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개된 2025 서울 재즈 페스티벌 1차 라인업은 재즈 팬들 사이에서 꽤 큰 화제였다. 일리안니 일리아스, 제이콥 콜리어, 유세프 데이스, 스나키 퍼피, 마이클 마요 등 핫한 재즈 뮤지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소문을 듣고 라인업을 확인하던 중 반가운 이름이 에디터의 눈에 띄었는데, 바로 21세기 재즈 아이콘 ‘카마시 워싱턴’이었다.
그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그중 대부분이 이미 그의 이름을 들어봤을지도 모른다. 켄드릭 라마의 곡 ‘squabble up’의 가사에 그의 이름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High-key, keep a horn on me, that kamasi(진심으로, 내 곁엔 관악기가, 마치 카마시)’

카마시 워싱턴은 색소폰 연주자이자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다. 그는 재즈를 기반으로 힙합, R&B, 클래식, 소울, 펑크 등 다양한 요소를 혼합하여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해 왔다. 198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그는 음악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알렉산더 해밀턴 고등학교 음악 아카데미를 졸업했고, UCLA 민족음악 학부에 진학했다.
이후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특히 로린 힐, 나스, 스눕 독 같은 힙합 뮤지션들과 연주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2015년 발매된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에서 색소폰 연주를 맡으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크게 높였고, 같은 해 발매한 앨범 [The Epic]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 앨범은 무려 17곡, 173분 36초 분량으로 재즈뿐만 아니라 대중음악 역사에 있어서도 충격적인 앨범으로 평가받았다. 많은 해외 매체들이 이 앨범을 2015년 최고의 앨범으로 꼽기도 했다. 앨범의 대표곡 ‘The Rhythm Changes’는 삶이 변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나일 것이라는 내용의 가사로, 듣는 이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
2017년, 영 턱스로 거처를 옮기고 발매한 EP [Harmony of Difference] 역시 이례적으로 주목 받았다. 6개의 곡으로 구성된 이 앨범에서 그는 유사성과 차이의 균형을 잡아 별도의 멜로디 사이 하모니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별개의 테마를 가진 5곡, 그리고 그들을 하나로 융합시킨 13분짜리 대곡 ‘Truth’. 그는 앨범의 제목처럼 서로 다른 곡들로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냈고, 이 앨범으로 우리에게 재즈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2018년, 그는 [The Epic]에 이어 또 다른 블록버스터 앨범[Heaven and Earth]를 발매했다. 이 앨범에서 그는 더욱 거대하고 심오한 사운드로 자신만의 철학을 펼쳐 보였다. ‘Earth’ 파트에서는 바깥에서 바라본 세계를 표현했고, ‘Heaven’ 파트에서는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본 세계를 나타냈다.
무려 16곡이 수록된 이 앨범에서 이소룡 주연의 영화 <정무문>의 테마를 재해석한 ‘Fists of Fury’와 그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비디오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에 바치는 ‘Street Fighter Mas’는 꼭 들어보도록 하자.

지난해, 그는 [Fearless Movement]를 발표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음악적 경계를 확장했다. 이 앨범을 두고 그는 댄스에 초점을 두었다고 소개했는데, 기존의 거대한 사운드와 더불어 보다 리드미컬하고 그루비한 요소가 강조되었다. “댄스는 움직임과 표현이며, 어느 면에서는 음악과 같다.” 비트가 난무하는 ‘Prologue’와 썬더캣이 참여한 ‘Asha The First’를 들어보면 그의 설명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것이다.
카마시 워싱턴은 전통적인 재즈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과 다양한 장르를 융합해 재즈신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25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무대는 그가 왜 21세기 재즈 아이콘으로 불리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