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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방금 앉은 그 의자

빈티지 의자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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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나를 스쳐 지나간 것들, 금방 희미해지는 것들, 쉽게 휘발하는 것들. 이런 것들은 너무 가벼운 나머지 금방 곁을 떠나간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것, 바로 클래식이다. 유행과 시간에 전전긍긍하지 않는 모습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모르는 이의 손길이 닿아 세월이 고스란히 쌓인 것들은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왔다. 혹자는 ‘겨우’ 의자 하나에 수십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것을 삐딱하게 바라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혹시, 당신이 방금 카페에서 앉은 그 의자가 얼마인지 아는가?

이제 앉는 도구로서의 단순한 의미를 떨쳐버리고, 의자의 디자인에 집중해 보자. 의자는 우리와 가장 가까이 닿는 예술 작품이다. 르 코르뷔지에와 같은 건축가가 만든 가구라니, 집에 두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오늘 만나볼 의자들은 모두 스태킹(의자를 쌓는 것)이 가능하다. 스태킹이 가능하다는 건 적재에 용이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특징 덕에 가정집뿐만 아니라 학교, 사무실, 병원 등의 다양한 환경에서 실용적인 역할을 했다. 그래서 어떤 의자는 과거에 머물렀던 공간을 떠오르게 한다.

허먼 밀러, 비트라 : 임스 체어

임스체어-빈티지가구-의자

성수나 연남의 여느 카페에 들어서면, 임스 쉘 체어의 카피 제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매끈하고 반짝거리는 플라스틱 소재로 깊이감 없이 양산된 카피 제품을 보고 있으면 눈길을 거둘 수밖에 없어진다. 임스 체어의 매력이라고 하면, 베이스에 슬어 있는 녹과 같은 색상이더라도 바래서 미묘하게 다른 쉘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허먼 밀러 사에서 초기에 생산된 파이버 글라스 소재 특유의 질감을 가품에서는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파이버 글라스 소재는 유리를 가늘게 섬유처럼 뽑아낸 것이다. 그래서 파이버 글라스로 만들어진 의자를 들여다보면, 세월의 흔적이 마치 흠집처럼 새겨져 있다. 희미해지지 않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거친 텍스쳐는 시간의 깊이를 간직하고 있다.

DAW, RAR, DAX, DSR, DAR, DSW… 암호 같은 이 알파벳들은 임스 체어의 모델명이다. 여기서 마지막 알파벳으로 의자의 베이스를 구분할 수 있다. 조금씩 다른 색을 가진 쉘과 베이스를 취향껏 조합할 수 있는 것이 임스 체어의 핵심이자, 또 하나의 매력이다.

그런데 카피 제품을 살펴보면, 대개 DSS 형태의 베이스가 대부분이다. 임스 체어의 종류는 이렇게나 다양한데, 역시나 카피캣은 단조롭고 심심할 수밖에.

프리츠 한센 : 세븐 체어, 앤트 체어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시리즈 7, 일명 세븐 체어와 앤트 체어는 미드 센추리를 상징하는 가구로 꼽힌다. 세상에 공개된 지 반세기를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리츠 한센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사랑받고 있다. 심플하지만 유려한 쉐입이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더한다. 의자의 비비드한 색감은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할지도. 그야말로 세월에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카스텔리 : DSC 106

카스텔리에서 아직까지 사랑받는 의자, DSC 106. 디자이너 지안카를로 피레티의 또 다른 대표작인 플리아 체어가 폴딩이 가능하다면 DSC-106 체어는 스태킹이 가능해 실용성 또한 놓치지 않았다.

DSC 106 체어는 패브릭과 우드, 두 가지 버전이 있다. 빈티지로 구매한다면 역시나 좌판과 등받이 소재의 특성상 얼룩이 있을 수도 있고, 벗겨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직접 보고 컨디션을 체크한 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위 의자들은 각 브랜드에서 재생산 중인 새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직접 빈티지 가구 쇼룸에 방문해 보자. 어쩌면 낡은 가구가 당신이 머무르는 공간의 깊이를 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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