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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바 이치코 인터뷰 : 섬과 같은 사람, 섬과 같은 음악

싱어송라이터 아오바 이치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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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바 이치코가 새 앨범 [Luminescent Creatures]와 함께 다시금 한국을 찾았다. 천천히, 꾸밈없이, 하지만 또렷하고 선명하게 써내려간 그의 사유는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세계의 리스너를 사로잡았다.

양일간 개최된 내한 공연의 첫날인 2월 26일 낮, 공연을 앞둔 아오바 이치코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데뷔 전 청소년기의 이야기부터 그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신보에 관한 소개까지. 그의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흥미로운 대화가 가득하다.

3년 만에 다시 한국에 왔어요. 세 번째 한국 방문으로 알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한국의 순간들이 있다면요?

일단, 밥이 너무 맛있어요. (웃음) 그리고 막걸리도요. 술을 좋아하거든요.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할게요.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중학교 때 취주악부에서 클라리넷을 맡았고, 고등학교 경음악부에서 다양한 악기를 배웠다고요. 음악, 미술, 작문, 영상… 예술에 관한 다양한 갈래가 있잖아요. 그중에서 음악에 깊게 빠지게 된 이유가 있었어요?

단지 음악이 좋아서… 라는 이유가 가장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음악은 결국 여러 예술 분야와 다 이어져 있기도 하고요.

17세 때부터 클래식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를 회상해 보자면요.

저에겐 야마다 안미 라는 스승님이 계신데요. 그분의 음악만 들었고, 자연스레 클래식 기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의 추억들은 지금까지도 소중히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혹은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주저 없이 항상 야마다 안미씨 뿐이라고만 답하고 있어요. 이에 관해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거예요.

단지 음악을 위해 파트타이머를 병행하며 교토에서 도쿄로 오가는 10대 시절을 보냈다고 들었어요. 야간버스에서 눈을 붙이는 등의 일화도 읽은 적이 있고요. 대체 그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어려서? (모두 웃음)

확실히 지금보다 체력은 있었겠지만요. (웃음) 저의 스승인 야마다 안미씨가 도쿄에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음악을 실제로 현장에서 듣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열심히 다녔던 것 같아요.

지치진 않았어요?

물론 너무 피곤했죠. 그도 그럴 것이, 잠을 거의 못 잤거든요. 야간버스를 타고 교토에 돌아와선 빠르게 씻고 교복으로 갈아입고 학교에 갔고. 하교 후엔 다시 옷을 갈아입고 도쿄행 신칸센을 타고, 밤늦게 다시 귀가하는 생활을 했으니까요.

부모님께서는 어떤 반응이었나요? 걱정하시진 않았는지, 혹은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었을지.

사실 그 당시엔 부모님께 비밀로 하고 (도쿄를) 다녔어요. 그래서 이따금 전화로 “너 지금 어디야?”라고 혼나기도 했죠. 물론 부모님과의 사이는 좋답니다. 당시에는 ‘얼른 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 ‘나한테 제발 어떤 말도 하지 말아 줘’ 라는 마음이었어요. 일종의 반항기였을지도요. (웃음)

2010년, 데뷔 앨범 [剃刀乙女 (면도소녀)]를 발표했어요. 17세에 본격적으로 클래식 기타를 연주한 것을 생각해 보면, 비교적 빠른 시기에 데뷔 앨범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기 확신은 어디서 발현되었을까요?

사실 저는 당시 데뷔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데뷔하라는 이야기를 해서, 얼떨결에 뮤지션이 되어버린 삶이 되었네요. (웃음) 데뷔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나 자신과 스승님인 야마다씨, 그 사이에 음악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느꼈거든요. 

그렇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제 안의 의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요. 음악이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것이라면 무엇이든 해보자- 라고요.

해당 답변을 들으니, 동일본 대지진과 깊은 연관을 지닌 이와이 슌지의 영화 <키리에의 노래>가 떠오르기도 해요. 이야기를 옮겨가 볼까요. 대표곡 ‘アンディーヴと眠って (앤디브와 잠들어 줘)’가 틱톡을 비롯한 소셜 플랫폼에서 크게 사랑받고 있는데요. 이렇게 당신의 음악이 다양한 의도와 형태를 갖고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이 신기했을 것 같아요.

