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묘 커버이미지
series

동묘

조선 땅에 삼국지 관우를 모시는 묘가 존재한다

URL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공유해보세요!

무한도전의 정형돈만 아니었다면, 아는 사람들만 아는 보물 찾기의 성지가 될 수 있었을까. 이제는 모두가 아는 대한민국 대표 구제 시장, 동묘.

동묘-지명유래-동관왕묘-삼국지-관우-임진왜란-선조-명나라-디오리진

여기저기 널려있는 옷 무덤과 빈티지 가게들. 구제의류 시장을 대표하는 곳이라 그런지, 할아버지들의 패션도 장난이 아니라고. 고프 코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도 동묘 거리의 매력에 반한 바 있다. 떡하니 인스타그램에 ‘Best street in the world’를 적을 정도였으니.

동묘-지명유래-동관왕묘-삼국지-관우-임진왜란-선조-명나라-디오리진

동묘의 매력은 말하면 입 아프다. 그런데, 동묘는 왜 지명이 동묘일까?

수많은 옷 무덤 건너에 이유가 있다. 동묘 시장을 둘러보면 돌담으로 둘러싸인 빨간 대문이 보이는데, 여기가 ‘동관왕묘’라는 대한민국 보물 제142호가 있는 곳이다. 이를 줄여 ‘동묘’라는 지명이 굳혀졌다고.

동묘-지명유래-동관왕묘-삼국지-관우-임진왜란-선조-명나라-디오리진

그런데 이는 다름 아닌 중국 촉나라의 장수, 관우를 모시는 묘다.

왜 한국에 중국 장수의 묘가 있나?

조선의 위인을 섬기는 묘도 아닌 중국 장수의 묘라니. 그것도 서울 종로에 말이다. 아마 뼛속까지 한국인인 우리에게는 납득이 안되는 상황일 것.

동묘-지명유래-동관왕묘-삼국지-관우-임진왜란-선조-명나라-디오리진

그러나, 이는 사실 임진왜란과 관련이 있다. 왜의 습격으로 고전하던 조선은 명나라에 협조 요청했고, 왜를 몰아내기 위해 함께 싸웠다. 당시 우리를 도와줬던 명의 황제는 임진왜란이 끝나자 조선 땅에 관우를 모시는 사당을 지을 것을 요청했다. 촉나라의 유명한 장군인 관우의 덕을 입었기 때문에 왜군을 물리칠 수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묘-지명유래-동관왕묘-삼국지-관우-임진왜란-선조-명나라-디오리진

당시에도 당연히 논란이 많았을 터. 논란은 역사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괜히 백성들 고생이나 시키는 짓이라는 사헌부의 상소문도 선조실록 138권에 담겨 있으니.

“중국 군들이 철수한 후에도 백성들이 쉬지 못하니, 소동과 원망이 이는 것은 모두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명나라의 왕이 직접 요청을 했을 정도로 명나라 사람들에겐 중요한 일이었다. 힘이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공사는 강행되었고 ‘동관왕묘’는 이로써 조선 땅 수도의 동쪽에 자리 잡게 된다. 

동묘-지명유래-동관왕묘-삼국지-관우-임진왜란-선조-명나라-디오리진

대한민국 보물이 된 ‘동관왕묘’

조선 역사의 아픔이 담긴 명나라 장수를 모시는 ‘동관왕묘’는 대한민국 보물 제142호로 지정되었다. 이는 전쟁 이후 명나라와 조선이 우호적인 관계를 다지기 위해 굉장히 공을 들여 지어진 건축물이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수준 높은 건축 기술이었다고.

동묘-지명유래-동관왕묘-삼국지-관우-임진왜란-선조-명나라-디오리진

동관왕묘는 조선 최고의 유교 성지, 성균관의 ‘문묘’와 견줄 만한 묘로 인정받으며 무묘(武廟)라 불렸다. 그저 어쩔 수 없이 만든 묘라고 치부할 수 없는 셈. 동관왕묘가 완공되었던 선조 때는 묘를 홀대했지만 이후 광해군, 숙종, 영조, 정조 등은 동관왕묘를 열심히 관리하고, 왕이 무복을 입고 제를 지내기도 했다.

한국에서 ‘왕’이라는 칭호를 얻어낸 해외 인물

문묘에서 모시는 공자와 그 제자들은 워낙 유교권 국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 ‘뭐 그럴 수 있지’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런데 삼국지 소설이나 만화에서만 보던 관우가 한국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니. 심지어 그를 모시는 묘가 조선 땅에서 꽤나 높은 위상이었다. 그는 한국 역사와 관련이 없는 해외 인물 중 유일하게 ‘왕’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례적인 인물이다. 괜스레 우리가 알던 관우의 강력한 힘이 슬쩍 느껴지지 않는가. 

동묘-지명유래-동관왕묘-삼국지-관우-임진왜란-선조-명나라-디오리진

오래된 물건들 건너에 아프고도 신기한 역사가 담겨있는 동묘.

선선한 날씨가 다가오고 있으니, 옷도 장만할 겸 조선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멋쟁이들이 가득한 동묘로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서울특별시청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