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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예 웨스트는 과연 퇴물인가

세상을 바꾼 천재 힙합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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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칸예 웨스트의 ‘Heartless’를 들었을 때가 기억난다. 충격이었다. 칸예 웨스트라는 아티스트를 처음 접한 곡이었고, 세상에 이처럼 세련된 사운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칸예웨스트-버처스-Vultures-힙합-아티스트

힙합 신을 흔들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0년, 그의 정규 5집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발매됐고, 필자는 그의 완전한 팬이 됐다. 음악에 대해 전혀 모르던 시절,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은 창의적인 자극 그 자체였다. 

그는 전에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사운드를 선사했고,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샘플을 사용해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었다. 특히 9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곡 ‘Runaway’는 싸구려 이어폰을 뚫고 두 귀를 간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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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끊임없이 심장을 뛰게 만드는 강렬한 사운드의 ‘POWER’, 감미로운 비트와 칸예 웨스트의 랩핑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Devil in A New Dress’ 등 5집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은 지금 다시 들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곡들로만 가득 채워진 명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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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칸예, 죽다. 

칸예 웨스트의 다음 앨범 발매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4집, 5집까지 두 번 연속 그의 앨범에 대단히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 

그렇게 3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고, 그의 6집 앨범 [Yeezus]가 세상에 공개됐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보다 훨씬 좋아진 이어폰을 귀에 건 채 앨범을 플레이했던 기억이 뚜렷하다. 

하지만 6집 앨범의 사운드는 내가 기억하는 4집과 5집에서의 강력한 충격을 따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변환되는 비트, 새로운 스타일의 랩핑은 다시 한번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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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처럼 풍부한 사운드를 기대했던 필자의 기대는 저버렸지만, 6집 역시 불티나게 팔렸다.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행보가 워낙 남달랐기에, ‘칸예 웨스트’라는 이름만으로 믿고 앨범을 구매하는 ‘브랜드’가 되어있었다. 결국 음반은 미국 내에서만 200만 장 이상이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평론도 긍정적인 평가와 찬사를 보냈다. 메타 스코어 100점 만점에 84점을 기록했으니, 어쩌면 필자에게만 아쉬웠을 수도 있겠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미니멀리즘 사운드의 상징적인 인물인 ‘릭 루빈(Rick Rubin)’과 협업하고, 다프트 펑크, 프랭크 오션, 키드 커디, 트래비스 스캇 등 신을 주름잡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가했기에 예사롭지 않은 작품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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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US IS KING

[Yeezus] 앨범 이후로 칸예 웨스트는 본인의 종교적인 성향을 과감히 곡에 녹여냈다. 7집 [Life Of Pablo], 8집 [YE], 9집 [JESUS IS KING]까지 단계별로 차오르던 그의 기독교적 성향은 10집 앨범 [Donda]에서 폭발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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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을 수 있어?

[Donda]는 발매까지 문제가 많았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1차 리스닝 파티에는 2시간가량 지각하며 갖은 욕을 먹었는데 심지어 곡들은 드럼라인이 거의 빠진 미완성 상태였다. 팬들은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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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발매 시기조차 지속적으로 연기됐다. 그의 앨범 발매만을 기다리던 팬들은 지쳐갔다. 2차, 3차 리스닝 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Donda] 앨범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공개됐다가, 삭제됐다가를 반복했다. 

결국 앨범은 기존 발매 계획보다 한 달이 더 지난 2021년 8월 29일에 예고 없이 발매됐다. 끔찍하게도, 드디어 발매된 앨범조차 미완성 상태였다. 이후로 여러 차례 수정이 진행되며 팬들을 더 지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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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 is Back

<Donda 2> 앨범을 자기가 직접 제작한 오디오 플레이어인 ‘스템 플레이어’로 단독 공개한 예. 그가 2년 만에 복귀를 알렸다. 

