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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 몰라요? 거짓말, 노래는 알잖아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베스트 프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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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 나가노현에서 음악적인 재능을 타고난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후지사와 마모루. 장차 일본을 대표하는 작곡가가 될 운명을 가진 아이였다. 

그는 어릴 적부터 음악과 함께 성장했다.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음악과 관련된 곳으로 진학했고, 밴드에 소속되어 작곡과 편곡을 멈추지 않았다. 

천천히 내공을 다지던 후지사와 마모루, 그가 처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건 그가 막 24살에 접어들었던 1974년. 당시 텔레비전으로 방영됐던 인기 애니메이션 <최초의 인간 갸토루즈>의 음악 감독을 맡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니멀리즘 음악에 빠지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미니멀리즘 음악에 깊게 빠져있었다. 작은 소리에도 집중할 수 있는 유려한 사운드의 미니멀리즘 음악을 탐구하던 그는 결국 1981년에 밴드 ‘MKWAJU’를 만들고, 미니멀리즘 음악을 심도 있게 다룬 앨범 [MKWAJU]를 발매했다. 히사이시 조

계속해서 음악계의 좋은 평가를 받던 후지사와 마모루. 그는 밴드 앨범 프로듀싱을 끝낸 지 1년 만인 1982년, 스스로 음악 작업을 진행하는 사무소 ‘원더 시티’를 개업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명이 아닌, ‘히사이시 조(Joe Hisaishi)’라는 예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 누구야

그는 몰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서핑을 즐기듯 음악 작업을 활발하게 이어갔다. 바쁘게 작업한 그는 원더 시티를 개업한 그해, 새롭게 만든 예명 ‘히사이시 조’라는 이름으로 첫 솔로 앨범 [Information]을 발매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눈여겨보고 있던 인물이 있었으니, 지브리 스튜디오를 만들어 낸 천재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였다. 그는 히사이시 조의 앨범을 만족스러워했고, 그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당시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제작하고 있었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없던 시절이라 애니메이션 프로덕션 ‘톱 크래프트’ 소속으로 제작을 진행하고 있었다.

영화제작에서 사운드를 담당하는 음악감독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관객을 몰입시킬 수 있는 멋진 사운드가 없다면 부족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 미야자키 하야오는 음악감독 선택에 신중을 기울이고 있었다. 두 전설의 만남

이제 막 솔로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을 시작했던 히사이시 조는 무명에 가까웠다.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작업물의 수는 베테랑과 비교할 수준이 안됐고, 당연하게도 음악감독 예비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핫피엔도’, ‘YMO’ 등으로 이미 음악계에서 탄탄한 인지도와 능력을 알린 ‘호소노 하루오미’를 지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호소노 하루오미의 음악 스타일은 어울리지 않았다. 깊은 고민의 시작이었다. 

그러던 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히사이시 조가 떠올랐다. 그리고 지체 없이 만남을 가졌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히사이시 조의 첫 만남, 때는 1983년이었다. 무명에게 주어진 기회

히사이시 조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내민 손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전체적인 구조와 스토리를 알게 된 그는 아마 대작이 탄생할 것이라는 예감을 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히사이시 조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음악감독을 맡게 됐고, 영화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흥행 기록을 세웠다. 이때부터 히사이시조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계속 함께 작업을 이어나가게 됐다. 또 다른 메이트

히사이시 조에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에게는 또 다른 작업 메이트가 있었으니. <전장의 크리스마스>, <그 남자 흉폭하다>, <코드명 J>, <도쿄 아이즈>, <소나티네>, <배틀로얄> 등 무수히 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기타노 다케. 그 역시 히사이시 조와 함께 작업을 이어나갔다. 친근하게, 때로는 웅장하게

히사이시 조는 영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그에 맞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웃집 토토로>에서는 토토로와 어울리는 밝고 경쾌한 사운드를 들려줬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기묘하고 어지러운 영화 속 세계를 음악으로 완벽하게 구현했다. 

때로는 웅장하게 영화 속 세계로 관객들을 이끌고, 때로는 감동적인 선율로 관객들을 울린 히사이시 조, 그는 어느덧 모두가 찾는 일본의 대표적인 음악감독으로 거듭나 있었다. 1992년, 그는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음악상을 수상했고, 1998년에는 나가노 동계 패럴림픽의 개막식 음악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두 남자의 우정

1984년부터 시작된 히사이시 조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우정과 협업은 2024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이 될 수도 있는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음악 감독 역시 히사이시 조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히사이시 조 본인의 음악적 능력이 그만큼 뛰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제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라도 실력이 없다면 믿고 맡기지 못했을 테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70세의 나이를 넘긴 히사이시 조는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유지한 채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A Symphonic Celebration

스튜디오 지브리의 걸작 애니메이션을 더욱 감동적으로 만든 히사이시 조의 음악들. 그의 음악 세계를 직접 두 귀로 느끼고 싶다면 2023년에 발매된 앨범 [A Symphony Celebration]을 추천한다. 이 앨범에는 히사이시 조가 영국의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음악들이 담겨있다. 최고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사운드를 완성했고, 기존의 곡들을 히사이시 조가 직접 편곡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전 세계가 사랑하는 명곡들을 최고의 사운드로 즐길 수 있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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