놀랐죠. 그렇지만 ‘뭐, 여러분. 자유롭게 맘껏 쓰세요~’와 같은 마음이랄까요? (웃음) 신기하기도 하지만, 물론 기쁘기도 해요.

제가 오늘 확인하니, ‘앤디브와 잠들어 줘’가 삽입된 비디오가 10만 건이 넘더라고요. 혹시 기억에 남는 숏폼 비디오가 있나요?

영상을 찾아보는 편이 아니라 아쉽게도 생각나는 게 없네요. 

한국에서는 소위 맛집(グルメ)을 소개하는 데에 이 노래가 많이 쓰이고 있어요.

(모두 웃음) 그렇게 쓰인다니 재밌네요.

커버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최근 도쿄 오페라 시티에서 스승님이신 야마다 안미의 음악을 비롯해, 류이치 사카모토와 타에코 오누키의 음악들을 커버하기도 했죠. 그런데, ano의 ‘SWEETSIDE SUICIDE’를 커버한 것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고 무척 놀랐어요! (웃음)

ano씨는 일본에서 TV를 비롯한 미디어를 오가는 굉장히 바쁜 사람이기도 하지만, 저는 뮤지션일 때의 그녀를 무척 좋아해요. ano라는 캐릭터 자체도 좋지만, 그녀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작사와 작곡에 진심을 다해 임하는 모습이 존재해요. 그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202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아오바 이치코가 일본 너머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당신에게 세계적 명성을 준 앨범 [アダンの風 (아단의 바람)]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고요. 그럼에도 당신은 여전히 일본어로 노래를 짓고 또 부릅니다. 일본어가 자신을 표현하기 가장 익숙한 언어일 테지만, 그럼에도 또 다른 언어로 노래를 부르는 생각을 해본 적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일본어를 쓰면서 자라왔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모든 기분과 심상을 표현하기에 일본어가 용이해요. 인간이 쓰는 언어들 중에서 제가 가장 표현하기 쉬운 건 역시 일본어인 것 같네요.

해외에서의 반응을 보며, 주변에서 영어로 가창을 권하진 않았어요?

그런 건 딱히 없었어요. 언어는 음악에 있어 크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 팬분들 또한 언어와 같은 하나의 포인트에 집중하기보다는, 제 음악의 전체적인 부분을 봐주시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싱어송라이터들은 세계 시장을 위해 영어로 가창하는 것을 고려하곤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당신의 메시지가 무척 흥미롭고 또 감동적으로 들려요.

저는 누군가를 볼 때, 그 사람이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자라왔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만약 저에게 좋아하는 한국 아티스트가 생긴다면, 그 사람의 뿌리인 한국어로 된 노래를 듣고 싶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지금 이렇게 두 분(인터뷰어-통역사)께서 모국어로 대화하는 장면조차도 너무나 아름답다고 느껴지거든요. 

동물이 노래하는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코멘트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 한 번 풀어서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여러 동물의 목소리를 좋아하는데요. 이번에 발표한 신보 [Luminescent Creatures]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동물은 고래입니다. 3년 전, 아마미오 섬(奄美大島)의 바다에서 고래와 함께 헤엄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어미 고래와 새끼 고래가 부르는 노래를 직접 들었어요. 당시, 고래들이 저의 노래 선생님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지요.

그러고 보니, ‘Sagu Palm’s Song’은 아마미오 섬에서 만난 개구리 소리에서 가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네. 실제로 아마미오 섬에서 들은 개구리 소리를 듣고 만들게 된 노래인데요. 그래서, 그 곡의 부제가 ‘Amami Kawazu Uta (아마미 개구리 노래)’이기도 해요. 해당 제목이 발매를 앞두고 변형되어, 지금의 ‘Sagu Palm’s Song’이 되었습니다.

다음 생에 동물이 될 수 있다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어요? 

균이요. (웃음) 버섯이나 곰팡이에 있는 그 균 말이예요. 그들은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에요. 버섯을 예로 설명해보자면요. A라는 산에 불이 나게 된다면, 버섯들은 그 근처 B라는 산에 직접 가지 않고도 화재가 났다는 사실을 전달한대요. 또, 자신들에게 불이 옮겨올 것을 예측하고 미리 몸에 물을 더 저장하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균을 골랐습니다.

