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워질 수 있도록 스타일을 만들어 드립니다 커버이미지
original

‘나’다워질 수 있도록 스타일을 만들어 드립니다

일반인을 위한 스타일리스트, 스타일그래퍼 인터뷰

URL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공유해보세요!

그들의 작업은 단순히 인간 외면을 치장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누구나 아름답다’라는 가치관을 전제로 인간 본연의 매력을 한껏 발산할 수 있게 리드하는 스타일그래퍼. 내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그들만의 해결책을 제시하자 고객들은 당당해지고, 더욱 자유로워졌다.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스타일그래퍼, 글로우업 매거진이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먼저 스타일그래퍼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타일그래퍼’라는 단어를 먼저 소개해야 할 것 같아요. 스타일과 그래퍼를 합친 ‘스타일그래퍼’는 제가 10년 전에 구상했던 단어이자 직업의 일종이에요. 패션, 헤어, 메이크업으로 나누어진 스타일링을 한 번에 제공하는 직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됐죠.

마릴린먼로나 오드리햅번같은 시대의 아이콘들이 획일화된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성공했듯이, 사람 개개인의 개성을 살려 그들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스타일링은 어디까지나 셀럽들 혹은 고위층들만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더욱 대중화시키고픈 생각이 컸죠. 

스타일그래퍼 이전에는 셀럽들과 기업들을 위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주로 어떤 요소들을 중심으로 스타일링을 기획했고, 어떤 스토리들이 담겨있는지 궁금해요.

전담으로 맡아서 한 셀럽들도 있고 단건으로 맡아서 진행했던 작업들도 있어요. 지금 기억나는 건 솔비, 김경호, 안젤리나 다닐로바, 브레이브걸스, 추자현, 투애니원 공민지 정도네요. 그중에서도 솔비 님과 김경호 님은 아직까지 담당하고 있고요. 구글, 벤츠 코리아, 넥슨 등 기업들을 상대로 한 작업도 진행했었어요. 

셀럽과 기업의 CEO, 고위 간부들의 스타일링을 담당할 때 저희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이 완벽한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대중들이 완벽한 모습을 원하는 만큼 어떻게 하면 스타일링을 통해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단점을 최대한 가려 그 사람이 가장 매력적이고 완벽해 보일 수 있을지 늘 고민했죠.

사실 완벽이라는 표현보다는, 한 사람의 내면과 외면을 일치시켜 드러내주고, 스타일링으로 그 사람만의 분위기를 극대화할 때 비로소 자신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지며 대중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 솔비님을 스타일링할 때는 패션과 헤어, 메이크업의 조화를 통해 솔비 님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어요.

가수 솔비와 작가 권지안이라는 두 자아 사이에서 정체성을 정립하는 과정을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동시에 하는 전문가들도 많지만 당시에는 많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왜 헤어, 메이크업, 코디를 전부 해야겠다고 결심했나요?

저는 원래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었는데, 20대 후반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어시스턴트부터 시작하기엔 이미 늦은 나이라 제약이 많았어요. 그때 학원 원장님이 스타일리스트는 프리랜서로 시작하기 힘들지만 헤어나 메이크업은 가능하다고 알려주셨죠.

의상을 전공했으니 헤어, 메이크업을 배워 세 가지 모두를 다 할 수 있으면 좀 더 경쟁력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학원에서 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당시 주변에서는 “메이크업 하나 잘 하는 것도 10년이 넘게 걸리는데 어떻게 혼자 세 가지를 다 잘하겠느냐”라며 저에게 불가능이라고 말했지만, 그 말들이 오히려 저를 자극했죠.

성숙한 이미지 덕분인지 저는 처음부터 규모가 큰 작업들을 도맡아 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헤어, 메이크업을 위주로 하다가 나중에는 스타일리스트 일도 같이 받기 시작했어요. 그때 저는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경력이 많은 친구들을 영입해 저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메꿔줄 팀을 꾸리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단단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스타일이라는 건 의상만으로 완성되지 않기에, 당시 헤어 메이크업을 배워보라는 원장님의 조언을 듣기를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제가 세 가지를 다 해보았고 직접 할 줄 알기에, 두루뭉술하게 디렉팅 하는 디렉터가 아닌 정확하게 보고 방법을 짚어줄 수 있는 디렉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헤메코’를 다 하며 촬영도 컨트롤하고 기획까지 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실제로 저를 포함한 스타일그래퍼 팀원들은 잠자는 시간 빼고는 전부 일에 몰두하고 있어요. (웃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없다는 걸 다들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있죠. 

개개인의 얼굴형, 피부 톤, 이목구비를 넘어 말투, 분위기, 표정 등 완벽한 스타일링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무수히 많은데, 어떤 요소들을 중심적으로 스타일 컨설팅을 진행하시나요?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분위기’죠. 얼굴형, 체형, 피부 톤, 이목구비와 같은 외적인 문제들은 얼마든지 스타일링이나 메이크업을 통해 바꿀 수 있지만 타고난 분위기는 바꿀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3-4주 전에 사전 미팅을 진행해요. 약 한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고객들의 표정, 분위기, 웃음소리, 몸짓, 말투 등 다양한 요소들을 파악하죠.

단순한 워딩을 바탕으로 스타일링을 기획한다기 보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할 때 짓는 표정, 웃음소리에서 나오는 성향 등 다양한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생각해요. 고객들 내면에 숨어있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것이 저희의 목표랄까요. 

