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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헤어 디자이너들은 이제 성수로 모인다

필름 더 서울 대표 지환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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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질 한 번, 손짓 한 번에 고객들의 만족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무거운 책임감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손을 움직이는 그들. 서투른 고객들의 셀프 스타일링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시술 그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 나간다. 

오랜 시간과 흘렸던 땀 방울 그리고 손끝을 거쳐간 수많은 고객들의 머리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할 것. 10년이 넘는 세월을 뒤로하고 ‘필름 더 서울’이라는 이름하에 새로운 출발을 시도한 대표원장 지환을 만나봤다.


본인 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려요

10년간 청담 쌤시크에서 근무하다, 올해 6월 성수동에 헤어샵 ‘필름 더 서울’을 오픈한 대표 원장 지환입니다.

처음 미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누구나 그렇듯, 학창 시절 진로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어요.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같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헤어, 패션, 뷰티와 같은 분야에 눈길이 가게 됐죠. 당시에 부모님, 특히 아버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손기술도 좋고, 감각도 있으니 미용을 배우는 것이 어떨까? 내가 보기엔 다른 업종보다 비전도 있는 것 같다.”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미용으로 진로를 정하게 됐어요.

미용으로 진로를 택하는 동료나 지인들을 보면 부모님의 반대가 있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감사하게도 믿고 지지해 주셨죠.

그럼 본격적으로 미용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어쨌든,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헤어샵들이 동네 미용실이나 저가 프랜차이즈부터 고가 프랜차이즈, 1인 샵, 예약제 샵 등등 너무 다양하더라고요.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미용을 배우려면 청담에서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어요. 

제가 처음 미용을 시작하던 시기에는 ‘라뷰티코아’라는 샵이 청담동의 미용 상권을 주름잡고 있었어요. 아마 미용을 하시는 분들은 다 알고 계실 거예요. 현재 유명 샵 대표 원장님들도 그곳 출신인 분들이 많으니까요. 거의 ‘미용 사관학교’ 정도죠. 

처음에 그곳에 스탭으로 지원을 했는데, 경쟁률이 어마어마했어요. 스탭을 채용 경쟁률이 한 17:1? 18:1? 정도. 다행히 열정을 높게 봐주셔서 그런지 경쟁률을 뚫고 스탭으로 미용을 시작할 수 있었고 거기서 쌤시크의 장은삼 대표원장님을 처음 실장과 스탭으로 만나 미용을 배우게 되었어요. 첫 샵이었던 ‘라뷰티코아’에서 2년 정도 장원장님이 실장-부원장-원장이 되는 기간 동안 곁에서 배우며 스탭으로 호흡을 맞췄고, 장원장님이 쌤시크를 오픈하실 때 저도 오픈 멤버로 함께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쌤시크에서 3년 정도 더 스탭으로 더 수련을 하고 마침내 디자이너가 된 거죠.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략 어느 정도인가요?

당시엔 저처럼 4-5년 정도 기본기를 쌓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지금은 빠르면 3년 늦어도 4년 정도면 디자이너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전보다 디자이너가 되는 기간이 짧아졌는데, 이에 대한 장/단점이 있나요?

짧아졌다기보다 시대의 적절한 흐름이라고 봐요. 요새는 샵에서 직접 배우는 것은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교육 플랫폼이나 시스템이 잘 되어있기도 하고 원한다면 다른 디자이너나 원장님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아요. 거기에 이전 미용계의 폐해였던 열정페이나 자질구레한 악습도 사실 많이 사라진 상태니까요. 

옛날에 복싱을 처음 시작할 때 줄넘기만 3개월씩 시키는 구시대적인 관행처럼 헤어샵도 이전에는 쓸고 닦는 등 자질구레한 일들을 오랜 기간 한 이후 조금씩 기술을 알려주는 불합리하고 소모적인 행위가 종종 있었어요. 이런 부분들이 보완되면서 디자이너로 올라가는 물리적인 기간이 짧아진 것이기 때문에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다지는 시간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앞으로 헤어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전에는 이것저것 다 할 줄 아는 멀티플레이어가 각광을 받았다면 요새는 자신만의 제대로 된 무기가 있는 디자이너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저것 조금씩 다양하게 할 줄 아는 것도 물론 중요할 수 있지만, 남자 헤어면 남자 헤어, 여자 헤어면 여자 헤어. 그 안에서도 펌 전문, 염색 전문, 커트 전문. 또 그 안에서도 짧은 머리 펌 전문, 긴 머리 펌 전문 등. 말 그대로 아주 세부적인 카테고리의 전문가, 장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여자 헤어 염색은 OO원장, 남자 짧은 머리 펌은 OO디자이너. 이런 식으로 브랜딩이 되어야 하는 셈이죠.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SNS와 여러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널리 홍보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고 또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 이전에 탄탄한 기본기와 자신만의 제대로 된 무기를 갈고닦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위 말하는 ‘스타플레이어’였는데 안정적인 길을 포기하고 굳이 헤어샵을 오픈 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쌤시크에서 스탭부터 디자이너까지 그리고 시작부터 부흥까지 함께했고 이를 통해 미용계에서 인지도를 많이 쌓았어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리스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10년이 넘어가며 어느 시점에 도달하니, 뭔가 “내가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가? 더 성장할 수 있음에도 안일하게 일을 마주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제 생각의 종착지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해야 디자이너로, 미용인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이전 샵에서 근무할 당시, 조건도 사실 무척 좋았어요. 인정과 보상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았죠. 하지만 여기가 끝이고 더 올라갈 곳이 없다는 느낌이 괴로웠어요.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택하게 됐어요. 

샵을 새로 오픈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나 자신의 성취와 성장을 위해, 더 나아가서는 뛰어난 디자이너들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업종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만큼 더 보람찬 일은 없으니까요.

앞으로 ‘필름 더 서울’, 그리고 대표원장 지환의 목표는?

샵 이름을 보고 눈치챌 수도 있겠지만, ‘필름 더 서울’ 즉, 서울 지점(본점)이라는 뜻이에요. 저희는 본점으로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추후 성장을 거듭하여 다른 지역에도 새로운 지점들까지 낼 계획을 갖고 있죠.

우선 본점인 ‘필름 더 서울’이 잘 되어야 이후의 계획들도 순차적으로 잘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샵을 최대한 많이 알리고 직원들을 올바르게 육성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전에는 디자이너 지환이라는 ‘나 하나의 성장’에 집중을 했다면 현재는 저보다 ‘필름 더 서울’이라는 브랜드를 비롯한 ‘우리의 성장’에 완벽하게 집중되어 있는 상태죠.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헤어샵이 아닌 트렌드는 물론, 고객 각자에게 꼭 맞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그런 남다름을 선물할 수 있는 ‘필름 더 서울’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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