무인도에 갑자기 떨어지게 된다면 당신이 반드시 챙길 세 가지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아무것도 필요 없을지도요? 음악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건 제 안에 있는 것이니까요. 만일 무인도에 떨어지게 된다면, 거기 있는 것들로 어찌저찌 살아갈 것 같네요. 만약 옷이 필요하다면, 바나나잎을 따서 쓸게요. (모두 웃음)

아단(アダン)은 아오바 이치코가 만든 가상의 섬입니다. 또한, ‘자연’과 ‘섬’은 당신의 음악을 이루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죠. 자연과 섬이 당신에게 제공하는 심상은 어떤 모습들인지요.

저희가 지금 ‘섬’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제가 노래하는 ‘섬’은 바다 위에 떠있는 섬 뿐만이 아닌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있는 작은 방 같은 느낌을 지니고 있어요. 각자의 가슴 속에 존재하는 파괴되지 않는 장소, 또 지켜줄 수 있는 쉘터와도 같은 심상을 바로 이 ‘섬’이라는 키워드로 모두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이번 신보 작업 과정에서 하테루마 섬의 민요를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24° 03′ 27.0″ N, 123° 47′ 7.5″ E’) 어떤 과정에서 탄생한 음악인가요?

[アダンの風] 앨범을 만들 때부터 여러 섬을 돌아다녔는데요. 그 중 가장 깊은 관계를 맺게 된 곳이 바로 하테루마 섬이었어요. 신보 제작을 착수하면서, 1년에 네다섯 번 정도 하테루마 섬을 방문했는데요. 그러면서 하테루마 섬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제례(祭禮)에 참여해 샤미센을 연주하게 되었는데, 그때를 계기로 섬 주민분들께서 예로부터 전해오는 민요를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이후에도 그때 익힌 음악들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아 한동안 콧노래로 흥얼거리곤 했죠.

그러던 중, 작곡가이자 편곡가인 우메바야시 타로 씨께서 그 민요도 앨범에 녹여내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셔서 자연스럽게 실리게 되었어요.

자연스럽게 신보 얘기를 나눠보죠. [Luminescent Creatures]는 어떤 앨범인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アダンの風]는 제가 이미 탄탄하게 완성해놓은 이야기 속에 여러분을 초대하여 소개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물론 트랙 간의 연관성은 작게 존재하지만- 이야기의 큰 틀만을 짜둔 상태에서 듣는 이들이 그 이야기를 완성해주시길 바라는 느낌으로 제작했어요. 그런 점이 전작과 다르다랄까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이 느껴지는 앨범이라 생각합니다. ‘FLAG’나 ‘Luciférine’와 같은 트랙에서 이를 더욱 감지하였고요. 평소에도 삶 너머에 관해 깊게 고찰하시는지 궁금해요. 

맞아요. 저희는 사실 큰 생각 없이 일상을 살아가고 있잖아요. (인터뷰어를 바라보며) 예를 들어 이렇게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타이핑한다던지, 또 이야기를 나눈다던지… 그런데 저는 이 모든 사소한 순간들이 기적같은 일들이라 생각하거든요. 우린 너무나도 당연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큰 일이 벌어져서 지금 모두가 다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르죠. 그래서 저는 이 순간 순간을 정말 소중히 여기고 있어요.

저희 할아버지께서 자주 해주시는 이야기가 있어요. 

“뜨겁게 달궈진 후라이팬에 물방울이 떨어지면 칙! 소리가 나잖아, 인생이란 그 정도의 것이야.”

그 ‘칙!’ 하는 찰나의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느끼며, 또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할아버지와 자주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인터뷰의 막바지입니다. 만일 누군가가 아오바 이치코의 음악을 모르는 이들에게 당신을 소개해야 한다면, 어떻게 소개하는 것이 좋을까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한 번 들어보세요. (こんにちは。はじめまして。どうぞ-)’ 정도? (웃음) 전 세계 분들이 제 음악을 들어주는 걸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있지만, 저는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같은 마음을 지금까지도 갖고 있어요. 물론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들어주면 좋겠지만, 저는 무언가 큰 걸 바라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여기에 있으면’ 저는 그걸로도 만족해요. 

본지인 글로우업을 구독하는 이들 중 10대 분들이 많은데요.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누가 뭐라 하던,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향한 마음을 꼭 소중히 여겼으면 합니다. 누군가가 이를 부정한다 해도, 당신은 절대 틀린 게 아니니까요.


인터뷰 | 키치킴

번역 | 이민지

협조 | 강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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