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백만장자’, 베니티 페어 선정 ‘할리우드 40’,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포브스 선정 ‘유명 인사 100’. 듣기만 해도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이 인물, 배우 로버트 패틴슨(Robert Pattinson)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트와일라잇의 걔’로도 불리는 그. 성인이 된 이후 이 영화를 처음 봤던 에디터는 다소 유치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의 비주얼 덕분에 3번이나 정주행했던 기억이 있다.
올해로 데뷔 21년 차인 이 배우가 지금 더욱 주목받는 이유. 바로 오는 2월 28일 개봉을 앞둔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의 주인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캐스팅 소식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이번 작품을 극장에서 만나보기 전, 오늘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기까지의 그의 연기 인생을 훑어보고자 한다. 영화의 대흥행으로 이 글 또한 소위 붐업될 약간의 사심을 담으며.
하이틴 스타에서 할리우드 간판 배우가 되기까지
영국 런던에서 1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로버트 패틴슨은 어린 시절 지역 아마추어 극단 ‘Barnes Theatre Company’를 통해 처음 연기에 입문한다. 그는 뮤지컬 <Guys and Dolls>의 조연으로 첫 무대에 올랐고, 이후 <Our Town>, <Macbeth> 등 여러 연극에 출연하며 연기 경험을 쌓아나갔다.
그 무렵 로버트는 모델로도 활동했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어릴 때는 중성적인 외모로 주목받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모델로서의 일감이 점점 줄었다고. 이후 연극 무대를 통해 에이전트의 눈에 띈 그는 2004년 TV 영화 <니벨룽의 반지>로 본격적인 매체 데뷔를 한다. 같은 해 영화 <베니티 페어>에도 출연했으나 극장판에서 통편집되는 아쉬움을 겪기도.
그런 그가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05년 영화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 ‘세드릭 디고리(Cedric Diggory)’ 역을 맡으면서다. 당시 신인이었던 로버트는 오디션을 통해 이 역할을 따냈으며, 비록 한 편 출연으로 끝이었으나 이 작품은 그의 커리어에 있어 중요한 도약점이 된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08년, 동명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에드워드 컬렌(Edward Cullen)’ 역을 맡으며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그 인기는 대단했다. 뱀파이어인 에드워드와 인간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 두 주인공의 완벽한 비주얼 케미로 수많은 팬덤을 형성했기 때문(일명 ‘롭스틴’ 커플).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었기에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했을 터. 하지만 5개의 시리즈 모두 흥행에 성공하며 그의 대표 필모그래피로 자리 잡는다. 문제는 당시 연기력 논란으로 꽤나 시끄러웠다는 것. 외모와 캐릭터의 몰입은 좋았으나 연기적 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평이 이어졌고, 일각에서는 ‘발연기’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패틴슨은 2012년 영화 <코스모폴리스>를 통해 대중의 시선을 반전시킨다. 그는 억만장자 자산가 ‘에릭 패커(Eric Packer)’ 역을 맡아 이전과는 다른 차분하고 복합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기 시작한 것. 비록 영화 자체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의 연기력을 인정받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연이어 영화 <라이트하우스>에서 배우 윌렘 대포(Willem Dafoe)와 함께 광기 어린 강렬한 연기를 펼치며 배우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져나간다.
개인적으로 에디터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영화 <테넷> 에서의 ’닐(Neil)’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만의 심오한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의 조력자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을 이끈 그는 특히 후반부 관객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재미있는 일화로, 촬영 당시 로버트는 <더 배트맨> 오디션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워야 했다고 한다. 이를 감독인 놀란에게 숨기려 했으나 사실 이미 알고 있었으며, 오히려 그를 응원했다고.
그가 트와일라잇으로 많은 여성 팬을 홀렸다면, 반대로 남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더 배트맨>이 있다. DC 코믹스의 상징적인 캐릭터를 다룬 영화의 6대 배트맨을 맡은 로버트는 기존의 영웅적 서사와 달리 어두운 심리와 내면에 집중하며, 강도 높은 체력 훈련과 준비를 통해 깊이 있는 배트맨을 연기했다. 그는 초반의 우려를 딛고 새롭고 독창적인 배트맨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후속작 제작이 확정되어 2027년 다시 그를 배트맨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또한, 로버트는 2023년 더빙 연기에도 도전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지며 큰 주목을 받았던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영어 더빙판에서 ‘왜가리’ 역할을 맡은 것. 캐릭터 특유의 익살스러우면서 독특한 목소리를 소화해야 했던 그는 녹음 첫날부터 연습 녹음본을 들고 와 들려줄 정도로 깊이 몰입했으며, 대사를 모두 소화하는 데 단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원어 성우 못지않은 연기를 선보이며 또 한 번 성공적인 도전을 이뤄냈다.
로버트 패틴슨, 그의 다음 도전
이런 그의 2025년 첫 행보는 국내 팬들에게 특히 반갑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으로 돌아오는 것. 이는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 봉준호 감독의 8번째 장편 영화이며, 로버트는 극 중 우주 탐사에 투입된 복제인간 ‘미키(Mickey)’를 연기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첫 한국 방문 소감을 전한 패틴슨은 봉준호 감독에 대해 “그와 비견할 감독은 전 세계 4~5명뿐”이라고 말하며, 그의 영화 중 <미키 17>을 최애 작품으로 꼽을 정도로 이들의 케미는 벌써부터 높은 기대를 사고 있다. 기존 원작에 더해질 봉준호만의 각색과 특유의 날카로운 연출력이 돋보일 이번 영화에서, 로버트는 관객들에게 또 어떤 강렬한 인상을 남길지 주목된다.
그의 시작은 단순히 잘생긴 하이틴 스타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로버트 패틴슨은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성장하며 자신만의 스펙트럼을 계속해서 넓히고 있다. 차기작도 연이어 준비 중인 만큼, 앞으로의 그의 연기 인생이 더욱 기대되는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에디터와 같은 마음이라면 오는 2월 28일 모두 극장으로 달려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