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을 스치는 수많은 것들. 그중 대부분은 흐릿해져 기억 저편에서조차 잊힌다. 쉽사리 생겨났다 금세 사라지는 유행들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지니 말이다. 트렌디하면서도 시대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을까. 돌아보면, 그건 바로 클래식일지도 모르겠다.

유행과 시간에 전전긍긍하지 않는, 그래서 영원한 가치를 지니는 소파들을 소개한다. 가격대는 높아도 평생 당신 곁을 함께 한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수십 년 전 제작되었던 가구들이 몇 세대를 걸쳐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아직까지 거래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앉는 도구로서의 단순한 의미를 떨쳐버리고, 그 디자인에 집중해 보자. 의자는 우리와 가장 가까이 닿는 예술 작품이다. 르 코르뷔지에와 같은 건축가가 만든 가구라니, 집에 두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샤를로트 페리앙 : LC2, LC3
스티브 잡스에게는 그의 검정색 목폴라와도 같은 소파가 하나 있다. 바로 LC3. LC 시리즈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를 주축으로 제작되었는데, LC라는 이름은 그의 이름 ‘Le Corbusier’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중 LC2와 LC3는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가품이 널려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LC2와 LC3는 언뜻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LC2는 비교적 좁은 폭을 가지고 있다. 또한 LC2는 의자 좌판의 쿠션이 두 개, LC3는 하나다.

“집은 살기 위한 기계다.” – 르 코르뷔지에
그는 건축 설계에 적용하기 위해 인체 비율을 고려한 ‘모듈러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는 이 개념을 가구에도 적용했다. 늘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배제한 르 코르뷔지에. 그의 소파 역시 프레임에 다섯 개의 쿠션으로 구성된 단순한 디자인이다.

비코 마지스트레티 : 마라룽가
디자이너인 비코 마지스트레티는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마라룽가 소파를 디자인했다. 스토리마저 귀엽게 느껴지는 이 소파는 팔걸이와 백레스트의 각도 조절이 가능해 몸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1인용부터 3인용까지 선택이 가능하며, 패브릭과 가죽 중 소재 선택이 가능하다.

에디터의 추천은 역시 가죽 소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주름지고 에이징된 가죽이 멋스러움을 더할 테니 말이다.

미셸 뒤카로이 : 토고
‘애벌레 소파’라는 별명을 가진 토고 소파는 치약 튜브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 디자이너 미셸 뒤카로이가 어느 날 세면대에서 치약을 보고 떠올려 스케치한 것.

최근 사랑받는 소파 중 하나인 토고 소파. 그러나 처음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는 다리와 팔걸이, 프레임이 존재하지 않는 급진적인 디자인 탓에 외면받았다.
그러나 현재는 리네 로제 사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꾸준한 사랑을 받는 데 있어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편안함이 아닐까. 소파의 근본적인 기능은 ‘편히 쉰다’에 있기 때문.

인체공학적 설계와 견고한 폴리에테르 폼이 당신의 몸을 감싸 온전한 휴식을 제공한다. 에디터도 꽤 많은 고가 소파에 직접 앉아봤지만, 토고 소파는 단연 최고의 안락함을 선물했다.

디터 람스 : 세셀프로그램 620
디자이너 디터 람스는 모듈 개념에 접근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소파를 디자인했다. 그와 협력해 가구를 제작하는 가구 회사 비초에 또한 그의 디자인 철학을 함께 공유한다. 적게 사되, 보다 더 좋은 것을 선택해 구매하길 권장하는 것이다.

1인용 소파, 2인용 소파 등의 옵션이 고민되는 당신. 먼저 세셀프로그램 620 하나를 구매해 보자. 충족이 되지 않는다면, 하나 더 구매해 보자. 이제 2인용 소파 하나가 완성되었다.

세셀프로그램 620은 추가 의자 키트가 있어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 나만을 위한 휴식을 즐길 수도, 누군가와 함께 안락함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조립식이기에 쉽게 조정하고 확장할 수 있다.
위 소파들은 각 브랜드에서 생산 중인 새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직접 빈티지 가구 쇼룸에 방문해 보자. 어쩌면 낡은 가구가 당신이 머무르는 공간의 깊이를 더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