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역사상 최악의 재해로 불리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그리고 13년 후인 2024년 3월, 지진 재해 복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쓰치 사시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40세에서 80세 사이 여성 열다섯 명으로 구성되어 시작한 프로젝트, 사시코 프로젝트. 이는 일본 이와테현에 위치한 작은 마을 오쓰치에서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중년, 노년 여성들의 재정적 독립을 위해 결성된 프로젝트였다.

사시코란 무엇인가
사시코(刺し子, Sashiko)의 사전적 의미는 ‘누빔’이다. 이는 일본 전통 자수 기법으로, 그 기원은 500년 전 에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사시코는 마모된 천을 보강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옷에 자수를 덧대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사시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사시코는 전통 예술과 문화로 자리 잡았다. 불완전함의 미학을 나타내는 일본의 전통적인 ‘와비사비’ 정신이 여기에도 깃들어 있다.

주로 기하학적인 패턴을 흰색 실로 수놓은 것이 전통적인 사시코 기법이다. 천 조각과 실, 바늘만으로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작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배울 수 있다고.
“3세 어린이도 할 수 있고, 104세 노인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시코와 보로가 같은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시코는 자수 기법을 의미하고, 보로는 사시코 기법을 이용해 원단을 덧대는 기술을 의미한다. 근대화 이후 산업이 발전함과 동시에 사라지는듯했으나, 패션계에서는 사시코와 보로에 주목했다.

사시코, 패션이 되다
‘오쓰치 사시코 프로젝트’에서 나아가 ‘쿠온(KUON)’과 손잡은 할머니들. 그렇게 사시코 걸스(Sashiko Gals)가 탄생했다. 사시코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 다음 단계를 전개한 것이었다. 현재는 미래 세대에 사시코를 전수하기 위해 오쓰치 지역의 고등학교와 협력해 사시코 수업을 교과 과정에 포함시켰다고.

사시코 걸스의 할머니들은 어부의 아내였거나,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이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술을 연마해 지금의 사시코 걸스가 되었다.
이들의 손에서 탄생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스니커즈. 비용은 한 켤레에 20만 엔(한화 약 200만 원), 제작에는 최대 2주가 소요된다. 열다섯 명의 사시코 걸스 각자의 제작 속도와 작업 방식이 모두 다르며, 선호하는 실의 색상과 디테일도 조금씩 다르다.

물론, 수작업이기에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지금은 1년에 2번만 주문을 받아 제작하고 있다.

사시코 걸스의 메시지
사시코 걸스는 더 이상 신을 수 없게 된 스니커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한다. 사람들은 반스나 뉴발란스, 나이키, 꼼 데 가르송, 닥터마틴 등을 가지고 이곳을 찾는다.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1. 사시코 기술을 ‘사시코 걸스’로 브랜드화한다.
2.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사시코 기법으로 커스터마이징해 재탄생시킨다.

원래 사시코는 입지 못하는 옷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덧대고, 또 덧대는 기술을 일컫는다. 현대에 들어서 예술 작품으로 변모해 의미가 조금 변화했지만, 이들에게 사시코란 오래된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결국 이들의 메시지는 ‘낭비의 최소화’다.
“사시코란 오래된 것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 사시코 걸스, 후지와라 아라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