처음 그가 새로운 작업에 들어갔으며, 곧 앨범을 공개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린 건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였다. 많은 루머가 있었지만, ‘타이 달러 사인’과의 합작 앨범이 될 것이라는 루머는 기정사실로 알려졌다. 

사과할게요

하지만 <Vultures> 앨범 발매 역시 전작 <Donda>와 마찬가지로 많은 문제를 겪었다. 한 가지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칸예 웨스트 아티스트 자신의 문제까지 겹쳤다는 것. 

앨범 커버 디자인을 나치 추총자이자 범죄자인 아티스트 ‘버즘(Burzum)’의 앨범과 비슷한 폰트로 제작하며 논란이 됐다. 그가 유대인 비하 발언으로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문제는 더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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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들려줄게요

결국 그는 이번에도 완성되지 않은 앨범을 공개했다. 샘플링에 필요한 음원들을 원작자들이 사용을 불허했기 때문. 

어찌어찌 공개된 앨범은 엉망이었고, 그마저도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공개와 비공개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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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ltures>

칸예 웨스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잠자고 있던 내면의 분노를 마음껏 분출했다. 가사의 수위는 절정에 달했고, 여전히 건재한 프로듀싱 능력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기존에도 잘 알려진 명곡들을 새롭게 샘플링해서 자신만의 힙합 스타일로 녹여냈기에, 그의 음악적 능력이 ‘쇠퇴하지 않았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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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가린 천재성

반면, 그의 이번 앨범은 너무 자극적이고 높은 수위로 쓰인 가사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각 트랙이 이어지는 흐름에서도 ‘올드 칸예’ 시절의 유려함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퇴물’이 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의 분노가 거북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원인은 ‘대상’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칸예 웨스트는 가사와 사운드, 확고한 음악적 색깔과 앨범의 완성도로 세련된 분노, 명확한 대상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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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Vultures>에서는 칸예 웨스트가 공감하기 어려운 대상에게 쏟아내는 분노를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되는 것. 리스너의 입장에서 답답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앨범은 힙합을 사랑한다면 꼭 한번 들어봐야 되는 앨범이다. 신을 뒤집어 놓은 거대한 인물의 복귀이자, 현재 힙합 신을 이끌어가고 있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앨범이기 때문. 가사의 내용과 그의 행보에 눈살이 찌푸려질지는 몰라도,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샘플링과 칸예 웨스트의 천재성에 감탄이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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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남았어

<Vultures>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수록된 모든 곡이 빌보드 Hot 100 차트인에 성공했다. 그리고 앨범만으로 1주일 만에 1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그는 확실히 살아남았다. 

이 기록이 더욱 대단한 이유는 그의 앨범이 발매됐던 초기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발매가 됐다, 안됐다를 계속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를 찾는 팬들이 얼마나 많고, 또 그의 음악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칸예 웨스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돈을 위해 앨범 머천다이즈를 자신의 브랜드 ‘이지(Yeezy)’를 통해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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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지킵니다. 

그는 지난 2023년, 자신의 머천다이즈 아카이브를 모두 20달러에 판매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가 제작하는 ‘이지(Yeezy)’ 머천다이즈 제품들은 인기도 많고, 퀄리티도 좋았기 때문에 모두가 그의 말에 환호했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다. 이번 <Vultures> 앨범 발매와 함께 출시된 이지의 새로운 머천다이즈들이 모두 20달러에 판매 중이기 때문. 반팔 티셔츠부터 롱 슬리브, 후디와 스웨트 팬츠, 그리고 이지 팟 슈즈까지 모두 20달러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머천다이즈 판매에서도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배송이 너무 늦다는 것이다. 두 달이 넘게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의 20달러 가격의 머천다이즈들. 제작은 됐는지, 그래서 배송은 언제 시작되는지, 이지 공식 홈페이지에 문의를 남겨도 ‘배송 시점에 대한 문의는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대답만 돌아오고 있다. 

아무쪼록 그가 끝까지 약속을 지켜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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