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러버들은 ‘라프 시몬스’라는 이름만 들려도 눈이 번쩍 떠질 것이다. 패션씬의 이단아부터 프라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그는 패션계 정상에서 유행의 선두주자로 우뚝 서있기 때문. 한창 일하고 있는 라프 시몬스를 이미 ‘전설’로 여기는 팬들도 많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라프 시몬스’의 컬렉션 역시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돈으로 환원하기 싫을 정도로 아카이브로서 소장 가치를 가지고 있다.
라프 시몬스가 패션을 잘하나?라는 물음에는 모두가 그렇다고 할 것이지만, 패션만 잘하나?라는 물음에는 물음표를 띄울 사람이 있고, 아니다.라고 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유인즉슨 그가 패션만 잘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그렇다. 그는 LUCA 예술 대학에서 산업 디자인 및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패션 비전공 디자이너다. 라프 시몬스는 패션에 눈이 돌아가기 전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했다고.
그가 패션의 길로 완전히 들어선 것은 앤트워프 식스로 유명한 월터 반 베이렌동크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인턴 일을 하던 시절, 파리 패션위크에서 마틴 마르지엘라의 패션쇼를 봐버렸기 때문.
월터 반 베이렌동크가 가져간 차세대 ‘가구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가 디자인했던 가구들을 살펴보자.
우리 아버지가 라프 시몬스 친구였어요
1995년에 동명의 브랜드를 론칭해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라프 시몬스’.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약 2년간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그의 컬렉션은 라프 시몬스에 대해 얼추 아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일 것.
얼굴을 알리지 않는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를 좋아하기 때문일까. 라프 시몬스는 그의 가구 컬렉션에 대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는 라프 시몬스의 친구를 아버지로 둔 ‘맥스(Max)’라는 인물에 의해 밝혀졌다.
라프 시몬스는 자신이 만든 7개의 가구 중 5개를 친구에게 주었다고. 아버지가 집에 둔 가구가 라프 시몬스의 가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맥스는 Corpo 가구를 조사하고 큐레이팅 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지만, 나머지 2개의 작품은 디자인의 상태나 소유자가 누구인지 여전히 알아내지 못했다고.
99,998달러입니다
문화적 가치는 스스로 판단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모든 것의 기본은 문화적 가치다. 사람들은 돈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기에 문화적 가치를 ‘돈’이라는 수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맥스는 이를 통해 그가 가장 좋아하는 라프 시몬스 Corpo 컬렉션 피스인 ‘Protection’ 제품을 그레일드에 99,998달러에 올려놨다. 이를 통해 라프 시몬스의 가구가 가진 가치를 빠르게 전파할 수 있었다고.
패션계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라프 시몬스의 세계관이 시작되는 지점인 Corpo 가구 컬렉션. 오직 맥스와 팀만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예견된 미래였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지금껏 이어져오는 라프 시몬스 로고가 패션 브랜드를 시작하기 전부터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만든 것은 ‘가구’이지만 인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이를 보호하는 ‘갑옷’형태의 작품이 있는 것을 보아 ‘의상’에 꽤나 관심이 많았다는 것도 유추할 수 있다.
그가 예술 학교 졸업 당시 선보였던 ‘Corpo’라는 가구 컬렉션. 단 7개의 독특한 가구로 구성된 매우 작은 라인이었다. 이 가구들은 라프 시몬스가 그의 패션 세계관에 큰 영향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프로젝트를 이루는 가구들이 인체 형태와 해부학에 기반한 작품들이었으니까.
라프 시몬스가 해체주의로 대표되는 마틴 마르지엘라에게 푹 빠진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그가 패션의 길로 들어설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미래였다. 가구에서도 나타난 그의 창의적인 디자인에 Corpo 컬렉션이 공개되었을 당시 사람들은 감탄했다.
역시 ‘될 놈 될’ 이던가. 이제는 하위문화에 테일러링까지 모두 섭렵한 떡잎부터 달랐던 그의 행보가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