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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정과 프렌즈는 프라임 킹즈를 낳았지

음악이 발전하는 순서를 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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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춤이라는 문화는 우리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다. 본격적인 무대를 뒤로하고 즉석에서 합을 맞춰보는 아티스트들의 댄스 챌린지, 그를 수월하게 따라 할 수 있게끔 서포트하는 안무가들의 가이드까지. 몸치들을 위한 30초짜리 영상들은 ‘춤알못’들을 위한 문턱을 낮춰주고 있다. 이들의 신호탄을 알린 것은 시간을 거슬러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가 아닐까. 

이러한 시류에 완전한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것은 바로 ‘스트릿 우먼 파이터’다. 방송 안무로 활용되는 ‘코레오그래피’는 물론 ‘락킹’과 ‘걸스힙합’과 같은 생소한 장르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 춤이라는 활력소를 불어넣어 준 그들의 신을 한국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해 보자.


힙합 0세대, 박남정과 프렌즈
1980년대 서울의 유흥가와 이태원동의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주한미군들과 어울리던 박남정과 이주노의 무리들. 당시 힙합에는 문외한이던 젊은이들에게 주한미군이 전수한 흑인음악은 그들의 눈이 빛날 수밖에 없던 리듬이었다. 자연스레 흑인 음악을 수용하여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인물은 ‘박남정’. 

지금까지도 ‘한국의 마이클 잭슨’이라 회자되고 있는 그는, 데뷔곡 ‘아 바람이여’보다 이듬해 발표한 1989년의 ‘널 그리며’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노래와 함께 한 ㄱㄴ춤은 당시 소녀팬들에게 필수로 따라춰야 할 그 시절 댄스 챌린지였던 것. 사실 이 춤 또한 댄스 디바로 알려진 자넷 잭슨의 1986년 앨범 ‘The Pleasure Principle’에서 먼저 선보인 것이다.해외의 영향을 받던 당시 댄스음악 기반의 방송안무들은 힙합이 메인스트림으로 인기를 얻었던 미국의 흐름과 비슷한 전조. 서부권 힙합 문화를 바탕으로 닥터 드레의 ‘The Chronic’이 발매됨과 동시에 국내에선 ‘현진영과 와와’, 이주노와 양현석의 ‘서태지와 아이들’ 등 박남정에 이은 후속 주자의 탄생을 알렸다. 

힙합 기반의 대중음악과 더불어 랩 음악의 시초를 알린 ‘서태지와 아이들’은 한국어 랩이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깨부수기도. 당시 포크 록의 장르가 주를 이뤘던 대중음악의 유행은 현대의 댄스 팝과 랩 기반의 장르가 섞인 뉴 스쿨로 흘러갔다. 이는 하우스, 일렉트로, 팝 등 대중음악의 확장과 더불어 해외의 댄스 문화는 언더그라운드의 댄서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난 오로지 춤만 춰, 댄스 크루들의 탄생
힙합을 기반으로 탄생한 크루들의 공통점은 지하철이나 공원의 불빛에 의지해 춤을 추던 이들. ‘박남정과 프렌즈’라는 이름의 백댄서로 활동하던 도건우는 그룹 ‘소방차’를 거쳐, 피플 크루의 프로듀싱을 맡게 된다. 대한민국의 ‘최초’라는 키워드를 모두 포괄하는 피플 크루는 비보잉과 그라피티 등 힙합과 일맥상통하는 모든 활동을 전개했다. 

T.I.P 크루, 피플 크루, 진조 크루 등 국내외의 댄스 배틀을 내로라했던 이들은 현대에 들어선 유명한 안무가들을 육성시킨 장본인들. 이름하여 ‘올드 스쿨’의 정수였던 오리지널 힙합 기반의 크루가 있다면 ‘뉴 스쿨’을 업고 등장한 댄서들도 있다.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맨 파이터’에서 남성호르몬이 폭발하는 춤사위를 보여준 ‘프라임 킹즈’가 바로 대표적 뉴 스쿨, ‘크럼프’. 이외에도 ‘하우스’, ‘보깅’, ‘텃팅’이 존재하는데, 통통 튀는 매력으로 올드 스쿨에 ‘락킹’이 있다면, ‘뉴 스쿨’엔 ‘하우스’가 있다. 락킹은 정지하는 동작과 함께 각이 살아있는 포즈를 흐름에 녹여내는 반면, 하우스는 발꿈치와 스텝으로 몸의 움직임을 강조해야 하는 것. 

보깅과 텃팅은 비슷한 맥락으로 주 장르를 같이 가져가는 댄서들이 많은 가하면, 보깅은 매거진의 이름에서 출발해 모델의 포즈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 텃팅은 손가락과 관절이 펼쳐내는 직선과 사각형의 확대와 소멸을 연속으로 보여준다.


스트릿 댄스는 멈추지 않아
재야의 고수들은 끊임없는 수련을 갈고닦기 마련이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시즌 1 우승 크루인 ‘홀리뱅’의 수장, 허니 제이는 ‘걸스힙합’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한 우물만 팠던 그녀가 보여주는, 특유의 섹슈얼한 동작과 몸의 움직임을 좀 더 여성의 보디라인을 살리는 장르, 걸스힙합. 물론, 걸스힙합이라고 힘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크럼프적 요소를 더해 공격적인 동작을 살려주면, 장르의 다양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풍성한 춤사위에 반할 수밖에 없게 했다. 나아가 ‘걸리시’라고도 칭하는 장르도 뉴 스쿨의 보깅과 올드 스쿨의 왁킹이 혼합되면 댄서가 가진 강점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조합이 될 수 있다.시간이 흘러 현시대에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댄서들은 한두 가지 장르로만 국한시키지 않는다. 방송 안무로 주요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안무가들도 ‘워크숍’으로 불리는 다른 댄서들의 수업을 수강하는 것. 다양한 분야에서 오는 경험과 바이브를 더해, 본인의 스타일과 무기를 더해나가는 것이다. 또한, 주 장르가 다른 댄서들끼리 함께 안무를 구상하여 새로운 장르의 안무를 탄생시키기도. 

장르적인 경계가 흐릿한 점이 누군가에겐 전문적이지 않을 수 있다 칭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춤을 사랑하게 된 현시점에서, 그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최대의 강점이 아닐까. 수많은 이들이 거쳐간 국내 스트릿 댄스 신에서의 공통분모는 춤을 ‘사랑하는 마음’. 함께 즐기고, 성장할 수 있는 우리들의 스트릿 댄스는 무한히 현재 진행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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