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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테이블, 예뻐 보여요?

2UC 권광훈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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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렇기에 당신의 눈에 아름다워 보인다고 해서, 모두가 그렇게 느낄 수는 없을 터. 그러나 그 가치와 의미는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지, 누군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에디터는 우연히 2UC의 가구를 만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취향이 담긴 가구’를 집에 들였기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후 배로 비싼 알바 알토의 아르텍 테이블을 집에 들였지만, 어쩐지 처음 산 테이블만큼 정이 들진 않았다.

에디터에게 있어 가치 있는 물건이란 ‘정이 든 물건’이다. 그렇게 거실 중앙에 자리 잡은 이 테이블에 나만의 가치와 의미가 생겼다. 우연처럼 만난 이 가구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닿길 바란다.

Q. 2UC는 어떤 곳인가?

A. 2nd Universe Collector, 가구를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Q. 쇼룸의 컨셉이 궁금하다. 공간을 기획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나.

A. 지금 약수에 있는 이 공간은 원래 작가들이 작업실 용도로 쉐어하는 공간이었다. 처음 왔을 때 많이 거칠고 낡고 망가져 있었다. 그런데 이 러프한 느낌이 좋아 원래의 느낌을 살리면서 다듬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

또한 독일 베를린을 좋아해서 ‘만약 베를린에서 쇼룸을 운영한다면 어떻게 꾸몄을지’를 고민하며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완성된 공간이다.

Q. 지난 몇 년간 2UC의 가구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A. 트렌드를 잘 따라간 것 같다. 한국은 정말 트렌드에 민감하고, 빠르지 않나. 지금도 자고 일어나면 트렌드는 바뀌어있다. 변해가는 트렌드를 쫓는 게 힘들지만 나름 재미도 있다. 또, 큰 가구 회사에서는 나올 수 없는 디자인들이다. 그래서 수요가 있는 것 같다.

Q. 구체적인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A. 현재는 혼자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여행, 산책, SNS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영감을 얻고 있다. 스케치와 컴퓨터로 작업을 한 뒤에는 공장에 발주를 넣어 일단 제작을 맡긴다. 망설일 시간에 하나라도 더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다.

Q. 디자인부터 제작, 그리고 쇼룸 운영까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그럼에도 가구 산업에 도전한 계기가 궁금하다.

A. 졸업 후에는 다른 일을 했다. 당시 모듈 가구에 빠졌는데, USM 할러의 제품은 너무 비싸지 않나. 지금은 모듈 가구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그래서 전공을 살려 직접 제작했다. 이를 SNS에 업로드했더니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얼마인지 문의가 들어왔다. 그렇게 지금의 2UC가 탄생했다. 정말 감사하다.

Q. 2UC의 가구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제품이 있다면?

A. 모든 가구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최근에 나온 ‘Nok sofa table’이라는 테이블 제품이다.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고 구매를 망설이는 제품이지만, 나는 이런 제품들을 좋아한다. 매출에 상관없이 내가 만들고 싶은 테이블이었기 때문에 더욱 만족스럽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을 주저한다는 말에 의아해졌다. 그러자 ‘에디터님은 이 테이블이 예뻐 보여요?’라는 권광훈 대표의 역질문이 돌아왔다. 에디터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A. 무늬목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예뻐 보이지만, 되게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이한 무늬 때문에 대다수는 거들떠도 안 본다. 하지만 이 제품만큼은 안 팔려도 상관없다.

“절대 쉽게 선택하지 마세요. 평범하지 않은 걸 원하는 분들을 위한 제품입니다.”

A.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가구의 가치를 알고 좋아해 줄 분들이 구매하셨으면 한다. 그래서 온라인 스토어에도 함부로 사지 말라고 기재해두었다. 어떤 것과 매치하면 좋을지 아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Q. 그렇다면 ‘Nok sofa table’의 매력은 무엇인가. 

A. 독특한 것. 아무나 쓸 수 없다는 것.

Q. 직접 소장 중인 제품들이 있나.

A. 모두 직접 사용하고 있다. 가구를 직접 디자인한 뒤 공장에서 제작되었을 때 어떤 부분이 불편한지, 장단점을 찾기 위해 우선 한 달 정도는 직접 사용해 본다. 집에도 대부분 2UC 가구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니면 빈티지.

Q. 가구 회사 대표는 어떤 가구를 소장 중인지도 궁금하다.

A. 사실 브랜드가 있거나 유명한 디자이너의 제품을 좋아하진 않는다. 마음먹으면 살 수 있는 제품들이지 않나. 그것보다는 구할 수 없는 제품들에 매력을 느낀다. 많은 분들이 이 가구는 어디 제품이냐고 물어본다.

그런데 앞에 있는 이 조명도 이름 없는 제품이다. 집에 카시나 마라룽가 소파가 있긴 한데, 처음 보는 패브릭이라서 소장 중이다.

Q. 가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A. 가격이다. 늘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구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예뻐야 한다.

Q. 디자인뿐만 아니라 색감도 눈에 띈다.

A. 고객분들도 색감에 대해 많이 언급한다. 디자인이 나오면 이렇게, 저렇게 색을 조합해 본다. 망설임 없이 말이다. 다행히 많이들 좋아해 주셔서 뿌듯하다.

Q. 평소 좋아하는 가구 디자이너 혹은 제품이 있나.

A. 2UC와는 어울리지 않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를 좋아한다. 아무래도 상업적인 가구를 만들다 보니 2UC에는 각진 형태의 가구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곡선을 좋아한다. 정답이 없는 느낌이라 좋아한다.

Q. 북유럽, 미드 센츄리, 젠 스타일까지 왔다. 다음 가구 트렌드를 예상해 본다면.

A. 다음 가구 트렌드는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빈티지한 무드의 가구들을 만들어낼 생각이다.

Q. 향후 2UC의 계획이 궁금하다.

A. 현재 대학원 가구디자인학과에 입학해 공부와 사업을 병행 중이다. 앞으로는 상업적인 가구뿐만 아니라 아트 퍼니쳐도 소개하고 싶다. 

상업 가구는 나만 좋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의 타협이 필요하기에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서 가구를 만들게 되었다. 지금 만드는 제품들도 좋아서 만들고 있긴 하지만, 작가 권광훈으로서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2UC 또한 그 영향으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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