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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에 환장하는 러시아, 그리고 우리

우리는 그들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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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유행. 2000년대 패션 스타일이 한창 유행하고 있다. 덕분에 신발계의 제왕이었던 나이키를 위협 중인 아디다스. 그의 귀환은 실로 엄청났다. 이 글을 읽고 밖을 나가 신발을 본다면, 삼바와 슈퍼스타가 아스팔트 위를 궁전처럼 거느리고 있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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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의 핫한 발렌시아가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 미우미우의 전성기를 함께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 그리고 칸예 웨스트의 이지로 돌아오는 고샤 루브친스키까지. 이 셋은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시기에 자란, 일명 ‘포스트 소비에트 키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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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들을 왜 언급했을까? 필자는 아디다스의 유행을 마냥 Y2K 트렌드 때문이라고 해석하지 않는다. 아디다스라면 환장하는 포스트 소비에트 키즈가 패션을 주도하는 시대에 아디다스가 이렇게나 매출을 올리는 게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10년 전 우리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Adidas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제 꿈이었습니다.”
-고샤 루브친스키, <Dazed>


포스트 소비에트 키즈와 아디다스가 어떤 연관성을 가지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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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 스킨헤드, 아디다스 소비에트 Let’s go

보드카, 스킨헤드, 아디다스.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양아치들의 모습이다. 어쩌면 3가지 키워드에 속해보지 않은 러시아 남자들이 없을 정도의 ‘국뽕 라인’급이다. 특히 아디다스가 옷장에 없다면 간첩인지 의심해 봐도 될 정도다. 고프닉(gopnik)으로 불리는 러시아의 스트리트 문화에서 젊은이들이 모두 아디다스 트랙수트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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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11호의 러시아 착륙

소련은 왜 유독 아디다스에 환장할까? 그들이 아디다스를 사랑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아디다스가 올림픽 유니폼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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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소련은 철저하게 자본주의 기업들을 배척했다. 다른 나라의 길거리에 널린 아디다스, 나이키는 꿈도 못 꾸고 국산 체육복을 입고 다녀야 했던 시기다.

그런데, 아폴로 11호에 탄 닐 암스트롱이 달의 표면에 국기를 박아버린 것 정도의 역사적인 사건이 터졌다. 바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소련이 아디다스의 유니폼을 택한 것이다. 처음 느껴본 자본주의 맛의 인기는 엄청났다. 

소련이 아디다스를 스폰서로 채택했다지만 자본주의 기업의 라벨을 금지하고 있던 시기라 그들의 유니폼은 삼선이 아닌 이선 아디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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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아디다스는 소련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가 되었고, 서방의 문화가 사회주의 국가에 침투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포스트 소비에트 키즈

점점 자본주의 맛에 중독되어가는 소련. 격변의 시대 속에 자란 아이들은 외부의 패션, 음악, 물건 등 쏟아지는 신문물을 받아들이며 자랐다. 자유라는 물건이 눈앞에 놓여있는데 억압하려 하는 사회주의에 대한 반항심은 커져갔고, 결국 1991년 소비에트 연방 국가는 붕괴된다. 이러한 과도기에 자란 ‘포스트 소비에트 키즈’는 곧 패션계에 돌풍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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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식 패션의 미학

유럽의 패션 하우스 혹은 미국의 스트리트 브랜드에만 노출되어 있던 힙스터들에게 ‘패션’과 거리가 멀어 보였던 동유럽의 디자이너들이 보여주는 이국적인 반항은 그들이 찾던 새로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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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샤 루브친스키는 러시아의 스트릿 문화와 그들의 언어를 디자인으로 승화시켰다. 그의 컬렉션 모델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헤어스타일, 스킨헤드로 가득하다. 그는 옷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다. 스케이트 문화나 레이브 문화를 직접 조명하며 서브컬처를 진심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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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미우의 2022 S/S 컬렉션에 스타일리스트로 합류한 로타 볼코바. 그녀는 상, 하의를 모두 과감하게 잘라냈다. 입고 나갈 수 있나 싶은 마이크로 스커트와 배 위까지 오는 크롭 재킷과 셔츠. 미우미우는 프라다의 엔트리 라인으로 시작되었지만, 현재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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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출신의 뎀나 바잘리아 역시 스무 살에 독일에서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제대로 경험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경험했지만, 편견 없는 눈으로 문화를 바라볼 수 있었고, 이는 곧 그의 옷에서 드러난다. 베트멍부터 발렌시아가까지, 비슷비슷해지는 패션 트렌드 사이에서 그가 전개하는 브랜드는 ‘뎀나스럽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창적인 디자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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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한 세명 모두 동유럽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 아디다스와 협업을 진행했다. 그들과 함께했던 아디다스 컬렉션은 러시아적인 요소와 서브컬처가 담겨있다.

그리고 지금, 아디다스와 동유럽 출신 패션인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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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체가 처음으로 세계를 경험하던 흥미로운 시대였어요.”
-로타 볼코바, <Vogue Paris>


그들의 패션은 양분되는 체제의 문화를 동시에 경험한 흔치 않은 배경이 토대가 된다. 사회주의 체제 속에 남은 추억과 붕괴 이후 새로운 자본주의 문화를 모두 경험한 포스트 소비에트 키즈. 서브컬처가 인기를 끈다고 해서 흉내 내는 게 아닌 진짜라는 것이다. 

진짜는 통하는 법. 반항적이고 해체주의적인, 어딘지 모를 노스탤지어 향 짙은 그들의 패션은 결국 ‘힙스터’들의 선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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