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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는 인생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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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는 인생이 담겨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의자에 앉았는가, 그곳에서 어떤 삶을 써 내려갔는가. 개인의 경험과 사유가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 바로 의자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의자는 단순히 앉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의자에 앉아 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는 각자의 흔적이 배어있다. 누가 어떤 의자에 앉느냐에 따라 그 역할과 의미가 달라질 터.

여기, 온전히 휴식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라운지 체어가 있다. 일반적인 소파와 비슷한 사이즈지만 그 크기에도 불구하고 여럿이 앉기란 불가능하다. 오로지 당신만을 위한 공간인 셈이다. 좁은 집에서는 사치스러운 물건이 되겠지만, 휴식만을 오롯이 제공하는 라운지 체어는 누군가에게 부유함의 상징이 된다.

가령 임스 부부의 임스 라운지 체어 앤 오토만은 천만 원에 달한다.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앉았던, <하녀>에서 주인이 사라진 뒤 병식이 차지한 그 의자가 바로 허먼 밀러의 라운지 체어다.

이제 그 역사를 따라가 보자. 라운지 체어의 뿌리는 16세기 프랑스의 셰즈 롱그(Chaise Longue)로 거슬러 올라간다. 긴 의자를 뜻하는 셰즈 롱그는 당시 귀족들이 침실에 가지 않고도 편히 쉴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로코코 시대. 이제 셰즈 롱그는 권력의 상징이 되었다. 가장 비싸고 희귀한 재료만으로 제작된 셰즈 롱그는 그 자체만으로 부유함과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셰그 롱그는 단지 휴식의 도구뿐만이 아니었다. 그 형태 덕에 정신분석학에 있어서도 지대한 역할을 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환자와 마주 보며 상담하는 대신, 셰즈 롱그를 택해 환자가 자신을 볼 수 없도록 했다. 이러한 방식은 환자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다 편히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왔다. 환자의 무의식을 이끌어내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던 것이다. 프로이트에게 셰즈 롱그는 단순히 물리적인 의자가 아닌, 심리적 공간을 제공하는 도구였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는 셰즈 롱그에 기절 소파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당시 여성들은 코르셋 때문에 혈류가 제한되어 실신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절의 방(Fainting Room)과 기절 소파가 존재했다.

그리고 1928년. 르 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잔느레, 샤를로트 페리앙은 LC 시리즈를 제작했다. 그중 라운지 체어인 LC4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셰즈 롱그다.

LC4의 모델로 참여한 샤를로트 페리앙. 관능적인 시선에서 벗어나려는 것이었을까.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이들은 기존의 관념을 탈피하는 방식으로 의자를 재해석했다.

의자는 작은 건축이라는 말이 있다. 그 공간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건물의 의미를 좌우한다. 의자 또한 그렇다. 사진작가 마이클 울프는 홍콩과 중국 골목 곳곳에서 만난 의자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길거리에 놓인 의자 하나에도 누군가의 삶의 흔적이 스며들어 있을 터. 당신은 오늘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의자에 앉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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