇게 찾은 곳이 오사카에서 기차로 3시간 거리에 위치한 시라하마다. 아름답게 빛나는 넓은 해변과 판다를 볼 수 있는 어드벤처 월드, 대나무가 빼곡하게 차있는 숲을 볼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3박 4일의 짧은 휴가. 그마저 1박 2일은 오사카 시내에서 보냈다. 결국 시라하마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2박 3일이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영감과 충분한 휴식을 제공해 주었다.
해변의 일렁이는 파도 속으로 몸을 던질 수는 없었다. 태풍이 북상하여 시라하마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 가볍게 발이라도 담그려고 해변가로 다가가니 금방 안전요원이 우릴 향해 뛰어왔다. 아쉬움이 남지만 규칙을 어길 마음은 없었기에 곧대로 따랐다.
저녁이 되자 바람은 여전했지만 먹구름으로 뒤덮였던 하늘이 거짓말처럼 맑게 갰다. 6시 30분 다시 찾은 시라하마 해변은 영원히 기억될 멋진 풍경을 선물했다. 석양을 품은 해변의 파도는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갇혀 현실을 보지 못했던 지난 시간을 위로해 줬다.
작은 마을이지만,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예쁜 상점과 식당이 많았다. 어딜 가나 직원들도 친절했다. 시간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에는, 도시인들의 것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해변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카페 ‘99 mamenoyu’는 가보는 걸 추천한다. 2층 규모의 고즈넉한 건물을 통으로 쓰고 있다. 특히 2층의 층고가 높고 넓은 통창이 있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일본의 예술 서적이 많아 커피와 함께 즐길거리도 충분했다.
마지막 날에는 판다를 보러 갔다. 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어드벤처 월드’에는 판다부터 코끼리, 원숭이, 돌고래 등 많은 동물이 살고 있다. 반드시 가보라고 추천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날이나 도착하는 날 시간이 있다면 방문해도 후회는 없을 것.
시라하마에 머무는 동안 일분일초를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다. 흐름을 음미하며 온전히 머물고 싶었다. 여행에서 복귀한 지금, 당시를 회상했을 때 나름 성공적으로 시간을 즐겼던 것 같다. 현실을 살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때가 많다. 어제 막 한주가 시작됐는데 눈떠보니 일요일 저녁인 그런 경우 말이다.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시라하마는 나에게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을 되찾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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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무도 모르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가줘”라고 애타게 소리치는 분들에게 시라하마 여행을 추천한다. 여유가 있다면 나 대신 2박 3일보다 더 긴 여행을 떠나 주길 바란다. 더 많은 한국인이 시라하마의 여유를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혼자 여유로워서는 서울에 적응할 수 없다. 하지만 모두가 여유를 가지면 쉬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