아, 저희가 고객들을 파악할 때는 속된 말로 ‘종족’을 매칭한다고 말해요.(웃음) 가수 아이유과 배우 김서형은 각각 다른 종족이라고 할 정도로 다른 분위기를 뿜어내니까요. 그 정도로 분위기와 이미지에 따라 ‘종족’이라고 표현할 만큼 극명하게 나뉘게 돼요. 그걸 파악하는 게 우선 되어야 하죠. 그다음부터 저희는 약 한 달 동안 수많은 레퍼런스 서칭과 분석, 포토그래퍼와의 회의를 통해 기획을 진행해요.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드는 일이어서 정말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못할 것 같아요. 

헤어, 메이크업, 패션 컨설팅을 받는다고 해도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을 것 같아요. 받은 컨설팅을 고객들이 만족하며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스타일그래퍼만의 방법이 있나요?

맞아요. 실제로 1회성 솔루션을 드렸을 때 이전 스타일로 돌아가는 고객분들도 많이 봤어요. 대부분은 솔루션을 드려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시거나 비용적으로 헤메코를 전부 바꾸는 것이 부담된다고 말씀하세요. 하지만 셀럽들과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스타일이라는 건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발견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자기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일부러 스타일그래퍼를 방문하는 고객님들의 재방문율이 높게끔 상품을 구성해 놓았어요. 중요한 날에 메이크업을 받고,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고, 개인 화보 촬영도 하며 계속해서 저희를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시간을 가지는 거죠. 

일반인 고객분들은 늘 정답을 원하세요. 하지만 패션, 뷰티는 정답이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퍼스널 컬러도 결국 타고난 신체색에 따라 나뉘게 되지만 염색, 컬러렌즈, 메이크업 등으로 얼마든지 커버가 가능하니까요. 고객들이 원하는 스타일과 본연의 분위기, 갖고 있는 매력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조금씩 ‘자신만의 스타일’에 가까워질 수 있죠. 암 환우분들을 위한 메이크오버 프로젝트인 ‘암티플 프로젝트’도 진행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의미를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암티플은 제가 2년 전에 남편을 암으로 떠나보내며 겪은 경험을 토대로 기획하게 되었어요. 암과 항암치료, 투병생활은 당사자에게도 그 가족들에게도 정말 힘든 과정이죠. 특히 암 투병 과정에서 달라진 본인 모습과 전과 같지 않은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당사자는 자존감이 많이 내려가게 되어 있어요. 제 남편도 그랬고요.

당시에 저는 남편과 함께 투병하는 과정을 SNS에 공유했었어요. 같이 씩씩하게 이겨내는 모습을 기록하고 싶었거든요. 결국 남편은 세상을 떠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암 환우를 위한 출판사를 운영하고 계시는 한 대표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그분께서 제게 재능기부로 암 환우들을 위한 메이크오버 이벤트를 진행해 줄 수 있을지 부탁하셨고, 언젠가 암 환우를 돕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던 저로서는 흔쾌히 진행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당시에는 단발성 이벤트로 기획하고 진행했던 일인데 도와주시는 분들과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늘어나 7번이나 지속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전시까지 하게 되었어요. 

암티플은 1년 동안 7번에 걸쳐 총 21명의 환우분들을 모두 스타일그래퍼 스텝의 재능기부로 메이크오버 해드렸던 프로젝트에요.

환우분들의 메이크오버 촬영을 진행하다 보면 울고 웃을 일들이 정말 많아요. 어떤 환우분들과  가족분들은 촬영장에서 내내 우시다가 가는 분들도 있고, 어떤 환우분들은 아프시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밝은 에너지를 보여주고 가시기도 해요. 저는 제가 기록하는 그분들의 가장 멋진 순간들이 미래이자 부적처럼 되기를 원해요.

단순히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진으로 남겨진 환우분들의 강인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완치 후의 모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죠. 암티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환우분들 중에는 치료를 잘 유지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고, 고인이 되신 분들도 있어요. 암티플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멋진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 사진들을 여러 방식으로 소비해서 그들의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에 영원히 남아있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암티플 전시 현장은 어땠나요?

무료입장으로 진행된 전시였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참여형 작품의 일종이었던 ‘괜찮화’ 화단을 꾸며 주셨어요. ‘괜찮화’ 화단은 제가 남편과 투병생활을 함께했을 때 힘이 되었던 영화 <오두막>에 나오는 야생 정원과 나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전시에서 관객들이 환우 분들을 응원하는 의미를 담은 ‘괜찮화’를 구입해 직접 꽂아 헌정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전시가 끝날 무렵에는 그 화단이 빼곡히 가득 차서 관객들과 함께 전시를 완성한 느낌이 들어 정말 감동이었어요. 그렇게 모인 ‘괜찮화’ 판매 비용은 모두 암 환우를 위한 비영리 단체인 아미다해에 기부되었죠.

개인적으로 저는 이 암티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떠나간 남편이 저를 어딘가에서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어요. 현실적으로 개인이 사비로 꾸준히 진행하기에는 너무 스케일이 큰 프로젝트임에도 운명처럼 자원해서 도와주는 팀원들이 생겨나고 협찬과 후원해 주는 분들이 생겨서 결국엔 지금까지 지속되오고 있으니까요. 물론 후원금이 부족해 제가 남편의 이름으로 기부금을 보태기도 했어요.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기획이나 프로젝트가 있나요? 스타일그래퍼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요.

일반인들의 화보가 담긴 매거진을 창간하고 싶어요. 라이센스를 가진 비주얼 컨텐츠들을 일반인들도 가질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예요. 또, 암티플 프로젝트의 사진들을 NFT화 시키려는 시도도 계속하고 있어요.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수익화를 통해 그 수익금을 환우분들이 치료비로 사용하실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나중에는 그 수익으로 신약 개발이라든지 암 환우 관련 단체에 기부도 하고 싶고요. 그 외에도 제품 사업, 가상 현실 서비스 등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스타일그래퍼를 확장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Related Articles