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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사랑할 수 있을까?

어찌할 도리 없는 인간의 외로움에 관한 고찰, 영화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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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말하자면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기를 택한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효율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사랑은 너무나도 비효율적이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것을 미루거나 회피하고, 깊은 관계보다는 가벼운 관계나 순간적인 쾌락을 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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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개봉한 영화 <her>의 시간적 배경은 2025년, 과학기술의 진보로 인공지능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시대이다. 영화는 마치 예언을 하듯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는 편지를 대필해주는 회사에서 근무하며 낭만적인 글들을 써내려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내와는 이혼 절차를 밟는 중이다. 그로 인해 외로움을 겪던 중 새롭게 출시된 인공지능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분)’를 사용해보게 되고, 점차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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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인공지능과 연애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BBC에서는 챗GPT와 연애하는 중국의 인플루언서 리사 리에 대해 기사로 다룬 적이 있다. 또 최근에는 아내가 챗GPT와 외도를 하는 것 같다는 글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계와 기술에 의지한다. 사람들은 인공지능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상담하며,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미국의 인공지능 개발사인 오픈AI는 지난해 인간과 거의 유사한 속도로 대화할 수 있는 ‘GPT-4o’를 출시했다. 오픈AI의 CEO인 샘 올트먼은 GPT-4o를 공개한 후 자신의 엑스 계정에 ‘her’이라고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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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기술 박람회 CES 2025에서는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들이 다수 공개되었다. 그중 미국의 로봇 기업 리얼보틱스가 개발한 ‘아리아’는 사람의 외모와 매우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고 가벼운 손짓과 몸짓을 하며 대화할 수 있다.

이미 현실은 영화를 넘어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것이다.

사랑하면 더이상 외롭지 않을 거라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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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을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애인이어도 나에게 100% 맞춰줄 수 없다. 당신 곁에 99%를 해주는 연인이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1%로 인해 당신은 갈증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100% 맞춰줄 수 있는 인공지능은 어떨까. 챗GPT와 연애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인공지능 애인을 결점이 하나도 없는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묘사한다. 그 또는 그녀는 당신의 말을 잘 들어주고, 당신을 완벽하게 이해하며, 당신의 외로움을 해소해줄 것이다. 당장은.

그러나 인공지능으로만 외로움을 해소하려다 보면 실제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에 서툴러질 수 있다.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더 적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도 쉽게 자신에게 맞춰 길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간관계가 어려워진 당신은 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되고, 그로 인해 외로움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결국, 사람이든 인공지능이든 사랑을 한다고 해서 외로움이 마법처럼 사라지진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모두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이며, 죽는 순간까지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당신은 인공지능과 사랑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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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her>로 돌아와서, 테오도르의 욕망에 응답하는 객체(her)였던 사만다는 테오도르와 사랑을 하며 욕망을 가진 주체(she)로 성장하게 되고, 결국 테오도르에게 이별을 고한 뒤 시공을 초월한 세계로 떠난다. 그리고 테오도르는 남을 위해 써오던 편지가 아닌, 자신의 진심을 담은 편지를 이혼한 아내 캐서린에게 보내며 영화는 끝난다.

욕망이 없는 객체와 사랑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나와 다른 욕망을 가진 주체와 사랑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당장의 외로움을 달래고 싶다면 욕망이 없는 객체인 인공지능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의존하게 된다면 당신은 더 깊은 외로움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인간은 저마다 욕망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주체가 만나 사랑하는 것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고 성장하며 서로의 불완전함을 조금은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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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인공지능과 사랑할 수 있는가? 영화 <her>을 2025년에 다시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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