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만큼 ‘부캐’를 키우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굳이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더라도 숨겨진 나의 취향, 나의 덕질을 표현하는 창구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활용하는 이들도 많다.
수염을 잔뜩 기른 마초남의 ‘식집사’ 아카이브도, 늘 완벽할 것 같던 커리어우먼의 엽기적 행각을 담은 ‘부계’도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인스타그램. 그렇게 개인적인 취향을 담은 계정들 중 수십만 팔로워들을 끌어들이며 인플루언서의 반열에 접어든 계정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계정들의 특징은 컨셉에 한해서는 정말이지, 집요하다는 것. 피드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 우물만 파며 집요함을 보여준 인스타그램 계정 5곳을 소개한다. 꼭 챙겨 볼 필요는 없지만 간간이 피드에 등장하는 그들의 게시물은 짧고 강렬한 유희를 안겨줄 것.
@hotdudesreading
“독서는 힘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똑똑해진다”라는 말들은 옳지만, 너무 흔해져 버렸다. 아무리 맞는 말이라 해도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듣게 된다면 그 말에 귀 기울이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땐 조금 더 자극적인 설득이 필요할 것.
‘섹시한 남자들의 독서(Hot dudes reading)’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말 그대로 길거리, 지하철, 버스 안에서 책을 읽는 핫한 남자들을 모아놓은 계정이다. 초상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계정의 팔로워 수는 무려 127만.
피드를 내려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핫한 독서광들을 훔쳐보다 보면 독서에 대한 열정은 다시금 불타오르기 마련이다. ‘독서 = 멋있다’는 공식을 무의식 속에 숨겨 넣고 싶다면 이 계정을 참고할 것.
@paperofthepast
필자는 고서를 사랑한다. 고서 안에 담긴 내용들은 대개 알 수 없는 언어로 되어 있거나 현대에는 쓰이지 않는 ‘죽은 말’들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쉽게 해석할 수는 없지만 오래된 책이 풍기는 향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 매력에 한번 빠지고 나면 어느새 헌책방을 뒤적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지금 소개할 계정, ‘페이퍼 오브 더 패스트’는 핸드폰을 든 당신을 파리의 헌책방 거리로 데려가 줄 책 계정이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 묻은 다이어리부터 오래된 스크랩북까지 다양하게 소개하며 그와 얽힌 이야기들을 알려주고 있는 페이퍼 오브 더 패스트.184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제작된 책들을 다루고 있다. 옛날,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의 손때 묻은 스크랩북에서 영감을 얻고 싶다면 이 계정을 꼭 팔로우 해둘 것.
@capy.happy0
어느샌가부터 부쩍 피드에 카피바라가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면 당신은 이미 저주에 걸린 것이나 다름없다. 카피바라는 수상할 정도로 인스타그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관련 게시물을 클릭한 이들의 알고리즘을 쉽사리 장악해버리기 때문. 여기 ‘카피 해피’라는 계정은 알고리즘을 장악하는 수많은 카피바라 계정들 중 하나다.
오로지 카피바라와 관련된 밈들만 업로드하는 이 계정의 팔로워는 무려 11만. 학사모를 쓴 카피바라, 풀 먹는 카피바라, 마인크래프트 속 카피바라 등 온갖 카피바라들을 전부 마주하고 싶다면 이 계정을 확인해 보자.
@world_record_egg
‘좋아요 수’는 인기에 비례하고, ‘팔로워 수’는 인맥에 비례한다. 뿌리 깊게 자리한 셀러브리티 문화에 반기를 들며 ‘셀럽 문화만큼 깨지기 쉬운 것은 없다’는 교훈을 날린 이 계정.
인스타그램 게시물 좋아요 수로 세계 신기록을 갖고 있던 카일리 제너를 이겨보자는 인터넷 친구들의 기합이 모인 ‘월드 레코드 에그’계정은 런던에 사는 익명의 인물에 의해 탄생했다. 이 계정의 유일무이한 게시물인 계란 사진의 좋아요 수는 무려 5천9백만. 카일리 제너의 기록을 거뜬히 이기며 많은 매체들의 주목을 받은 계정이기도 하다.
@calebwsimpson
요즘의 영상 크리에이터들은 거리에 나가 낯선 이의 사진을 찍기도 하고, 듣는 음악이 무엇인지 묻기도 한다. 완벽하게 무작위한 상태에서만이 발견할 수 있는 새로움이 더 짜릿하기 때문일까. 지금 소개할 인물, 케일럽 심슨은 낯선 이의 패션, 음악 취향, 직업 등을 넘어 더 사적인 부분을 캐내 인기를 얻은 영상 크리에이터다. 그가 묻고 다니는 것은 바로 ‘월세’와 ‘집 구경’.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이들에게 월세를 얼마씩 내는지 물은 뒤, 집 구경을 시켜줄 수 있냐고 묻는 그. 놀랍게도 많은 이들은 그의 요청에 흔쾌히 답하며 본인의 집을 소개한다. 똑바로 누울 수조차 없는 뉴욕의 단칸방부터 비밀 공간이 숨겨져 있는 맨션까지. 미국의 부동산 사정을 슬쩍 들여다보고 싶다면 케일럽 심슨의 계정을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