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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더, 매혹적이고 지독한 세계

당신은 그저 하룻밤을 위해 틴더를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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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코로나의 영향으로 늘어난 비대면 만남, 이제는 연애도 비대면으로 하는 시대가 왔다. 물론 아직까지도 온라인 만남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좋지 않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6.1%가 데이팅 앱으로는 진지한 만남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10명 중 6명(60.5%)은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사이라면 연애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게다가 응답자의 83.4%가 불건전한 목적으로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고, 진정성 있는 만남보다는 성관계를 위한 수단 중 하나라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만 무려 2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데이팅 앱. 그중 단연 우두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틴더(Tinder)’다. 소위 ‘동물의 왕국’이라 불릴 만큼 인식이 안 좋은 틴더. 그런데 어떻게 틴더는 데이팅 앱 순위에서 1위가 되었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계속 틴더를 찾게 되는 것일까, 단지 하룻밤을 위한 목적인 걸까? 

‘틴더’란 무엇인가?

데이팅 앱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시기, 2012년 출시된 틴더. 사용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상대의 사진과 400자 미만의 간단한 소개를 읽고 마음에 들면 오른쪽으로 스와이프 해 ‘좋아요(Like)’를, 그렇지 않으면 왼쪽으로 스와이프 해 ‘거절((Nope)’을 하면 된다. 그리고 여기서 화면을 위로 스와이프 하면 ‘Super Like’를 보낼 수 있는데, 이는 상대방이 앱을 열었을 때 자신을 확실하게 노출시킬 수 있는 기능이다. 이는 일주일에 5번 무료 사용이 가능하고 원한다면 유료로 충전해 사용 가능하다. 

양쪽 모두가 ‘좋아요’를 선택했을 시, 그들 간의 매칭이 성사되며, 매칭이 된 후에만 채팅이 가능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채팅 중 사진을 전송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는 불상사가 일어나 그 기능은 사라졌으며, 현재는 단순 채팅만 가능하다.

틴더는 게임이다.

틴더의 등장은 획기적이었다. 과거 온라인 만남은 주로 데이팅 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졌다. 대부분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글을 적고, 마음에 드는 대상을 찾아 구애의 채팅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틴더는 조금 달랐다. 

틴더는 데이팅 앱이라기보다는 게임에 가까웠다. 먼저 앱을 실행하면 시작을 누르는 ‘Start’ 버튼이 아닌 ‘Play’ 버튼을 눌러 앱을 시작했다. 마치 게임을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오른쪽과 왼쪽으로 스와이프 하는 동작을 통해 간편하게 상대를 고를 수 있고, 매칭이 되는 상대와는 자동적으로 채팅창이 열리기 때문에 기존 사이트에서 겪었던 번거로움과 껄끄러움을 경험하지 않아도 됐다.

또한, 틴더는 진짜 게임처럼 인간의 뇌를 자극해 도파민을 분출시킨다. 오른쪽으로 스와이프 해 상대에게 ‘좋아요’를 보내는 경우, 이는 누군가와 매칭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주어 순간적으로 뇌에 강한 도파민을 전달한다. 그리고 의외로 왼쪽으로 스와이프를 해 ‘거절’을 한 경우 역시 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데, 이는 인간은 심리적으로 두 명 중 한 명을 선택하는 것보다, 두 명 중 한 명을 거절하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틴더의 방식과 유사한 데이팅 앱들이 많이 출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틴더가 일인자의 자리를 꾸준히 차지할 수 있는 건,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앱임과 동시에 데이팅 앱이 왕성하지 않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자를 모아왔기 때문이다. 즉, 다른 앱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만남에 대한 인식의 변화

아무리 틴더가 게임처럼 중독적이라고 해도 이렇게 대중화가 된 건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필수로 수반 되었기 때문이다.

 2022년 현시대를 가리키는 대표 키워드로 선정된 ‘나노 사회’. 이는 개인의 취향, 산업의 형태, 사회적 가치가 점차 ‘나노’처럼 극소 단위로 파편화된 사회를 말한다. 쉽게 말해, 개인의 취향이 뚜렷해지는 만큼, 각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점점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KT 디지털 광고대행사 플레이디에 따르면 요즘 세대는 오프라인에서 깊은 관계를 맺는 것보단 자신과 공통의 취향을 가진 사람과 가벼운 온라인 만남을 선호한다고 했다. 심지어 실제로 만나지 않더라도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다면 연결과 소속감을 느낀다고 한 것. 이는 개인의 취향이나 가치관이 같지 않으면 관계 맺는 것 자체를 꺼려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 현상 속,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이나 취향이 맞는 연인을 찾기 위해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넘어 효율적이기까지 하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속, 누군갈 만날 시간조차 없는 현대인들에게 ‘비대면’은 공간과 시간 제약 없이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 포인트로 다가간다. 게다가 인맥을 활용한 소개팅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까지 하니, 만남의 방식이 변화할 수밖에.

