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너머로 명랑한 울림이 전해졌다. 배우들 저마다의 소리로 가득 채워진 드라마 ‘정년이’ 속 매란국극단이었다. 그 틈 사이로 보인 신선함은 단연 주란이었다. 처음의 해사했던 표정 탓일까, 정년을 뒤로하고 떠나는 주란의 마지막 뒷모습이 여전히 잔광처럼 남아있다.
그런 주란과 함께 빛을 발한 것은 배우 우다비였다. 그의 눈빛에는 늘 무엇인가를 향해 날아오르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구슬아기 홍주란은 성장했고, 우다비 역시 그와 함께 성장했다. 켜켜이 쌓아온 5년이라는 시간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우다비의 내일이 궁금해졌다. 이제 그는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내일을 위한 날갯짓을 한다. 우다비의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다.
Q. 고등학생 때 연극을 전공했다. 그 시절의 모습이 궁금한데.
A. 스스로 보잘것없다고 느끼던 때가 있었다. 예술 고등학교에는 잘난 친구들이 정말 많았고, 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학교에서 공연을 올릴 때에도 비중이 없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때의 스스로를 돌이켜보면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Q. 당시 전공이었던 연극이 아닌 매체 연기를 선택한 계기가 있는가.
A. 예술 고등학교의 연기 수업들은 모두 연극을 기반으로 진행되기에 자연스레 연극을 공부했다. 하지만 원래 영화를 좋아해서 연기를 시작한 것이었기에, 대학은 미디어영상연기학과로 진학했다. 우연과 필연으로 좋은 기회들을 만나 오늘날까지 오게 되었다.
Q. 우다비라는 사람이 궁금하다. 생각이나 감정에 영향을 준 게 있다면?
A. 늘 겸손함을 가르치시는 어머니와 느긋함을 아시는 아버지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순간을 음미하는 것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Q. 영화를 좋아해서 배우의 길을 택했다고. 영화에서도 다양한 길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히 연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어릴 때 영화 속 인물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들이 어떤 일을 겪더라도 필름 속 한 장면일 뿐이고, 결국 이야기는 완성되지 않는가? 나도 영화 속 인물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이지만, 무의식 속에서 해왔던 생각들이 쌓여 배우의 꿈까지 이어졌다.
Q.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영화를 인생 영화로 꼽았다. 감독의 영화 중 특별히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면.
A.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가장 좋아한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어두운 감정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그 제시가 좋았다. 공연 중 숨을 거둔 베로니카가 땅에 묻히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치 내가 묻히는 듯한 앵글이 새롭게 느껴져 충격적이었다.
Q. 연기를 할 때 배우 우다비보다는 작품 속 인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정년이> 속 주란과 우다비는 어떻게 달랐나?
A. 나는 결정이 빠른 사람이다. 그리고 해야 하는 것과 마음먹은 것은 분명히 해내는 편이다. 내가 만약 주란이 곁에 있는 어른이었다면 후회 없이 행동하라고 조언했을 것 같다.
Q. <정년이>에서 주란의 선택에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았다. 주란이 아닌 우다비였다면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끝냈을까?
A. 아쉬움은 남지만 가족의 생사가 달린 일이라면 나 또한 꿈을 포기했을 것 같다. 내 모든 일의 원동력은 가족이기에. 다만 결혼 대신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지 않았을까. 꿈은 잠시 미뤄두고 말이다.
Q. 영화 연출의 꿈도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영화를 찍고 싶은지 궁금하다.
A. 아직 깊은 곳에 있는 꿈이기에 구체적으로 대답하긴 어렵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마법같이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 순간들을 가시화해 삶의 기쁨을 내보이고 싶다. 이 정도가 지금 생각하는 큰 틀이다.
Q. 벌써 데뷔 5년 차에 접어들었다.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연기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하다.
A. ‘후회 없이 해보자’는 마음과 언제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아닐까. 당연한 것들이지만 쉽지 않다. 또한 점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커지고 있어 스스로에게 기대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그 과정 속에 원동력이 있기도 하다.
Q. 그렇다면 5년 후, 10년 후의 우다비는 어떤 모습일 것 같은가. 배우로서의 목표와 사람 우다비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A. 나 또한 너무 궁금하다. 내일의 나는 어떨까. 배우로서의 큰 목표는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고, 사람 우다비로서는 완전한 독립을 하는 것이다.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여러 방면에서 가족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5년, 10년 후에는 스스로 세상 사는 법을 알고 있길 바란다.
Q. 마지막으로, 차기작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은 때에 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너무 큰 힘이 됩니다. 저도 온 마음을 다하겠습니다. 모두 따뜻한 음식 많이 드시고, 포근한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