틴더를 통해 진정성 있는 만남은 가능한 것일까?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대다수의 인식 속 데이팅 앱을 통한 만남은 가볍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여기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2016년 미국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이 온라인 데이팅 앱을 통해 배우자나 연인을 만났거나, 그런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대답한 것. 

시카고대 연구진은 2005년부터 2012년 사이에 이뤄진 미국인의 결혼 중 3분의 1 이상이 온라인에서 시작됐으며, 온라인 커플의 관계가 더 오래 지속될 뿐만 아니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온라인 데이팅 앱이 오프라인에 비해 훨씬 많은 잠재적 배우자 후보군을 제안해 더 많은 가능성과 선택권을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라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각은 단지 편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뿐일까? 결론은 아니다. 틴더 혹은 온라인 데이팅 앱은 결과적으로 많은 커플을 탄생시켰지만, 그만큼 많은 부작용도 낳았다. 

먼저 언급한 채팅창에서 사라진 ‘사진 전송 기능’과 같이, 틴더 내에서는 오랫동안 성과 폭력에 관련된 이슈들이 있었으며 비판 받아왔다. 2020년 ‘퓨 리서치 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34세 여성 중 57%가 요청하지 않은 노골적인 성적 메시지나 사진을 받았고, 19%는 신체적 상해 위협을 받았다는 결과가 있었다. 또한 세 명이 함께 성관계를 맺는 ‘쓰리썸(Threesome)’ 제안도 심심치 않게 받았다는 보고가 있기도 했다. 

게다가 면대 면이 아닌 단순히 사진으로 평가받고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 이용자들 역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신원 검증이 소홀한 탓에 사진이나 직업 등을 조작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고 되고 있다. 영국의 뉴스 매거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따르면 데이팅 앱 계정 중 약 10%가 정보가 조작된 ‘페이크 계정’이라는 결과가 있었다. 또 데이팅 앱을 통한 결혼 역시 사회적·인종적·계층적으로 자신과 유사한 사람과 결혼하려고 하는 ‘동질혼’을 가속화시켜 불평등·사회 파편화를 가속화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당신은 틴더를 추천하는가?

유튜브 채널 ‘씨리얼(See Real)’이 진행한 데이팅 앱 남성 사용자 인터뷰 속, 인터뷰자가 사용자에게 데이팅 앱을 친구에게 추천해 줄 수 있냐 묻자, 4명 중 2명은 추천을, 1명은 반대를, 그리고 나머지 1명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경우만 추천을 한다는 답변이 있었다. 

추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두 사람은 그에 대한 근거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며 자신의 연애 성향과 같이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 답변을 했다. 반면 반대를 한 사용자의 경우, 틴더와 같은 데이팅 앱의 경험이 썩 유쾌한 경험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대화가 잘 안돼 거나 갑작스럽게 상대에게 차단을 당하는 등 인간적으로 배려 받지 못한다고 느껴 자존감도 많이 깎일 수 있다 답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건강한 경우에만 추천한다고 말한 사용자 역시 반대를 한 사람과 비슷한 이유로 근거를 들며, 의미 없는 만남이 지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해당 채널은 같은 주제로 여성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 역시 진행했었는데, 남자 사용자 인터뷰와 같이 공통적인 경험으로 의도를 떠나 상대방과 단순 하룻밤을 보낸 경우가 더 많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 모두 틴더와 같은 데이팅 앱의 중독 위험성에 대해 언급했다. 

틴더와 같은 데이팅 앱은 특성상 빠른 만남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빠르게 자신의 외로움을 충족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욕구 충족은 공허함과 외로움을 견딜 참을성을 현저히 저하시킨다. 한 인연이 잘 성사되지 않으면 바로 다음 인연을 찾아 앱을 접속하기만 하면 되니. 그만큼 만남의 무게는 가벼워질 뿐만 아니라 만남 자체에 중독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심지어 몇몇 사용자는 자신이 만났던 전 애인을 틴더에서 다시 보게 되는 씁쓸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밝힌 바 있다.

연인의 서로를 만나고 헤어지게 되는 과정은 각자 다 다르다. 그만큼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끔찍한 추억이 될 수 있다. 데이팅 앱을 통한 만남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 좋은 추억이 될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틴더와 같은 데이팅 앱은 만남 자체를 가속화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일상에서 만난 인연보다 좋은 관계가 될 확률과 동시에 부정적인 관계가 될 확률은 훨씬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우리가 느끼게 될 감정의 편차가 클 수밖에 없으니, 사용자의 심리상태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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